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을 경험해보지 못했습니다. 모든 학교가 의전원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당시 도입할 때 워낙 의견들이 다양했기 때문에 지금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해졌던차에, 얼마전 의전원과 기존의대 과정이 공존하는 대학의 졸업생을 만났습니다. 들어보니 교수님들의 견해차이도 크고, 학업 성취도 평가에 있어서도 이견이 있는 것 같더군요.


의전원 체제를 도입한데에는 다음과 같은 목적이 있다고 합니다.


1) 사회지도층으로 인식되는 의사를 '기술사'가 아닌 교양과 도덕성을 갖춘 '인술사'로 양성하기 위한 교육시스템 구축

2) 예과생의 면학열 저하현상 시정 및 의학 전 교육에 다양하고 폭 은 교육과정 도입 유도

3) 생명. 의과학자(MD-PhD), 의법학자(MD-JD), 의경영학자(MD-MBA) 양성과정 등 다양한 복합학위과정 개설 등 선진화 된 교육훈련 시스템 도입

4) 대학입학 단계에 집중된 과열 경쟁 완화

5) 고등학교 이과 졸업생 중 우수인력의 의과대학 집중 현상을 방지하여 기초 학문 분야 보호


이 중에서 제가 의전원의 긍정 효과로 납득(?)하는 부분은 '대학입학 단계에 집중된 과열 경쟁 완화' 효과 입니다. 정확히 말해 집중된 과열 경쟁을 완화시키는 효과라기 보다는, 고등학교 입시제도 이외의 진입 경로가 있으므로해서 의학도가 되기를 원하는 지망생들에게 기회를 더 줄수 있다는 것이죠. 대학전에 공부잘 한 것이 평생 공부 잘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현실을 바꿀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크지요.


2008년 현재 전국 41개 의대 중 27개 대학 1641명이 의전원으로 전환된 상태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가 꼭 긍정적이지는 않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이전 제 개인 블로그에서 '의전원을 지망하기 위해 공부중인 딸을 둔 분'이야기를 했습니다. 의전원에 입학하기 위해, 대학 4년이 입시준비의 연장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또한 전문대학원으로 전환되면서 비싸진 등록금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실제 교과과정은 의대와 같으면서 대학원이란 형식 때문에 1년 등록금이 2000만원이 넘는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물론 교육과정의 차별을 꾀하고 있다고 들었으나 그러한 교육과정의 변화는 의대에서도 똑같이 있지요. 의전원이 되었기 때문에 일어난 변화라고 하기에는 좀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더 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그렇게 의전원으로 변경되서 의대 제도보다 더 양질의 의사를 배출할 수 있는가란 문제입니다. 오히려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것은 아닌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고급인력이 아니라 비싼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라면 대책이 필요하겠죠.


양질의 의사배출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교육과정도 있지만, 진로를 결정한 학생들의 자질이나 진로 선택 동기들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의전원 실시전에 많은 우려들이 있었습니다. 의학 학문적 전달과 이해는 강의실에서 이뤄지지만, 병원내 환자를 보는 일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경험과 방법을 전달하는 도제식 교육이 될 수 밖에 없는 실정에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한 배경이 득보다 통제 불가능한 단점으로 작용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또한, 철없을(?)때 의사가 되겠다고 결정한 학생들과, 사회생활을 경험하고 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사람들과 순수성도 차이가 있겠냐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있습니다. 아직 이러한 우려가 사실인지는 알수가 없습니다. 아직 졸업생도 배출되지 않은 상태이니까요. 그러나 학업성취도와 진로선택 동기를 의대생과 의전원생을 비교한 (윤태영, 강진오 2006 춘계의학교육학회) 연구에서는 큰 차이는 없었다고 합니다.


현재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장을 맡고 있는 정문기 교수님의 '의학전문대학원의 장점과 보완점'이란 기고문을 보면, 과거 의대와는 다른 점으로 다음과 같은 예를 들고 있습니다.


첫째, 스터디 그룹 및 동아리 활동 쇠퇴

둘째, 다양한 학부 출신 배경과 사회 경험이 상호인정 또는 존중의 교우 관계를 형성시키며, 따라서 leadership과 follow-ship이 잘 조화되어 주어진 과제(mission) 수행에 상호 협조적 태도가 잘 나타난다.

셋째, 사회생활에서 체득한 예의와 문제 해결 방식의 수준이 높다.

넷째, 비합리적이거나 일방적 하향 명령 형식에 대한 거부감이 높고 비판의 수준과 예리함이 쉽게 관찰된다.

다섯째, 학교 행사에 대한 참여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여섯째, 높은 학습동기로 인하여 대화형 토론형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이전에 의전원 형식이 아닌 편입제도가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입시 이후의 또다른 기회란 면에서는 의전원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의전원이 정말 전문 대학원으로 이전의 학부에서의 전공을 잘 살릴수 있고, 기존 의대와 다른 양질의 의사를 배출하지 못한다면 과거 편입제도에 비교해 비용만 더들고 시간만 더 걸리는 비효율적인 제도가 될 수 있기에 앞으로 더많은 관심과 보완책이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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