요즘 환자분들이 묻습니다. "휴가 안 가세요?"... "네, 올해는 휴가가 없습니다." 라는 대답으로 대개 끝나지만 어떤 분은 "왜 휴가를 안 가세요?" 라고 다시 한 번 묻습니다.

그럴 때는 사실 대답할 말이 딱히 떠오르지 않습니다. "병원이 제일 시원하잖아요... 하하.. "라는 말 같은 것으로 얼버무리지만 제가 왜 휴가를 가지 않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더군요.

와이프의 휴가와 시간이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 같습니다. 와이프도 직장을 다니다보니 휴가를 내기 어려운 시기가 있고 저는 병원의 특성상 휴가를 가려면 최소한 한두 달 전에는 미리 공지를 해야 하는 터라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저 혼자 휴가 내고 집에서 뒹굴 거리며 쉬기도 그렇고. 그럴 바에는 그냥 병원 문을 열고 일하는 게 낫지요..-_-;; 또... 제가 사람들 북적거리고 길 막히는 성수기에 어디를 다니는 것을 무지 싫어합니다. 그러니 휴가를 가자면 외국으로 나가거나 성수기가 아닌 때에 국내여행을 해야 하는데 그게 또 쉽냐고요. 저는 그런 편이 아니지만 대학입시를 앞둔 자녀를 가진 부모들은 또 그 때문에 휴가를 못 가는 일도 있을 거예요.

제가 레지던트 때 교수님들이 휴가를 가시는 때가 있었지요. 교수님이 휴가를 가시면 레지던트들은 편합니다. 혼자서 회진을 돌거나 윗년차인 경우는 아랫년차와 회진을 돌면 되거든요. 아침 일찍 회진 준비하는 것도 줄고 일단 교수님 앞으로 입원하는 환자도 없으니 말입니다. 그런데...교수님들이 온전히 1주일간 휴가를 가시는 일이 없어요. 대개는 휴가를 가신 것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한번은 병원을 나오십니다. 당신의 환자들이 걱정되셔서 그러시겠지만 레지던트 입장에서는 귀찮아 죽을 일입니다. "1년에 1주일 있는 휴가이신데.. 그냥 집에 계시거나 어디 놀러 가시지 그렇게도 휴가 때 할일이 없으신가?" 라고 투덜투덜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제 그 교수님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는군요. 휴가도 갈 일이 없고... 휴가라고 해도 어디 여행을 갈 일도 없는... 그래서 병원이라도 나오셔야 하는 그 교수님들의 마음을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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