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0.7.2 목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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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입장에선 답답한 119 환자 이송 원칙




얼마 전 지인이 뇌출혈로 119를 불러 병원으로 가는 길에 생긴 일이다. 워낙 접근이 쉽지는 않은 외지에서 농장하는 분이라 119 출동이 늦을까 걱정을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행히 구급차는 10분 만에 도착했다. 문제는 병원으로 가는 동안에 발생했다.

환자의 가족들은 잠자던 환자가 ‘극심한 두통’과 ‘편측 마비’ 증상을 보이면서 ‘구토’를 하는 것을 보고 뇌에 문제가 생겼음을 짐작했다고 한다. 특히 최근에 심혈관 문제로 (협심증) 스텐트를 삽입하면서 주치의가 ‘약물로 피를 묽게 하는데 부작용으로 뇌출혈 발생이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혈압 관리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뇌출혈’ 가능성이 높겠다는 판단도 했다. 그래서 119를 부름과 동시에 다니던 병원에 전화로 응급상황이 발생했음을 이야기했고 신경외과 당직이 수술 준비를 하고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119 구급대가 왔을 때 이런 상황을 이야기하고 환자를 이송하던 중에 갈등이 생겼다. 환자가 구토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기도가 막힐 경우 호흡을 할 수 없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보호자와 구조대는 환자의 얼굴을 옆으로 돌려 구토물이 기도를 막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 그러면서 119 구조대는 인근 병원 응급실에 들려 조치를 취하자고 권했다. (사실 환자의 상태가 나빠서 가까운 데로 가자고 권했다는 부분은 나의 추측이다. 환자 보호자는 119 구급대가 가자고 하는 병원은 멀어서 안 되고 가까운 병원으로 무조건 가야한다고 말해 어쩔 수 없이 작은 병원 응급실에 들어갔다고 한다.)

들어간 병원은 아주 작은 응급실이었다고 한다. 응급실의 의사는 기도를 확보하고 산소를 공급했다. 조치 후 응급실 의사는 ‘여기는 수술이 가능한 병원은 아니니 수술준비를 하고 있는 병원으로 가셔야한다’고 말했다. 병원 규모도 작고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환자 보호자들은 ‘당연히’ 그러려고 했다. 문제는 구급차였다.

119가 병원까지 이송했기 때문에 ‘여기까지가 우리 업무’라며 철수한 것이다. 원칙적으로 병원 응급실에서 다른 병원에 간다고 하면 민간 병원에 속한 구급차나 민간에서 운영되는 EMS라는 구급차 업체를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 보호자들은 아주 간단한 조치만 하고 다시 큰 병원으로 갈 줄 알고 있었던 119가 이렇게 환자를 두고 떠났다는 것에 분개했다. 결국 119에 전화해 항의했고 119가 다시 출동해 환자를 이송했다고 한다. 환자 보호자들이 119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상태라 이런 불만 이외에도 ‘이송 중에 싸일렌을 울리지 않더라’, ‘안개가 꼈다고 지나치게 서행하더라’란 이야기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환자 보호자들은 119 구급대가 가장 우선으로 해야 하는 ‘환자의 생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당연히 환자를 살리려고 했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119 업무 원칙을 설명했다. 하지만 나도 몇 가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가까운 병원에 내려주고 나면 119의 업무가 끝나는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것이다. 하지만 그 병원에서 궁극적인 처치가 끝날 수 없고 아주 간단한 처치 이후에 다시 이송해야하는 상황이 눈에 보일 때에도 그렇게 떠났어야 했을까? 민간 구급차를 이용하는 데 돈이 드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준비하는데 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시급을 다투는 상황에서는 이런 사소한 ‘판단’이 생사를 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119 구급대가 이런 정황을 몰랐을까? 몰랐다면 ‘구급 업무를 하는 구조대’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다. 해당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몰랐을까? 아마 그럴 수는 있다. 우리나라 응급의료 전달 체계의 문제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일 아닌가. 정부가 본질적인 문제 해결 보다는 눈에 보이는 행정, 응급 헬기 같은 것을 홍보하는 것이 웃기는 일이지. 하지만 지역의 119 구조대가 처음 간 병원에서 신경외과적 치료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몰랐을 것 같지는 않다.

진실을 알 수는 없다. 다만 추측하건데 이 환자에게 최상의 병원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것은 ‘내가 할 일’도 아니고 ‘책임질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에 통상 하던 업무 원칙에 따랐을 가능성이 높다. 가만 보면 그 119 구조대를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상황을 다 듣고 나서도 환자 보호자에게 딱히 해줄 ‘위로의 말’은 없었다. 다만 다음에 그런 상황이 생기면 ‘가까운 병원에 가는 것이 원칙인 것 아는데 심장 질환이 있어서 다니던 병원이 있고, 그 병원으로 가야 환자 상태도 빨리 알고 수술도 바로 들어갈 수 있다. 잘못되면 다 내가 책임 질 터이니 그 병원으로 가달라’고 말해야한다고 했다. 사실 앞의 말은 중요치 않고 ‘내가 다 책임 질 터이니 가자’고 말해야한다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그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몇 년 전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졌을 때 나와 통화한 구조대와 가장 먼저 ‘협상’했던 것이 이송할 병원이었던 것이 떠올랐다. 대한민국의 응급환자 이송, 언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닥터 조커  joker@healthlo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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