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에 댓글로 달린 글입니다만, 내용이 길고, 미국에서 생활하시는 의사로써 바라본 미국 의료현실에 대한 내용이기에 다시 정리하기 위해 포스트로 남깁니다. 내용의 첫 부분은 제가 관심있어한 영국의 NHS에 대해 잠깐 언급해주신 것이고 이후 링크된 기사라고 된 부분은 코메디닷컴의 이성주 기자님의 칼럼 을 의미합니다.
잘 정리된 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언급하신 영국 NHS... 잘 알지는 못하지만 제가 알기론 인두제라는 것을 시행합니다.
정부에서 의사가 담당할 환자를 배정해주고 두당 일정액수를 지급합니다. 그 총 지원금을 의사가 경영하는 식입니다. 예방을 열심히해서 치료비가 덜 들수록 경영을 잘 하는 게 되나봅니다. 그러다보니 예방, 건강증진이 활발합니다. 환자가 아파야 병원을 찾고 돈을 벌 수 있는 자본주의적 시스템과는 다르지만 의사 경영자가 지정된 budget을 관리한다는 개념은 편리하지만 여러 문제점을 야기할 수도 있죠.
링크되어있는 Sicko에 대한 기사에도 오류는 있습니다.
국내에서 의사를 하다 도미해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 저로선 그 영화의 황당한 내용들 중 많은 부분이 수련기간 내에 흔히 접한
일들이었습니다. 엠탈라라는 법이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사립병원 응급실에서 퇴원시키며 택시비를 주고 주립대병원 응급실로 가라고
지시했다는 일은 하루에도 여러번 들었습니다. 보험이 없거나 좋지 않은 보험을 가진 환자도 응급치료는 받을 수 있지만 반경 2시간
거리에 입원을 받아주는 병원은 없고...
환자는 마냥마냥 입원실이 날 때까지 주립대병원 응급실에서 몇날 며칠을 기다립니다. 입원
전에 보험회사 허가를 받아야하고 보험회사가 허락한 기한 내에 퇴원을 시켜야합니다. 만성정신질환자, 더더군다나 treatment
resistant한 환자들은 좋아질 때까지 한달도 입원시켜주는 다른나라와는 다릅니다. 이것을 악용하는 병원 관리자들도 있습니다.
보험회사에서 3일 입원허가를 해줬는데 환자 검사 후 바로 퇴원 가능한 경우에도 3일씩 퇴원을 미루려 갖은 핑계를 대기도 합니다.
대학병원에서는 입원실이 늘 모자라서 내과 환자의 평균 입원 기간은 2.5일 정도, 정신과 환자의 평균 입원도 3-4일
정도입니다. 바이탈만 괜찮으면 외래 검사, 예약을 몽땅 잡아주고 무조건 퇴원시킵니다. 우리나라처럼 편하게 입원해서 갖은 검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한가하게 병동을 굴릴 수가 없습니다.
미국병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지역의 환자를 잘 치료하는 것이라는 내용은 적어도 모든 미국병원을 얘기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2,3차 병원 여러 곳에서 일해봤지만 역시 돈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을 늘 했습니다. 병원의 Director, CEO
등이 의료인이 아닌 경우엔 경영논리가 운영방침이 되는 정도가 더욱 심하다고 느꼈습니다.
최초, 최고의 시술을 하는 의사를 유치하는 것은 홍보효과 외에도 금전적인 이득이 있습니다. 이런 의사들은 대부분 임상연구의들인데
이들이 받아오는 거액의 연구비엔 institutional overhead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외 의사의 월급의 상당부분도
연구비에서 충당되기도 합니다. 또한 이런 의사들의 상당수는 아무 환자나 보지 않습니다. 연구케이스가 될 환자가 아니면 비보험
고액의 진료비 (의사 맘대로 지정하는, 그래서 때로는 한 번 진찰하는데 1500$이나 되는)를 내는 이들입니다. 연구케이스의
환자도 흔히 전공의들이 진료합니다. 유명 사립대병원에서 일하며 보았는데 병원에서 특별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공간을 준다면 그
대가로 그 프로그램에서 일년에 얼만큼을 벌어줘야하고, 비서를 유지하려면 일년에 VIP 수입을 얼만큼 올려야하고... 이런 성과에
대한 지시가 문서로 공개적으로 내려옵니다.
환자 입장에선 같은 병원 내에서도 경제수준에 따라 어떤 의사를 볼 수 있는지가 한정됩니다. HMO 환자는 전공의가 보거나 개업에
실패해서 대학에 도로 들어온 임상의가 봅니다. 이런 임상의는 정년까지 임상조교수 정도의 직함을 달고 노예처럼 낮은 임금으로
엄청난 수의 환자를 봅니다. 즉, 의사들 사이에서도 능력에 따라 진료비가 달라지고 병원에 벌어오는 액수의 차이에 따라 계급이
나뉘고 있죠.
환자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의료가 정말정말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의사 입장에서는 엄청난 강도와 시간의 노동을 요하며 그에 상응하는 보상은 되지 않는 상황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영국, 캐나다, 사회주의 의료를 지향하는 구라파 여러 나라들...
각자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인턴부터 다시 수련해서라도 미국에서 의사를 하려고 오는 유럽 여러나라들의 의사를 보면서, 그리고 비자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미국진출을 하려는 우리나라 의사들을 보면서... 의사가 버리는 제도가 과연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을까 생각이되기도 합니다.
캐나다는 환자도 의사도 다 불만이라는 소리를 자주 듣지만 제가 아는 캐나다 친구들은 다 자기 나라의 의료제도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더라구요. 다만 특수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특이질환 환자들의 경우는 대기 기간이 무척 길지만요. 미국에서 수련받은 의사들을 보면
영국의사들은 아무도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지만 캐나다 의사들은 많은 수가 도로 귀국을 하는 것을 보면 두 나라의 의료 속에서
의사가 느끼는 만족도가 다르긴 다른 것 같습니다.
두서 없이 주저리주저리 적어보았습니다.
언급하신 영국 NHS... 잘 알지는 못하지만 제가 알기론 인두제라는 것을 시행합니다.
정부에서 의사가 담당할 환자를 배정해주고 두당 일정액수를 지급합니다. 그 총 지원금을 의사가 경영하는 식입니다. 예방을 열심히해서 치료비가 덜 들수록 경영을 잘 하는 게 되나봅니다. 그러다보니 예방, 건강증진이 활발합니다. 환자가 아파야 병원을 찾고 돈을 벌 수 있는 자본주의적 시스템과는 다르지만 의사 경영자가 지정된 budget을 관리한다는 개념은 편리하지만 여러 문제점을 야기할 수도 있죠.
링크되어있는 Sicko에 대한 기사에도 오류는 있습니다.
국내에서 의사를 하다 도미해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 저로선 그 영화의 황당한 내용들 중 많은 부분이 수련기간 내에 흔히 접한
일들이었습니다. 엠탈라라는 법이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사립병원 응급실에서 퇴원시키며 택시비를 주고 주립대병원 응급실로 가라고
지시했다는 일은 하루에도 여러번 들었습니다. 보험이 없거나 좋지 않은 보험을 가진 환자도 응급치료는 받을 수 있지만 반경 2시간
거리에 입원을 받아주는 병원은 없고...
환자는 마냥마냥 입원실이 날 때까지 주립대병원 응급실에서 몇날 며칠을 기다립니다. 입원
전에 보험회사 허가를 받아야하고 보험회사가 허락한 기한 내에 퇴원을 시켜야합니다. 만성정신질환자, 더더군다나 treatment
resistant한 환자들은 좋아질 때까지 한달도 입원시켜주는 다른나라와는 다릅니다. 이것을 악용하는 병원 관리자들도 있습니다.
보험회사에서 3일 입원허가를 해줬는데 환자 검사 후 바로 퇴원 가능한 경우에도 3일씩 퇴원을 미루려 갖은 핑계를 대기도 합니다.
대학병원에서는 입원실이 늘 모자라서 내과 환자의 평균 입원 기간은 2.5일 정도, 정신과 환자의 평균 입원도 3-4일
정도입니다. 바이탈만 괜찮으면 외래 검사, 예약을 몽땅 잡아주고 무조건 퇴원시킵니다. 우리나라처럼 편하게 입원해서 갖은 검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한가하게 병동을 굴릴 수가 없습니다.
미국병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지역의 환자를 잘 치료하는 것이라는 내용은 적어도 모든 미국병원을 얘기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2,3차 병원 여러 곳에서 일해봤지만 역시 돈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을 늘 했습니다. 병원의 Director, CEO
등이 의료인이 아닌 경우엔 경영논리가 운영방침이 되는 정도가 더욱 심하다고 느꼈습니다.
최초, 최고의 시술을 하는 의사를 유치하는 것은 홍보효과 외에도 금전적인 이득이 있습니다. 이런 의사들은 대부분 임상연구의들인데
이들이 받아오는 거액의 연구비엔 institutional overhead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외 의사의 월급의 상당부분도
연구비에서 충당되기도 합니다. 또한 이런 의사들의 상당수는 아무 환자나 보지 않습니다. 연구케이스가 될 환자가 아니면 비보험
고액의 진료비 (의사 맘대로 지정하는, 그래서 때로는 한 번 진찰하는데 1500$이나 되는)를 내는 이들입니다. 연구케이스의
환자도 흔히 전공의들이 진료합니다. 유명 사립대병원에서 일하며 보았는데 병원에서 특별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공간을 준다면 그
대가로 그 프로그램에서 일년에 얼만큼을 벌어줘야하고, 비서를 유지하려면 일년에 VIP 수입을 얼만큼 올려야하고... 이런 성과에
대한 지시가 문서로 공개적으로 내려옵니다.
환자 입장에선 같은 병원 내에서도 경제수준에 따라 어떤 의사를 볼 수 있는지가 한정됩니다. HMO 환자는 전공의가 보거나 개업에
실패해서 대학에 도로 들어온 임상의가 봅니다. 이런 임상의는 정년까지 임상조교수 정도의 직함을 달고 노예처럼 낮은 임금으로
엄청난 수의 환자를 봅니다. 즉, 의사들 사이에서도 능력에 따라 진료비가 달라지고 병원에 벌어오는 액수의 차이에 따라 계급이
나뉘고 있죠.
환자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의료가 정말정말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의사 입장에서는 엄청난 강도와 시간의 노동을 요하며 그에 상응하는 보상은 되지 않는 상황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영국, 캐나다, 사회주의 의료를 지향하는 구라파 여러 나라들...
각자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인턴부터 다시 수련해서라도 미국에서 의사를 하려고 오는 유럽 여러나라들의 의사를 보면서, 그리고 비자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미국진출을 하려는 우리나라 의사들을 보면서... 의사가 버리는 제도가 과연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을까 생각이되기도 합니다.
캐나다는 환자도 의사도 다 불만이라는 소리를 자주 듣지만 제가 아는 캐나다 친구들은 다 자기 나라의 의료제도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더라구요. 다만 특수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특이질환 환자들의 경우는 대기 기간이 무척 길지만요. 미국에서 수련받은 의사들을 보면
영국의사들은 아무도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지만 캐나다 의사들은 많은 수가 도로 귀국을 하는 것을 보면 두 나라의 의료 속에서
의사가 느끼는 만족도가 다르긴 다른 것 같습니다.
두서 없이 주저리주저리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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