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처방전 리필제 발의"…의료계 반발 예고


"처방전 리필제"  

쉽게 얘기하면, 의원 가면 만날 똑같은 약만 준다고, 전에 받은 처방전 가지고 약국 가서 약 타 드시게 하자는 제도다. 얼핏 보면 일견 장점이 있어 보인다...외국에서도 부분적으로 실시하는 제도기도 하고.

하지만, 고혈압이나 당뇨질환에 처방전 리필제를 도입하는 건 반대 한다.  물론 거의 매일 같은 약을 드리고는 있지만- 실제로 한 달에 한번 와서 정기적으로 체크하는 이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1. 정기적으로 체크해서 추이를 살펴볼 수 있다.

고혈압을 관리하는 의사는 추세적으로 혈압의 고저를 판단하여 약을 조절한다.  혈압이 높거나 너무 낮으면 이유가 무엇인지를 문진 및 혈액검사를 통하여 알아볼 수도 있다.  그리고 잘못된 부분을 교정해 줄 수 있다.

예를 들면, 혈압관리가 안 되는 가장 큰 이유가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아서' 라고 한다.  환자의 복약습관이 좋지 않을 때, 의사는 환자를 어르고 달래고 위협을(?) 주는 등의 스킬을 발휘하여 복약습관을 교정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너무 높으면 약 용량을 줄이고

너무 낮으면 약 용량을 늘려야 한다.

두통 등의 부작용을 물어보고 있으면 약을 바꿔야 한다.

당뇨도 마찬가지이다.  필자는 보건소에서 근무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당뇨 일지도 제대로  안 쓰시는 환자분들이 태반이다.  이런 분들, 한 달에 한번이라도 와서 체크를 해야 약이 충분한지 아닌지, 잘 드시고 있는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될 것 아닌가.


2. 심리적인 면을 간과할 수 없다.

한 달에 한번 오게 하면 1달마다 '평가받는' 기분이 들 것이다.  당뇨나 고혈압, 고지혈증의 경우에는 환자의 노력이 수치로 반영되어 나오게 된다.  이 수치를 보고 의사는 환자에게 피드백을 줄 수 있다.

'한 달 동안 술을 끊었더니, 혈압이 10mmHg나 내려가셨어요~ 앞으로도 계속 잘 해주세요^^'
'두 달 동안 운동을 열심히 하셨다고 하셨죠? 고지혈증 수치가 나아지셨네요^^ 앞으로도 운동 열심히 하시면 됩니다!'
이런 유의 긍정적인 피드백도 해 줄 수 있고,

'혈압이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습니다.  술을 줄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유의 부정적인 피드백도 해 줄 수 있다.  이런 심리적인 면을 간과하다니.

'처방전 리필제'는 위 두 가지 이유로,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의 경우에는 적용하면 오히려 국민 복지를 해칠 거라고 예상한다. 퇴행성관절염처럼, 노력으로 나아지는 부분이 적고, 객관적인 수치로 병의 경중을 판단할 수 없는 질병에 부분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P.S.  이번 법안은 의사가 리필 도장을 찍어주어야만 처방전 리필이 가능하다고 한다.  만약 통과된다면, 환자들은 리필 도장 찍어달라고 하고...난 안된다구 하고.,.밀땅하겠구나...

어차피 의사가 안 찍어주면 그만인 법안이다.  하지만 이번법안은- 위의 상황을 유도함으로써, 리필 도장 안 찍은 처방전 리필제 카드를 내밀기 위한 밑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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