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7.8.18 금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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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환자와 지켜보는 가족 그리고 의사
오늘 아침에 환자 한분이 돌아가셨다.
돌아가실 것을 예상하고 있던 터라 별로 놀라지는 않았다.
회진 갔더니 이미 돌아가신 상태였는데
내가 화가 난건
돌아가신지 한시간이 넘었는데
아직 라인 정리도 안되있고 폴리도 안빼고 관도 다 안빼서 정리가 안된 상태였다는 점이다.
인턴 혼자 뭔가를 하고 있는데
엊그제 term change가 되어서 그런지
하는 모양이 영 불안하다.
가족들이 옆에서 계속 그걸 보고 있다.
가족분들을 다 나가게 하고
간호사를 불렀다.
인턴선생님에게도 얘기했다.

환자가 힘들게 치료받다가 돌아가셨는데
빨리 정리를 해서 가족들이 장례 준비를 하도록 도와 드려야한다,
시신에서 라인 정리 같은 걸 하는 걸 가족이 직접 지켜보고 있는건 별로 않좋으니 잠시 나가 계시라고 해야 한다 정리되면 병실로 들어오시게 해야한다,
준비가 더뎌 한시간 이상 별 조치없이 시신이 방치되어 있는 좋지 않다.
진단서도 빨리 떼어 드려서 연고지로 가실 수 있게 해드려야 한다.
의사가 시신정리를 할 때 간호사는 옆에서 어시스트 해서 신속히 정리가 되도록 도와야 한다.

그런 잔소리를 했다.
의학적인 내용은 아니지만, 정말 상식적인 내용 아닌가!


그 모양을 보고 있으니 그냥 속이 상했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
내 몸을 잘 다스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니 남탓 하지말고 나부터 잘 하자.
그렇게 생각하고 살려고 노력한다.
구조적인 모순에 대해 분노하고, 제도적 대안을 내는 일에 게을리 해서는 안되지만
난 일단 나부터 잘하려고 노력중이다. 그러고 보니 항상 나만 바쁜 것 같고 정신이 없다. 삶의 질도 떨어지고 일의 질도 떨어진다.
암환자 진료에 있어서 의료진간 철학이 공유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 환자.
아침인데 보호자들이 다 모여있다.
다들 얼굴이 벌겋다.
어쩐 일이시냐고 했더니
응급실에서
응급상황시 기관삽관 할거냐 말거냐를 묻고 기관삽관을 해도 돌아가실 수도 있고.... 경고성 발언을 많이 들으셨다. 중환자실 입실하지 않겠다, 기관삽관 안하겠다 각서쓰고 일반병실로 입원하셨다.
골반뼈에 방사선 치료를 하고 퇴원하신지 5일 정도 되었는데 방사선치료 후 설사를 하면서 혈압이 떨어진 상태로 오신 모양이다.
응급실이라는 곳이 원래 사느냐 죽느냐를 결정해야 하는 긴급한 곳이니 이해하시라고, 지금 상태가 별로 좋지는 않지만, 아주 큰 위기는 아니니 보존적 치료를 잘 하면 좋아지실 것 같다고, 너무 섭섭해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렸다.

이 환자는 방사선치료 2주 후에 임상연구로 항암치료를 시작할 계획을 가진 환자였기 때문에, 그만큼의 전신상태가 유지되고 있었고 완치는 아니지만 좋아질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는 환자였다.
그러므로 각서를 꼭 써야 하는 상황은 아니었으며
만약 그런 않좋은 일이 생긴다면
나는 이 환자를 중환자실로 입실하도록 하여 적극적인 치료를 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환자였다. 이런 나의 내심 결정방침에 대해 응급실에서는 알 수 없었겠지. 그럴거면 응급실에서 나한테 전화라도 한번 해주지 그랬었나... 결국 나는 가족들에게 명함을 드렸다. 어려운 상황이 생기면 전화하세요. 가족들이 너무 많이 울고 힘들어했다. 다독이느라 힘들었다.

나는 심리적으로 허약해서 상처받으면 오래 가는 편이고 그래서 상처받는게 두렵다.
그래서 환자들도 상처받게 하고 싶지 않다.
환자들에게 미안한 연휴다.

이수현  socmed@bravomybrea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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