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끝장토론에서, 광우병 쇠고기를 먹었을 때 소위 인간광우병이라고 알려진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과 관련하여 시중에서 떠돌고 있는 과학적 사실에 대한 기자분들의 질문에
대하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여 답변을 하였지만 이해가 쉽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고 인간광우병에 걸려 고생할 바에는 극약을 먹겠다는 글을 홈피에 올린 연예인이 있는가 하면 미국산
쇠고기가 학교급식으로 공급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이를 저지해야 한다면서 조그만 손에 촛불을 들고 청계천광장에 모여드는 어린
학생들을 보면서 당혹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의문점에 대하여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설명하여 걱정을 덜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대책마련이 서툴렀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사실 1986년 영국에서 첫 번째 광우병
사례가 보고된 다음에 영국정부의 대응 역시 느려터지기만 하였고, 심지어는 은폐하려는 시도까지 있었다고 영국정부에서 발간한
<광우병백서>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광우병에 걸린 소가 급격하게 늘어나게 되면서 결국은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는 소를 퇴출시키기 위한 대규모 조처가 시행되었습니다. 결국은 1996년 통상적인 자발형CJD(sCJD)이 발생하지 않는
19, 17, 29세에서 발생한 CJD환자들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에 오염된 음식을 섭취한 것이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는
공식발표가 있자 영국국민들은 패닉상태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영국에서 광우병과 vCJD가 발생한 경과를
살펴보면, 1988년 이전에는 727마리가 발생하였지만 88년 2180마리, 89년 7133마리, 90년 14181마리, 91년
25026마리, 그리고 92년 36680마리를 정점으로 하여 감소세로 돌아서 지난해에는 7마리만 광우병에 걸렸다고 합니다. 한편
vCJD는 95년에 처음 발견되 이래 늘어나기 시작해서 2000년에 28명이 발생한 것을 정점으로 하여 하향세로 전환되어
지난해에는 5명이 발병하였고, 금년에는 아직까지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광우병과 vCJD의 outbreak 가
통제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그래프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넷에서 혹은 국민들 사이에 떠돌고 있는 vCJD에 관한 걱정거리를 정리해보았습니다.



1. 광우병 병원균은 아주 극소의 양만으로도 사람에게 광우병을 일으킬 수 있고, 발병은 오랜 잠복기간을 거치며, 소독하거나 끓여도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사실인지


-
광우병이나 vCJD를 일으키는 원인체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등과 같은 미생물이 아닙니다. 물론 아직도 미생물일 가능성을 버리지
않고 있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현재 받아들여지고 있는 설은 프리온이라고 하는 단백질이 원인체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프리온이라고
하는 단백질은 정상인 사람의 몸에 있는 단백질입니다. 문제는 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은 비정상 프리온입니다. 비정상프리온이 몸에
들어오면 정상프리온을 변형시켜 비정상프리온이 되도록 합니다. 비정상프리온이 세포에 쌓여서 죽게 되면 증상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
이 병은 잠복기가 매우 길기 때문에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을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쥐, 햄스터와 같은 실험동물에서 실험을
합니다만 실험기간을 줄이기 위하여 뇌에다 병에 걸린 개체의 뇌를 갈아서 접종을 합니다. 그럼에도 증상이 나타나는 기간은 비교적
긴편입니다. 최근 실험을 보면 5그람의 뇌를 마카키 원숭이에게 먹였더니 60개월이 지난 다음에 증상이 나타난 개체도 있었지만
다른 개체는 76개월동안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 질환에 이환한 개체에서 뇌, 두개골, 척수,
눈, 혀, 편도, 회장과 같은 7가지 주요 특정위험물질(Specific Risk Material; SRM)과 척추, 장간막,
비장, 우족, 비장 그리고 내장과 같은 기타 SRM이 있습니다. 7가지 SRM은 프리온이 고농도로 들어있는 장기이며 그밖에
SRM에는 그보다 적은 양이 들어 있습니다. 근육에는 아주 낮은 농도로 들어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 프리온은 끓이거나 300도 정도의 건열, 자외선조사, 혹은 알코올, 암모니아, 포르말린, 과산화수소와 같은 소독제로 불활성화할 수는 없습니다.


-
하지만 121도에서 15분 이상 고압멸균하거나 3%sodium dodecyl sulfate로 끓이거나, NaOH나 차아염소산으로
처리를 하거나 1.5배의 물을 가하여 희석한 sodium hypochloride(bleach-락스)에 처리하는 경우 불활화시킬
수 있습니다.



2. 우리나라 사람은 외국인보다 유전자구조가 광우병에 훨씬 취약하여 외국인보다 몇 배나 높은 발병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사실인지


-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CJD와 vCJD를 정확하게 구별하지 못한데서 오는 혼란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이미 발생한 vCJD 환자가 모두 PRNP codon 129이 MM형으로 구성된 환자이라는 사실과 백인은 40% 내외가
MM형인데 반하여 한국인은 95%가 MM형이기 때문에 광우병소고기를 먹으면 100% 인간광우병에 걸린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 실제로 vCJD의 codon 129형을 조사한 여러 논문에서는 MM형이 유전적 위험요인이 된다는 해석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 1995년에서 1999년간에 발생한 vCJD환자사례에서 2예의 VV형이 발견되었고, 수혈로 감염된 vCJD 환자사례 1예에서 MV형이 발견된 바 있습니다.


- 파푸아뉴기니에서 오랫동안 만연되어 왔던 쿠루병(프리온질환이 사망자의 뇌를 먹는 풍습으로 인하여 풍토병으로 오랫동안 자리잡아 온 질환형태)에서 VV형의 경우 발병이 늦게 나타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 또한 동물실험의 결과를 보면 VV, MV, MM형의 순서로 질환이 나타나고 있어 질환에 대한 감수성은 VV형이 가장 높다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 다만 MM형이 잠복기가 가장 짧기 때문에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것입니다.


- 영국의 과학자들은 MM형의 유행은 수그러들었지만 과연 MV형이나 VV형의 파고가 다시 나타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MV형의 파고가 나타나면 현재까지 발생사례의 다섯배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
하지만 위의 표에서 보시는 것처럼 영국에서의 소의 광우병과 사람에서 vCJD의 발생현황자료를 보면 소에서의 발병이 피크를 지난
뒤에 vCJD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8년 뒤에 vCJD가 피크를 지나 감소세로 접어들었고, 현재 소멸단계에 있다고 보여집니다.


- 즉, MM형의 vCJD는 통제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
중요한 통계자료가 있습니다. 백인들의 codon129형을 보면, MM형이 40%, MV형이 50%, VV형이 10%로
구성됩니다. vCJD에서는 대부분 MM형(최근에 확인된 3사례의 VV형과 MV형이 있습니다)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광우병 무관한
sCJD(자발형 CJD에서도 MM형이 74%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발형 CJD는 전인류에서 나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100만명에서 0.5~1명이 발생하는 것으로 동일하게 나온다는 것입니다. 즉, MM형이 CJD에 대하여 특별하게 위험요인이 될
수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 또한 최근의 연구보고(TRENDS in Molecular
Medicine Vol 17)성적을 보면 cVJD특성을 가진 마우스에 vCJD환자의 뇌를 갈아서 접종하였더니 MM형질의 마우스
17마리 중 11마리, MV형 마우스 16마리 중 11 마리, VV형 16마리 중 1마리에서 증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MV형과 VV형은 증상이 늦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되었기 때문에 실험을 연장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의문입니다.  이 실험에서
눈에 띄는 것은 MV형이 오히려 MM형보다 1례가 더 많기 때문에 감염의 위험이 더 높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3 CJD와 vCJD는 MRI로만 확진이 가능하다.


- CJD에 합당한 임상증상을 보이는 환자에서 vCJD의 가능성을 높이는 특징적인 MRI(시상이라고 하는 뇌부위의 변화를 볼 수 있음)이 있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하지만 75%정도에서 나타나며 확진법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 확진은 부검을 통해서 얻은 사람의 뇌조직에서 특징적인 CJD와 vCHD(꽃모양의 반점이 발견됨)의 소견을 확인해야 하며, 이상단백질(이상 프리온)에 대한 특수검사를 시행해야 확진이 가능한 것입니다.



4 <광우병>이라는 제목의 번역서에서 주장하고 있는 미국내 알츠하이머병이 폭증하고 있다는 주장과 이런 현상은 알츠하이머병으로 오진된 vCJD가 적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에 대하여


- 20세기 초반 미국에서 질병으로 사망하는 경우 부검율이 60%에 달하였지만 사망전 진단기술의 발달과 적지않은 부검비용을 보험회사에서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부검율이 격감하여 10%를 겨우 상회하고 있습니다.


-
하지만 1980년대 초반부터 뇌은행이 설치되고 치매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치매환자에 대한 부검이 증가추세에 있습니다. 즉
민간분야에서 주도되고 있는 치매환자의 부검사례가 증가된 것을 2000%나 폭증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
또한 특정 학자가 소수(50사례 내외)의 치매환자의 뇌를 검사하였더니 CJD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인용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특정 연구기관에 CJD환자가 집중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즉, 적절한 숫자의 부작위의 사례을 통합분석한 통계사례의 인용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가지 걱정스러운 점은 반대의 논거로 인용하고 있는 과학자료의 해석이 과연 적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대인의 신화에 나오는 골렘은 진흙과 물을 섞어 인간을 닮은 인형을 만들고 마법과 주문을 걸어 생명을 불어넣은 자동인형이라고
합니다. 골렘은 강력하며, 또 날마다 조금씩 더 강해지는데, 인간의 명령에 따라 할 일을 대신해주고 위협하는 적으로부터
보호해주지만, 반면 다루기가 힘들고 위험하다고 합니다. 골렘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골렘은 엄청난 힘을 마구 휘둘러 주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과학적 성과는 골렘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과학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습니다. 지난번 황우석교수 사건 때도 느꼈던 것입니다만, 전문가들에 의하여 수행되고
그 결과가 실용화되기 전에는 아무래도 전문가들에게 맡겨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서도 지적했습니다만, 광우병과 vCJD의 경우도
매우 전문적인 분야에 속하는 일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정말 희소합니다. 그들이 심도있는 논의를 통하여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인간을 편하게 해줄 수 있는 과학이 잘못 오도되는 경우에 인간을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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