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화창해 지더니 한낮 무렵에는 제법 따가운 햇살이 내려쬐는 초여름 날씨가 연일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때쯤 되면 점심 식사 후 몸이 나른해져서 업무나 가사에 집중하기 힘들어집니다. 특히 이런 날씨에는 어지러움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어지러움(Dizziness)은 두통처럼 흔히 겪는 증상 중 하나이지만 괜찮아지겠지 하는 생각에 종종 참고 지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드문 경우 어지러움은 심각한 질환의 초기 증세일 수 있어 마냥 가볍게 여길 수는 없습니다. 오늘은 어지러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합니다.


어지러움이란 말은 비슷한 여러 가지 증상을 모두 포함하여 일컫는 말인데요. “아찔해요”, “깜빡 했어요”, “주변이 깜깜해져요”, “머리가 멍해져서 잠시 동안 기억이 안나요”, “핑 돌아요” 등등 일상생활에서의 잠시 동안 힘이 빠지고 몸에 중심을 잡기 어려운 상태를 모두 어지러움이라 합니다. 우리가 돌아가는 놀이기구를 탄 후에 느끼는 주변이 모두 돌아가는 듯한 어지러움은 현훈(Vertigo)이라고 하며 대표적인 어지러움으로 분류합니다.
 

어지러움의 증상에 따라 원인이 되는 질병에 차이가 있는데요. 일단 현훈(Vertigo)인 경우는 주로 감각신경이나 내이(內耳)의 문제(예; 양성 발작성 두위 현훈, 내이의 염증, 메니에르증후군 등)로 발생되는 경우가 많으며 어지러움(dizziness)은 심혈관 질환 (예: 기립성 저혈압, 부정맥, 죽상경화증 등)이나 전신질환 또는 다른 기타 질환(예: 불안장애, 과호흡 증후군, 약물복용)으로 유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훈시에 보이는 시각증세 : 자신의 주변에 사물들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처럼 느껴짐

현훈시에 보이는 시각증세 : 자신의 주변에 사물들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처럼 느껴짐



만약 한동안 자리에 앉아 있거나 누워 있다가 갑자기 일어날 때 아찔한 느낌과 함께 주변이 어두워지는 것을 느낀다면 기립성 저혈압일 가능성이 많으며 이는 성장기의 청소년이나 연세가 많으신 노인분들에게 잘 나타납니다. 성장기의 청소년인 경우 급격한 체격증가로 몸 안의 체액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있으며 특히 여아인 경우 빈혈과 동반되어 상기 증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노인분들일 경우 혈관의 탄력이 감소하여 자세변화로 인한 혈압 변화를 제대로 보충해 주지 못해 증상이 발현됩니다. 또는 전립선 비대증으로 약물을 복용하고 있거나, 혈압약을 복용할 경우에도 기립성 저혈압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모든 약물이 이러한 증상을 야기하는 것은 아니고 또 복용하는 사람마다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속단하지 말고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자세변화와 더불어 주변의 사물이 돌아가는 현훈증이 생긴다면 이는 균형을 유지하는 내이의 이상일 가능성이 높으며 특히 1~2주 이전에 감기와 같은 증상이 있었다거나 귀안에서 소리가 나는 경우 또한 어떤 특정한 자세를 취할 경우에만 현훈이 발생 되는 경우에 내이의 이상을 더욱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내이는 고막(Ear Drum) 안쪽의 세반고리관(Semicircular canals)과 달팽이관(Cochlea)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소리를 전달하는 기능과 더불어 몸의 중심을 잡아주는 기능을 하고 있다. 이 기관들에 문제가 생기면 심한 어지러움이 발생함


양성 발작성 두위 현훈의 발생기전 :Otoconia 라는 석회화된 돌이 세반고리관으로 흘러 들어가 어지러움을 느끼게 됨




 Otoconia 의 현미경 확대 사진


대표적인 내이의 이상의 흔한 질환으로는 양성 발작성 두위 현훈(benign paroxysmal positional vertigo)과 내이의 염증이 있는데 전자는 내이 안에 석회화한 작은 돌(Otoconia)들이 떠다니며 어지러움을 유발하며 후자인 내이의 염증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생각되어지며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수일 내에 증세가 호전 됩니다.


또한 부정맥이 있는 환자나 혈관에 지방이 끼는 죽상경화증이 있는 환자의 경우에도 어지러움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뇌로 가는 혈관이나 심장의 혈관이 좁아져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그대로 방치하면 뇌경색이나 심근경색의 위험이 있을 수 있으므로 조기에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더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지름길임을 명심하셔야 할 것입니다.


혈관의 내부에 지방성분의 침착으로 혈관직경이 좁아져 혈액의 순환을 방해함


더불어 아래의 항목은 뇌경색이나 심근경색 등 응급상황에 나타나는 증상들로 아래의 증상들이 어지러움과 더불어 발생한다면 빠른 시간 내에 의료진의 진단과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새로 생기거나 이전과 다른 심한 두통
시력이 감소하여 뿌옇게 보임
청력소실
발음하기 어려움
손과 발을 움직이기 어려움
의식소실
넘어지거나 걸을 수 없음
감각이 둔해지거나 저릿한 느낌
가슴에 통증이 있거나 점차 느리게 박동 될 때


대개의 경우 어지러움 자체가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드물지만 어지러움으로 인해 큰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있으므로 만약 어지러움을 자주 겪는 분이라면 일상생활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셔야 하는데요. 이는 기립성 저혈압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갑자기 체위를 변경시킬 때 나타나는 어지러운 증상으로 안전 사고가 나지 않도록 (계단, 의자 등) 주의가 필요합니다.


먼저 어지러움이 발생 할 때는 넘어져서 크게 다치는 일이 없도록 즉시 앉거나 누워야하며 운전을 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필요하다면 평상시에 지팡이를 휴대하는 것도 좋으며 지나친 커피나 술, 담배는 혈관을 좁게 하여 혈액순환을 방해하므로 증세를 더욱 악화시키게 되므로 피하셔야 합니다.


얼마 전 진료실로 빈혈약을 처방받으러 왔다며 무조건 처방전을 원하시던 할아버님이 계셨습니다. 할아버님은 젊었던 시절 자주 어지러움을 느껴 그 당시 빈혈이라는 진단을 받으시곤 철분제와 영양제를 정기적으로 드신 후 완쾌 하신 적이 있는데 이후 연세가 드신 후에도 어지러움이 있을 때마다 무조건 약국이나 병원을 방문하여 빈혈 치료제를 복용했노라 말씀하셨습니다.


병원에서는 혈액 검사 결과 빈혈이 없어 빈혈 치료제를 처방해 주지 않으니 저한테 까지 찾아온 것입니다. 할아버님은 이명과 더불어 고개를 움직일 때마다 현훈이 발생하여 내이의 이상으로 인한 어지러움일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할아버님의 어지러움의 원인을 상세히 설명하여 겨우 할아버님의 고집을 꺾고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할아버님은 며칠 후 훨씬 밝아진 모습으로 다시 진료실을 찾으셨고 증세 또한 많이 호전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젊었을 무렵 어렵게 생활하셨던 할아버님이 빈혈이 있었던 까닭으로 당시의 어지러움을 치료할 수 있었지만 그 생각에 사로잡힌 나머지 현재의 어지러움의 원인을 다시 생각하지도 않고 오랫동안 효과 없는 빈혈 치료제만 드신 것만 생각하니 허탈한 웃음이 나왔습니다.


아무리 사소한 증상이라도 오랫동안 지속되면 즐거운 삶에 방해가 되며 드문 경우 심각한 질환의 초기 증세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흔히 겪게 되는 어지러움이라도 반복되는 경우 의료진과 상의하여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주변사람들을 둘러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하루되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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