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환/B형간염



군대에서 B형간염치료제가 연간 14,000개 처방된 것
이 왜 문제인가?

간질환/B형간염 2011/08/25 17:46

오늘(2011년 8월 25일) 민주당 주승용 의원(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수 을)은 군의료에 대한 보도자료를 발표하였습니다. 아래와 같이 세 가지 문제를 지적하였는데 그중 B형간염에 대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주승용 의원의 보도자료 중 B형간염에 대한 내용입니다.





http://www.joo-sy.com/press/news/index.html?mode=view&bid=action&cno=395

원문주소 :  http://www.joo-sy.com/press/news/index.html?mode=view&bid=action&cno=395


 


주승용 의원의 문제 제기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1.     군대에서 연간 14,000개의 B형간염치료제를 쓰고 있다.


2.     이들 약을 쓸 간염환자는 4급으로 군에 입대하지 못한다.


3.     입대하기 전이 아니라 입대해서 발병한 것이다.


4.     내무생활에서 감염된 것인지 외출, 외박으로 감염된 것인지 확인 해야한다.


5.     군대 내 B형간염발병 원인과 특성에 대한 역학 조사를 했는가.


주승용 의원이 말한 내용을 하나씩 짚어 볼까요
 




1. 군대에서 연간 14,000개의 B형간염치료제를 쓰고 있다.


14,000개라고 하니 매우 많은 양 같습니다만


만성B형간염치료제는 하루에 한 정씩 복용합니다. 복용기간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만 일단 치료를 시작하면 최소 1년 이상은 복용합니다.


평균 1년씩 치료를 받았다면 14,000개는 38.4명이 복용한 양입니다.


 


군입대자 가운데 B형간염보유자가 어느 정도일까요?


90년대 중반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4.6%입니다. 우리나라 군인을 60만명으로 가정하면 27,600명의 만성B형간염보유자가 군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위에 언급된 연구는 아래에서 다시 자세히 보겠습니다.


27,000 여 명의 만성B형간염보유자 가운데 약 40명 정도가 항바이러스제로 치료를 받았다면 오히려 치료 받는 사람의 수가 너무 작은지를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도 역시 뒤에서 다시 보겠습니다.


 




2. 이들 약을 쓸 간염환자는 4급으로 군에 입대하지 못한다.


네. 맞습니다. 군신체검사에서 만성B형간염에 대한 판정 기준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타당한 적응에 의하여 항바이러스 치료 중이거나 치료받은 병력이 있는 경우 : 4급

 




3. 입대하기 전이 아니라 입대해서 발병한 것이다.
4. 내무생활에서 감염된 것인지 외출, 외박으로 감염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주승용 의원실의 주장은 여기에서부터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입대해서 발병한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감염과 발병을 구분하지 못했는데요.


- B형간염의 원인이 되는 B형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된 것과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해야할 B형간염이 발병한 것은 시기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  B형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간효소 수치(AST, ALT)가 상승하지 않은 무증상 보유자는 치료 대상이 아닙니다.
- 또 이런 무증상 보유자라고 하더라도 어느 때인가 간효소 수치가 상승하여 치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군에서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은 만성B형간염환자들은 간효소 수치가 정상인 상태에서 입대한 후 간염이 발병했을 것입니다. 군에 입대한 만성B형간염보유자의 수에 비하면 충분히 그 정도 수는 충분히 간염이 발병할 수 있습니다.
군에서 진행된 연구로 추정하면 B형간염보유자 27,600명이 복무했을때 연간 약 172명이 발병(입원)하게 됩니다.


 


더군다나 장병이라고 하면 장기 근속 중인 장교와 부사관도 포함됩니다. 만성B형간염보유자도 무증상 보유자는 장교와 부사관으로 입대가 가능하니 치료 기간이 더 긴 만성B형간염도 있을 수 있습니다.


 


B형간염은 급성B형간염과 만성B형간염으로 구분합니다.


이 둘을 구분하는 기준은 B형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된 지 6개월이상인지, 이하인지입니다. 주승용 의원이 말한 내부생활, 외출, 외박으로 감염된 장병이라면 급성B형간염일 것입니다.


그런데 급성B형간염은 항바이러스 치료를 하지 않습니다. 급성B형간염에서 항바이러스 치료를 한다고 증상이 더 적은 것도 아니고 만성B형간염보유자가 되는 가능성을 낮추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처음으로 B형간염바이러스 감염을 확인하고 간효소 수치 상승이 있는 간염환자는 급성B형간염인지, 만성B형간염인지를 꼭 구분해서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이 둘을 구분할 수 있는 검사도 있습니다.


 




5. 군대 내 B형간염발병 원인과 특성에 대한 역학 조사를 했는가


네. 군대 내에서 진행된 역학 조사가 있습니다.

1994년 5월부터 1997년 12월까지 입영한 자 가운데 혈청검사를 한 258,028명이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였으며


연구의 주체는 당시 군병원 병원장이었던 김록권 선생님이었습니다. 김록권 선생님은 이후 군의관 중 가장 높은 위치인 국군의무사령관(중장)을 역임했으며 2008년 예편하셨습니다.


역학 조사 결과는 아래 논문을 보시면 됩니다.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 군 입영자에서 HBe항원 양성자가 정상인의 B형간염 발생에 미치는 영향. 김록권. 1999. 가톨릭대학교 보건학 박사학위논문.

 


내용을 요약하면



1994년 5월 ~ 1997년 12월 입영 대상자 중 혈청검사를 한 258,028명 가운데


HBsAg이 양성인자(B형간염보유자)는 11,879명으로 4.6%였음


이중 HBeAg이 양성인 B형간염보유자는 6,402명으로 B형간염보유자의 53.9%였음


B형간염보유자가 아니었다가 B형간염이 발병한 환자는 1.1명/만인.년이었음


B형간염보유자 가운데 임상증상과 간기능 이상이 나타난 간염환자는
     HBeAg이 음성인 경우 16.7명/만인.년
     HBeAg이 양성인 경우 75.5명/만인.년


통계적인 검정결과 무증상HBeAg 양성자(간염바이러스 증식이 많은 사람)의 영향으로 HBsAg음성자(간염보유자가 아닌 사람)가 B형간염에 이환될 위험이 증가한다고 말할 수 없다.


이 연구를 근거로 군대는 무증상 B형간염보유자를 현역입영시키고 있습니다. 만약 군대 내에서 B형간염이 전파된다면 현역입영하지 말아야겠지요.


이 논문의 결론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무증상 HBeAg 양성자들에 의한 군대 내에서의 수평감염을 염려하기 보다는 대부분이 수직감염에 의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무증상 HBeAg 양성자들 스스로의 재활성화에 의한 현증 B형간염 발생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


쉽게 풀면 B형간염보유자에 의한 전염은 걱정하지 말고
이미 입대한 B형간염보유자의 건강관리를 잘 해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주승용 의원이 군대 내 항바이러스제 처방량이 14,000개라는 것을 알았을 때 질의 했어야 할 문제는 이렇지 않았을까요?




1.     군대 내 B형간염보유자의 수와 기존의 발병률에 비해 처방량이 너무 작다.


2.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입대한 만성B형간염보유자의 건강관리에 소홀한 것이 아닌가(발병 여부를 확인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3.     발병한 B형간염환자 중 사비를 들여 군대 밖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가 있는 것은 아닌가


4.     군대 밖에서 치료 받는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덧붙여서


1.     보도자료에 약이름은 틀리지 말아야 합니다. '라픽스'라는 약은 없습니다. '제픽스(라미부딘)'입니다.


2.     전 국군의무사령관이셨던 김록권 선생님께 연락하시면 더 자세한 내용을 들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연락 방법은 구글에서 1분이면 검색하실 수 있습니다.


3.     보도자료를 내기 전 의사나 약사, 또는 시민단체에라도 문의했다면 이렇게 잘못된 내용이 나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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