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에- 병원에서 인턴하던 친구들이 놀러와서, 드라이브 시켜준다고 서남쪽 해안도로를 탔었다.  

한 마을을 지나다가, 경찰차 한 무리를 발견하고는 무슨 살인사건이라도 터졌나 하고 궁금해했었는데-  알고보니 그 곳이 바로 강정마을이었다.  한 켠엔 경찰차들, 한 켠에는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의 텐트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서귀포의 한 귀퉁이에 있는 강정마을은 국방부에서 해군기지로써 눈독을 들이기 전까진 정말 평범했던 작은 마을 중 하나였다.  그 강정마을이 어느새 사회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게 되었다.  제주도에 살고있는 주민으로써 관심있게 작은 이 마을을 둘러싼 첨예한 대립을 지켜보면서- 느꼈던 것들을 여기에 적어본다.

강정마을에서 충돌하고 있는 가치는 크게 세 가지인 것 같다.  자연보전의 가치, 주민의 생활권이라는 가치, 그리고 국방의 가치이다.  결국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자 말자를 논하려는 사람들은 위 세가지 가치 중에 어느것이 더 우선하는지를 마음속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다.  나도 마음속으로 결정해 보았다.

결론적으로 나는 국방의 가치가 가장 소중하다고 본다.  자연보전의 가치도 소중하고, 주민의 생활권이라는 가치도 소중하다.  

하지만 왜 우리는 자연을 보전해야 하는가?

자연을 지키지 않으면 인류도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후세들을 위해서라도 자연을 보전해야 할 것이다.  지구촌의 녹지는 자꾸 줄어만 가고, 탄소배출권 논의 등을 봐도 자연의 가치는 날이 갈 수록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한국이 국가의 주권을 뺏기면 자연을 지킨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한국은 일본, 미국, 중국이라는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다.  난 군대에 대해서라면 잘은 모르지만, 현대도 마찬가지로 강력한 국가의 군사력이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주변국들에게 이용만 당할 것이라는 것은 알고있다.  현대에는 핵전쟁의 위협 때문인지, 아니면 서로 너무 얽혀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이나 일본, 미국, 중국 정도 되는 나라들이 전면전을 펼칠 가능성은 낮다고 한다.  대신에, 강력한 군사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서로간의 협상에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이런 현실인식에 바탕하에서- 생각해보자.

만약에, 한국인의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고 할 지라도 자연을 보존해야 하는가?  극단적으로 말해서 한국이 경제개발 이전의 1970년대로 돌아가든가, 아니면- 지금보다 청년 실업률이 두배로 상승하고 가난한 노인들이 지금보다 두 배가 많아져 버린 상황을 가정해 보자.  그 이유가 동아시아의 군사력 균형이 지나치게 중국에게 기울었기 때문에- 중국의 입김이 너무 세서 우리니라가 중국과의 교역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계속 손해만 보게 되었기 때문이라면 어떨까?  

국력을 키우는 일이 과연 자연보전보다 중요할까?  




위 그림은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피라미드 이다.  사람은 아랫단계의 욕구가 충족되면 비로소 윗 단계의 욕구가 생긴다고 한다.  사람의 욕구는 단계가 있는데,  자연보전의 가치는 자아실현의 욕구에서 논의되는 가치라고 생각한다.  (물론 매우 장기적으로 본다면, 자연보전의 가치 역시 아랫단계에서 논의가 가능하겠지만..)

그렇다면 국가안보의 가치는 어디에 해당하는가?  나는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지 못해서- 국가의 힘이 약해지게 되고, 이로 인하여 안전의 욕구가 흔들리게 되버린다면- 그때도 자연보전의 가치를 감히 들고 나올 사람들이 있을까?  이 상황에서는 그건 '배부른 자의 투정'이 되지 않는가.

난 그래서 안보의 가치가 자연보전의 가치보다 더 우선순위를 주고 싶다.

(하지만 전제되어야 할 것은, 정말 강정마을이 군사적으로 중요한 요충지라는 점이 꼭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서- 대한민국의 국방력 및 미국의 동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이 강해져 힘의 균형을 이룬다는 것도 꼭 전제되어야 한다.)

주민의 생활권은- 국가의 안보와 비교한다면 어느 정도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절차의 정의는 꼭 지켜져야 한다.  군사독재 시절의 막가파식으로 주민들을 대하면 안된다.  국익에 의해서 함을 설명하고, 충분한 보상을 해 드려야 할 것이다.  물리적 충돌 역시 최대한 피해야 할 것이고, 주민들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마음 역시 필요하다.


끝으로,

강정마을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사람은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고, 찬성하는 사람은 반평화주의자인가?

사실 위의 '전제'에 그 실마리가 숨어있는데- 평화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이다.


간단하게 프레이밍을 해보자.  평화를 지키는 방법에 있어 딱 두가지만 있다고 가정한다.
 
1. 평화는 힘이 있어야만 지킬 수 있다.

2. 힘을 키우는 것은 각국의 군비 확충으로 이어져 평화를 깨트리게 된다.  따라서 '비폭력주의'가 답이다.

1번을 선택한다면 강정마을 해군기지 찬성, 2번을 선택한 사람은 반대의 입장에 서게 될 것이다.

무엇이 옳은지는 어려운 문제이다.  각자의 가치관에 비추어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역사를 보았을 때, 비폭력주의가 통한 적이 얼마나 있었나?  '예수', '마하트마 간디' 등 몇몇 사례를 빼고 비폭력주의가 통한적이 있었는지 2번을 택한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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