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대학병원의 식물인간이 된 환자의 보호자들이 평소 환자의 뜻에 따라 '존엄사(소극적 안락사)'를 인정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에 이어 헌법 소원까지 했다고 합니다. 살수 있는 권리가 있듯, 죽을 권리를 인정해달라고 하는 문제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 아닐 것입니다.


위의 환자 상태를 통상적으로 이야기하는 말기환자 상태로 봐야하는가에 대해서는 환자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뭐라고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식물인간이라고만 언론에서 나왔는데요, 식물인간에 대해서는 이전 포스트를 참고해주십시요. 의학적으로 식물인간 상태라면, 식물인간 상태를 말기환자로 봐야하는지에 대한 논란도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사협회에서 공포한, 의사의 윤리강령의 16조에 말기환자에 대한 의료 개입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제정 2001.
04. 19. 개정 2006.
04. 22.) 이는 의료법이 아닌, 윤리 강령입니다.



 제16조(말기환자에
대한 의료의 개입과 중단)

①  의사는 죽음을 앞둔 환자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줄이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

②  의사는 죽음을 앞둔 환자가 자신의 죽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한다.

③  의사는 감내할 수 없고 치료와 조절이 불가능한 고통을 겪는 환자에게 죽음을 초래할 물질을 투여하는 등의 인위적, 적극적인 방법으로 자연적인 사망 시기보다 앞서 환자가 사망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  의사는 환자가 자신의 생명을 끊는 데 필요한 수단이나 그에 관한 정보를 의사가 제공함으로써 환자의 자살을 도와주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명을 '존엄하게 죽기 위해' 의학적 도움을 받는 것은 국내에서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10년전 보라매 병원 사건의 판결에서 뇌수술을 받고 의식불명인 상태였던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뗀 행위에 대해 당시 부인에게는 살인죄, 의료진에는 살인방조죄를 각각 적용했습니다.


하지만, 환자의 상태가 명백하게 말기상태로 더 이상의 의료행위가 의미없을 경우에는 소극적으로 안락사를 인정하기도 합니다. 안락사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에 대해 해당 병원과 의사, 가족 모두 거부 반응을 보이겠지만 넓은 의미에서 보면, 아주 소극적인 안락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의사 윤리강령에도 나와있고, 실제 법원에서도 간경화 말기환자의 호흡기 제거를 한 의사 2명에 대해 혐의 없음이란 판결을 내린바 있습니다.



 제18조(의학적으로
의미없는 의료행위의 중단 등)

의사는 의료행위가 의학적으로 무익, 무용하다고 판단된 회생가능성이 없는 환자에 대하여 환자 또는 그 보호자가 적극적이고 확실한 의사표시에 의하여 환자의 생명 유지치료 등 의료행위의 중단 또는 퇴원을 요구하는 경우에 의사는 의학적, 사회통념적으로 수용될 수 있다고 판단되면 그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고 법령이 정하는 절차와 방법에 따라 그 의료행위를 보류, 철회, 중단할 수 있다.


소극적, 적극적 안락사 논란과는 별개로, 말기환자는 심폐 소생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무의미한 생명 연장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라고 할 수 있는 것인데요, 보통 DNR 이라고 하며, 환자와 보호자가 동의할 경우 의사는 DNR 처방을 내리고, 차트등에 환자가 심폐정지상태에서 소생하지 않도록 DNR 을 붙여놓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DNR에 동의한 가족들이 철회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암과 같은 질병이 아니고, 갑자기 찾아온 질병일 경우 그러한 요구가 더 많습니다. 그러나 심폐소생을 하더라도 일순간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수는 있으나, 그러한 행위가 환자의 질병의 진행을 막을 수 없고 오히려 괴롭히는 행동이 될 수도 있습니다.


BMJ에 'DNR or PEACE'란 제목으로 기고한 John Crampton이라는 영국의 의사는, 이러한 가족들의 요구가 DNR(Do Not Resuscitation)이라는 용어에서 부터 생길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생이라는 단어가 성공시 생명을 다시 살린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보호자들이 심폐소생거부에 대해 철회를 요구하기도 한다는 것이죠. 때문에 환자가 편안히 가도록 DNR 대신 PEACE란 단어를 차트에 꼽아 놓는 것은 어떨까하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죽음을 대처하는 방법, 의사에 대한 요구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DNR과 같은 요구를 하는 환자도 있지만, 죽음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던 경우에는 의학적으로 소생 가능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생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theatrical cardiac massage' 라고 할 수 있는데, 소생 가능성이 없는 심폐소생술로, 쇼피알(Show와 CPR의 합성으로 만들어진 은어)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마지막까지 모든 의학적 장비와 처치를 동원해 생명 연장을 시키는 것과 의료 장비등의 도움을 거부하고 자연사하는 것의 간극은 매우 커보입니다. 현실적으로는 의학적 도움을 거부한 자연사는 자연사가 아닌 자살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때문에, 대중적인 공감대와, 법적, 윤리, 종교적인 검토가 필요한 문제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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