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관련된 많은 전문 인력들 (예를 들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약사등) 중에서도 흡연하는 인구가 상당히 많습니다. 심지어는 약국에서 담배를 파는 모습도 간혹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병원내 편의점등에서는 더 이상 담배를 팔지 못하게 하는 곳도 많고, 약국에서도 담배 판매가 이전 처럼 많지는 않지만, 각 개인의 흡연 습관은 어쩔 수가 없겠죠.


금연을 권유할 때 그나마 귀담아 듣는 경우는 설득하는 사람이 의사일 때라고 합니다. 작년 한국소비자연맹이 7월부터 9월까지 2개월간 수도권 병의원을 이용한 환자 1,144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금연에 가장 설득력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등이 37.6%로 나타나 가족(28.5%), 금연자(21.1%)보다 의사의 금연 권유가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기사로 나온 조사 결과를 그대로 믿기는 좀 무리가 있습니다. 샘플 대상이 병원 이용자에 국한되어 있고, 환자들의 경우 자신의 질병과 흡연 연관성에 대한 죄의식 또는 의학적 연관성이 없더라도 의사가 금연에 대한 동기부여를 주기를 바라는 심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간접흡연을 당해온(?) 경우나 환자를 걱정하는 보호자의 경우 흡연하는 당사자에게 의사가 금연해야한다는 말을 해주길 원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때문에 이 결과를 있는 그대로 해석하기는 좀 무리가 있습니다만, 적어도 병원을 이용하는 이용객들의 경우 의사가 금연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좀 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정도로 정리하는 것에는 무리가 없어보입니다. 그렇다면, 주치의가 흡연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현재 남성의사의 흡연율은 약 35% (2001년 34.9%, 2005년 36%)로 일반 인구에서의 남성 흡연율(2005년 52.8%)보다는 낮지만, 질병을 다루는 전문가로써 생각한다면 이 수치도 높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환자들 중 32.1%에서 흡연 의료인으로 부터 진료받은 경험이 있다고 하며, 흡연 여부를 냄새로 구분 가능했다라고 이야기 한 사람이 67.4% 였습니다.


반응은 예상되는 답변이 대부분입니다. 44.3%에서 '불쾌하다', '신뢰가 없어진다'라는 대답을 했습니다. 반면 27.2%에서는 의료인도 사람이니까 이해된다고 이야기 했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흡연하는 의료인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고 봐야겠네요.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매우 다른 일입니다. 지금은 금연을 하고 있지만, 저도 담배 한가치와 함께 할 수 있는 여유 (사실, 불안, 초조, 강박도 함께하는 경우가 많지만) 를 좋아했습니다. 의대에 다닐때에는 48시간이 넘게 두눈을 뜨고 시험 공부하는 동안 담배가 없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고, 20대의 몸이였기에 건강보다는 눈 앞에 가야할 길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었습니다.


의사면허를 받고 병원에서 환자를 보면서, 인턴 때에는 발의 물집이 매일 터져 벗은 양말을 던지면 벽에 붙을 정도로 힘들었던 시기였기에, 잠깐 옥상에서 동료와 피우는 담배가 하루 중 가장 좋았던 기억이기도 합니다. 레지던트 때에는 젊고 건강하고 가족과 행복해야할 시기에 아픈 사람들을 보며 담배를 피웠습니다. 의학적 허무주의라고 할까요?


큰 시각으로 본다면 건강을 지키는 라이프 스타일이 옳다는 것을 알지만, 수많은 예외를 만나게되는 병원에서, 나 하나의 건강을 생각한다는 것이 부질 없게 느껴졌습니다. 뭐, 제대로된 운동도 불가능하고, 시간이 날 때에는 회식으로 이어지는 생활이였죠. 때문에, 의사의 조언은 귀담아 들어야하지만, 의사가 하는 생활 습관은 배울 것이 없다는 말도 생긴 것 같습니다. 많은 경우 술을 즐겨하고 또 많은 경우에는 흡연을 하며, 규칙적이지 않은 삶을 살고, 스트레스에 과도하게 노출되어 있으며, 운동은 게을리하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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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제는 많이 바뀌고 있기는 한 것 같습니다. 최근의 의과대학생들은 자발적인 금연 캠페인을 펼치고, 의사들도 환자들에게 설득력있는 의사가 되기 위해 금연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26일에는 대한의사협회에서 ‘국민 건강을 위한 대한의사협회 금연선포식’을 열고 대정부 건의문을 발표했다고 하네요.


정부 건의문에는 흡연 폐해를 알릴 수 있는 대국민 홍보활동 강화 및, 공공장소 뿐 아니라 사람이 모이는 모든 장소와 건물에 금연구역을 지정하도록 건의하고 있습니다. 뭘 해도 욕먹는 의협인지라, 이번에는 애연가들에게 집중포화를 맞을 지도 모르겠네요. 건의안 속에는 청소년 여성 흡연인구 억제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교과과정에 넣을 것과 흡연 관련 대규모 역학 조사를 제안했습니다. (아래, 의협의 대정부 담화문 HWP 파일 입니다.)

jk18.hwp


의협에서 이러한 발표를 했는지 아는 국민들도 없겠지만, 심지어는 의사들 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 같습니다. 의협은 조금 더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하는 것은 아닌가..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무조록 의료인의 흡연도 줄어들고, 의료인들의 적극적인 금연 홍보가 이뤄졌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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