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의료에 IT를 접목시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의료비가 상승하고 있고, 전통적인 의료 패러다임으로는 현재 상황을 타파하는데 한계가 있다 보니 새로운 돌파구로서 IT와의 융합을 찾는 면도 있지요. 특히 미국은 비싼 의료비 문제가 가장 심각한 국가 중 하납니다. 그러다 보니 IT와 의료를 융합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가장 활발합니다. Web 2.0이라는 새로운 인터넷 환경과 ‘소비자 중심의 의료’가 만나 Health 2.0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나온 곳도 미국입니다. 저는 지난 9월 25일부터 일주일간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Health 2.0 컨퍼런스와 미국에서도 앞서가고 있는 혁신 병원들을 탐방했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아주 간단하게 정리해보려 합니다.


Day 1, 2, 3. (9/25-9/27)

Health 2.0 Conference



Health 2.0 컨퍼런스 메인홀 모습

Health 2.0 컨퍼런스는 올해로 5회를 맞이했습니다. Matthew Holt라는 블로거가 소규모 모임으로 시작한 것이 지금은 30개의 세션과 150명의 연자, 참여기업 수는 1500개에 이르는 대형 컨퍼런스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형식은 소규모 포럼과 같아서 편안한 토크쇼처럼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더군요. Health 2.0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이곳에는 IT를 활용해 의료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새로운 시도 모두를 Health 2.0이라는 이름으로 아우르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벤처들은 컨퍼런스에 별도의 후원을 하지 않고 발표할 기회를 얻는다는 점도 참신했고, 그렇기 때문에 해마다 새로운 기업들을 만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Health 2.0 컨퍼런스 의장인 Matthew Holt와 명지병원 이왕준 이사장님과 함께 찍은 사진


Health 2.0 컨퍼런스에 참여하는 기업들로는 GE와 같은 전통적인 헬스케어 기업부터 IT 기업의 신화라고 할 수 있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최근 스마트폰 앱스토어에서 볼 수 있는 건강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해 배포하는 벤처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기업들 뿐 아니라 켈리포니아 지역의 대표적인 HMO(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인 Kaiser Permanente, 켈리포니아 보건 당국까지 참여해서 격식 없이 의견을 나누는 것은 굉장히 인상적이었지요. 참여 기관과 개인에 대한 네트워크가 Matthew Holt를 통해 이뤄진다는 것은 좀 놀라웠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매튜와 개인적 친분이 있는 것처럼 (실제로 친하든 그렇지 않든)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Health 2.0 컨퍼런스에 또 다른 주인공은 Indu라는 인도 여성인데 MD 이자 MBA 출신입니다. 실제 경영적인 부분은 다 맡아서 진행하는 것 같더군요.


Day 4. 9/28

스마트 워크의 정세주 대표


서울대학교 BIKE Lab 김보람 연구원

이번 Health 2.0에서 만난 반가운 분은 서울대 바이크랩의 김보람 연구원입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함께하면서 많은 공감을 나눴습니다. 특히 제가 바(bar)에 맥에어를 두고 왔는데 찾아주신 고마운 분이죠~! 그 은혜 꼭 갚을게요! (문제는 그 다음날 갤 탭을 잃어버렸다는... 나는 왜 이럴까요.)

Day 4. 9/28

파괴적 의료혁신의 저자 크리스텐슨 교수 미팅 @Innosight Institute



Innosight institute(혁신 연구소) 앞에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크리스텐슨 교수는 파괴적 혁신이라는 경제학 개념을 도입한 석학이십니다. 보건의료 역시 파괴적 혁신 이론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파괴적 의료 혁신(원제 : The Innovator's Prescription) 책의 내용입니다. 혹시 아직 안보셨다면 꼭 읽어보세요. 헬스케어 산업 전반에 이해와 앞으로의 전망까지도 알 수 있습니다. 키가 엄청 크시더라고요. 청년의사에서 책을 번역한 인연으로 이렇게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좌측부터 이왕준 이사장님, 크리스텐슨 교수님, 청년의사 신문의 박재영 국장님, 그리고 접니다.


Kaiser Permanente의 Garfield Innvation Center

카이저의 가필드 혁신센터는 보건의료 분야 혁신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곳입니다. 국내 유수의 S 기업도 이 가필드
혁신센터와 협조하여 헬스케어 장비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혁신센터는 큰 스튜디오 형태로 그 안에는 실제 병동과 똑같은
모델하우스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새로운 장비나 기술이 실제 환자가 있는 병원에 적용되기 전에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인
셈이죠. 이런 공간을 제공하다 보니 헬스케어 기업들이 자연스레 가필드 혁신 센터를 이용하게 되었고 실험과 연구도 함께 진행하게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의 생태계를 형성한다고 할까요?










산모가 병원에 왔을 때 앞으로의 진행 상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든 게시판. 가필드 혁신 센터에서는 복잡한 IT 기술 뿐 아니라 환자 돌봄에 있어 도움이 되는 업무 프로세스 개선이나 케어디자인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간호사들이 환자 약 등 중요 업무를 할 때 입는 조끼. 이 조끼를 입는 다는 것은 ‘지금 헷갈려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으니 방해하지 말 것’이란 무언의 표현을 하는 것입니다. 환자 약물 포장하고 있다가 누군가 불러 딴 일을 하게 된다면 약물 사고가 날 수 있는데요, 그런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죠. 실제 효과가 좋아서 현재 카이저 병원에서 실제로 적용되고 있답니다. 패션(?)의 측면에서 보면 조끼는 좀 부담스러워서 간단한 띠 형태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카이저 가필드 혁신 센터에서는 환자를 지속 관리하기 위해 홈 케어시스템에 대한 연구도 한답니다. 실제 일반 가정의 모델하우스가 있었고요,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이런 시스템을 어떻게 이용할지 적용하고 있었습니다. 제품이 낮이 익어서 보니 우리나라에도 들어온 터치닥터네요.





Day 5. 9/29

가장 키큰 분이 얀 초우(Yan Chow) 센터장님입니다. MD, MBA 출신으로 현재 Kaiser Permanete 전체의 Innovation and Advanced Technology의 Director로 있습니다. 얀 초우 센터장의 특별한 배려로 혁신 센터 내부 곳곳을 자세한 설명과 함께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Day 5. 9/29

Palo Alto Medical Foundation 방문

팔로 알토 메디컬 파운데이션은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4만 8천명의 직원들이 있는 비영리 의료 기관입니다. 샌프란시스코의 남쪽에 있는 마운틴 뷰에 위치하고 있고요,  수많은 네트워크 병원들로 연결되어 있으며 지역사회와 연계해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데 앞장서는 혁신적인 병원입니다.



Palo Alto Medical Foundation의 내과 전문의인 폴 탕(Paul C. Tang) 박사.  전체 재단의 Vice President이자 Chief Innovation and Technology Officer 입니다. EMR과 같은 전자차트를 통한 업무 혁신부터 커뮤니티를 연계해 질병을 예방하고 환자를 지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모습입니다.



실제로 아주 간단한 프로그램을 소개해줬는데요, 사진에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병원에 올 때 인근 주민들의 자동차를 이용하는 카풀 시스템을 개발해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병원에서 이런 것도 해야 하나 싶은데, 환자들 반응이 좋답니다. 선호하는 카풀 드라이버도 생기는 모양이에요. 커뮤니티가 튼튼해야 질병 예방이나 치료도 잘 된다... 그런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 기반의 병의원 모델을 지향하는 곳입니다.

함께 둘러본 제이슨 황과는 ‘커뮤니티 지지가 필요한 노인들에게 웹이나 다른 전자 디바이스 이용하는 것이 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었고 또 한편으로는 ‘파편화 되고 있는 현대 사회 속에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일이 쉽겠는가?’ 이런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하지만 노약자, 환자들은 자연스럽게 지지기반을 필요로 하고 자원자들은 언제나 나오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Stanford 대학 바이오디자인 과정 견학



스탠포드에는




디자인 회사답게 회사 로비에는 조용히 토론이 가능한 몽골 텐트 형태의 의자와 가운데는 그림을 그리며 설명할 수 있는 동그란 종이 테이블이 놓여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볼 수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계기판. 좋은 운전 습관으로 고연비를 유지하게 될 경우 우측에 나무에서 새싹이 자라게 디자인되었습니다. 이런 디자인으로 운전습관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IDEO의 설명입니다.




팔 힘이 약한 아이들도 피자를 자를 수 있는 커터를 개발하라는 주문에 맞춰 개발한 피자 커터. 어깨로 내려 눌러 자를 수 있도록 디자인했고, 예상 외로 이 제품은 어린이뿐 아니라 일반 주부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IDEO에서는 보건의료 관련 제품을 새로이 만드는 일도 합니다. 바늘이 없는 예방 접종기기 사진. 이를 통해 주사를 무서워하는 어린이나 주사를 놓을 줄 모르는 사람도 간단하게 예방접종을 할 수 있다네요.




수술 장비 개발과 디자인 역시 IDEO에서 하는 업무 중 하납니다. 신경외과에서 쓰는 수술 도구인 것 같습니다. 비뇨기과에서 하는 요실금 수술 장비가 있는데 비슷해서 한참 쳐다봤습니다. 수술 도구를 개발하기 위해 병원과 협력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Intermountain Healthcare System 방문


IDEO 본사 앞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제 옆에 계신 분이 IDEO에서 Healthcare Director인 Stacey Chang입니다. 우측 끝에 계신 여성분은 Innosight Institute의 President인 Ann Christensen입니다. 앞서 보신 크리스텐슨 교수님 딸이죠. 그 옆의 검은 티셔츠는 '파괴적 의료혁신'의 공저자인 제이슨 황입니다. 작년에 한국에 와서 강연도 했었는데요, 그 이후 메일과 소셜네트워크로 안부를 묻다가 이렇게 신세를 졌습니다. 이번 스케줄의 대부분을 제이슨이 조율해줬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Day 6. 9/30

Intermountain Healthcare System 방문

인터마운틴 헬스케어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최첨단 병원정보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한국에서 의료정보학을 공부하시는 분들이 많이 가시기도 한다고 하네요. 인터마운틴 헬스케어의 CIO(Cheif Information Officer)인 Stan Huff 교수의 초대를 받아 현장을 둘러 볼 수 있었습니다.



인터마운틴 헬스케어의 병원들은 병원정보시스템을 통해 적정진료를 관리하고 있었고 적정진료 수준에 따라 의사들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형식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였습니다. 워낙 규모가 크니까 비슷한 상황에 있어 다른 의사들과 실시간으로 비교할 수도 있더군요. 인터마운틴이 자체 개발한 EMR과 임상지원시스템 (CDSS)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GE healthcare와 협력을 통해 GE의 차세대 EMR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인터마운틴 헬스케어 시스템은 보험과 병원을 가지고 있는 HMO 입니다. 23개의 병원이 솔트레이크를 거점으로 유타주와 아이다호에 위치하고 있고, 총 3만 2천명의 직원이 고용돼 있습니다. 응급구조 헬기만 5개가 운영된다고 하니 규모가 ... 크지요?




인터마운틴의 키오스크. 공항에서 self check in 하는 것과 비슷하게 입원 및 수술 수속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만들어졌습니다.


병원 전체가 긴 홀로 연결되어 있는데 끝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환자 이송 및 안내가 편리할 것 같습니다.













비가 잘 오지 않는 건조한 기후에 걸맞게 바위와 사막에서도 살 수 있는 식물들로 화단이 꾸려져 있었습니다.




인터마운틴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병원 앞뒤로 큰 산맥이 막고 있습니다. 환자들이 복도로만 나와도 멋진 자연 풍경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참 부럽더군요. 사진은 카페테리아 앞 야외 공간입니다.



UCLA 병원 방문

국내 많은 병원들이 공간 활용 등의 이유로 옥상에 헬기 착륙 시설을 두는 것과 달리 이곳은 응급실 뒤 지상에 헬기 착륙장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엘리베이터 사용에 따른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병원이 한적한 곳에 굉장히 넓은 부지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나 싶습니다.


Day 7.  10/1

UCLA 병원 방문






Salt Lake에서 LA로 이동했습니다. UCLA가 최근 서부에서 최고의 병원으로 뽑혔다고 하네요. 이곳에서 연수하시는 선생님 덕분에 병원을 투어했는데 왠만한 병원 건물보다 큰 규모의 연구동이 즐비(?)했습니다. 스케일이 다르구나 싶더라고요. 특히 뇌, 신경 연구동이 큰 것 같습니다. 병원 건물도 굉장히 멋졌고요. UCLA는 정식 투어는 아니고 아주 간단히 둘러보기만 해서 자세히 쓸 내용은 없습니다.

업무와 관련해서만 정리해봤는데요, 짧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워낙 많은 기관을 방문하였기에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지더군요. 현재 가장 혁신적이라는 컨퍼런스와, 병원, 서비스 디자인 개발 회사 등을 둘러본 셈인데요.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 더 효율적인 병원 업무프로세스 개발 이와 더불어 IT와 의료의 접목을 통한 새로운 혁신이 국내에서도 화두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세부적인 이야기는 두고 두고 풀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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