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그리스를 대표하는 의사 히포크라테스는 ‘의학의 아버지’로 추앙을 받습니다. 하지만, 히포크라테스 이전에 사람을 치료하던 사람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왜 의학의 역사의 시작에 히포크라테스가 있을까요? 특히 히포크라테스가 주장했던 4체액설은 지금의 현대의학에서 보면 허무맹랑한 이론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히포크라테스를 의학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의사가 됨에 있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게 되는 것일까요?





<히포크라테스 - 출처 : Flickr>


아마도 그 이유는 히포크라테스가 남긴 의학 지식의 자산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과 달리 고정관념을 깬 최초의 인물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전 시대의 주술 및 신비주의적 치료 개념에서 벗어났다는 것이죠. 질병이 하늘이 내린 벌이란 생각에서 벗어나 인체와 주변 환경에 따른 변화로써 나타나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죠.


물론 히포크라테스가 남긴 의학적 지식도 대단했습니다. 그 전에는 없었던 의학서적을 집대성하는 일도 히포크라테스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72권의 히포크라테스 전서가 그것인데요, 사실 히포크라테스가 혼자 쓴 것은 아니고 후대 의사들이 마무리를 했다고 하네요. 그러나 앞서 말씀 드렸듯, 4체액설 뿐 아니라 여러 가지 당시 주장들은 지금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현대 의학 발전에 밑거름이 되기는 했지요.


그렇다면, 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는 것일까요? 히포크라테스 전서에는 이러한 내용이 나옵니다.


‘의사는 언제나 금전적 이익이 아닌 명예를 추구하는 마음가짐으로 의료에 임해야 한다. 질병으로 고생하는 환자에게 신속한 처치를 하는 것은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으로부터 유산을 받는 것보다 유익하다…’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는 의사가 됨에 있어 ‘양심선언’ 쯤 될 것입니다. 이 선서는 당시 히포크라테스가 주장한 병자와 약자 중심의 의술, 의사의 숭고한 인격을 본받자는 취지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실제로 히포크라테스가 만든 것은 아닙니다. 히포크라테스 전서처럼 히포크라테스 이후의 후학들이 만들었고 그 것이 전해진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시대에 따라 그 내용도 조금씩 변해서 의과대학마다 걸린 동판의 내용도 조금씩 다르다고 하네요. 오늘날의 의대생들이 졸업할 때 선서하는 것은 과거로부터 전해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줄인 축약본입니다. 이는 1948년 세계 의사협회에서 현대 감각에 맞게 새로 제정한 히포크라테스 선서인데 당시 개최지인 제네바의 이름을 따서 ‘제네바선언’이라고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최초의 졸업식은 1804년 몽펠리에 의과대학 졸업식이였습니다. 이 선언을 하기 시작한지가 불과 200년 남짓인 셈이네요. 하지만 이러한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지금과 같이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상당히 추상적인 개념이라고 생각됩니다. 환자 중심의 의학 발전과 인권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단순히 환자를 위하면 된다는 생각보다 더 구체적인 의료윤리들이 제정되고 의학연구에 있어 규제로 적용되니까요.




<내 몸안의 과학 - (C)효형출판>

의학사를 뒤져보면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이 있습니다. 제가 추천하는 의학사관련 책으로는 ‘의학의 역사’ 재컬린 더핀. 신좌섭 옮김 (사이언스북스) 와 ‘내 몸안의 과학’ 예병일 (효형출판)이 있습니다. 의학사에 관심있으시다면 한번 구입해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조금 더 편하게 읽으시기에는 ‘내 몸안의 과학’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아~ 저자이신 예병일 교수님은 제가 좋아하는 생화학 교수님(은사님)이신데, 상당히 재미있고 다분히 괴짜같으신 분이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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