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thelancet.com/journals/lancet/article/PIIS0140-6736(11)61758-3/fulltext
저명한 의학학술지 Lancet 11월 19일 자의 사설 제목이 "Politics and patient care"였다. 저널을 잘 안 읽는 게으름쟁이긴 하지만 나름 시사하는 바가 있어서 한 번 번역하여 올려본다. (아마도 오역과 의역이 많을 듯..그러나 대체적인 내용은 통하지 않을까 싶다;;) 요지는 영국의 보건의료 민영화를 추구하는 세력이 NHS에 대한 악평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인데, NHS의 보건관련 성과가 어느 나라보다 뛰어나다는 객관적인 연구결과에도 일부 환자들의 진술 따위의 낮은 수준의 근거를 이용하여 민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정치권을 비판한 내용이다.
일단은 Lancet과 같은 권위를 인정받는 학술지의 편집진이 공공의료가 위협받는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다. 한편으로는 "영국 의료의 질이 형편없고 영국에는 덜떨어진 의사들만 남아 있으며 훌륭한 의사들은 다 미국으로 간다."라는 일부의 예를 영국 보건 의료전체의 일반적인 상황인 것처럼 묘사하며 (사설 본문의 표현대로라면 unnecessary scaremongering) '사회주의 의료'를 우려하는 많은 우리나라의 의사들에 비해 이들은 얼마나 무섭도록 냉철한지를 실감하게 된다.
이걸 가지고 Lancet 편집부가 좌파라고 비난할 사람은 없겠지? (Impact Factor가 얼만데~) 의료민영화의 바람은 세계 어디서나 스멀스멀 불고 있기는 하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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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NHS 산하 병원에서 어떤 환자들은 충분한 통증조절을 받지도 못하고, 화장실 가는 것에 도움을 받지도 못하며, 충분히 먹고 마실 수조차 없다- 이는 지난주 Patients Association에서 발행한 보고서의 냉혹한 표제로서, 대부분 노인인 16명의 환자가 직접 진술한 내용을 담고 있다. Patients Association의 전화상담서비스에서 나온 이 내용은, NHS에서 제공하는 돌봄의 질에 대한 통계를 포함하고 있지는 않으며, 이러한 문제가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도 제시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는 일부 NHS 산하 병원의 심각한 문제에 대한 많은 보고에 한 줄을 보태고 있다.
이 보고서에 뒤이어 Patients Association은 CARE 캠페인을 시작했는데, 영국의 모든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해 4가지 기본적인 돌봄의 필요 (이해에 기반을 둔 의사소통, 화장실 이용 시의 도움, 효과적인 통증조절, 충분한 영양공급)를 충족시킬 것을 촉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에 대한 기준이 국가주도의 캠페인에서는 상당히 낮게 책정되어 있다는 것이 우려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캠페인이 시작되자 왕립의학회의 부회장인 Linda Patterson은 보고서에 자세히 묘사된 진술들에 우려를 표하며, 의사들에게 이에 주목하고 환자들에게 높은 질의 돌봄을 제공하도록 힘쓰라고 당부하였다. 그녀의 추천사항 중 하나는 지정된 자문위원이 병동의 간호사들과 함께 일하면서 위로부터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당연히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이중 Daily Mail 신문은 Patients Association에 동조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는데, 그 목적은 "병원에서 노인환자를 방치하는 것을 끝내기 위해" 그리고 "우리 부끄러운 NHS를 개혁하기 위해"라고 한다. 이러한 류의 문제 제기는 적은 수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NHS 전체로 확대하여 해석하는 언론의 보도행태를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NHS가 문제가 많다는 결론이 나고 불필요한 유언비어들이 생겨나기 이전에, 그것이 과연 구조적인 문제냐는 질문 먼저 던져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캠페인은 NHS의 총 책임자인 영국 보건장관 Andrew Lansley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우연히도 Lansely 장관과 영국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가 바로 지난주에 등장했다. 지난달 British Journal of Cancer에 개재된 논문의 공저자 중 하나인 Colin Pritchard는 정부가 NHS의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에 보다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들이 추진하고자 하는 근본적인 수준의 보건의료개혁(민영화)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서 확고하고 객관적인 근거보다는 언론에 나온 과장된 이야기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Pritchard는 그의 논문에서, NHS의 종양관련 통계에 대한 정부의 반복적인 비판과는 달리 세계 10개 선진국 중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NHS가 가장 효율적인 가용자원을 이용하여 가장 큰 폭의 암사망률감소를 이뤄내었음을 보인 바 있다.
또한 Commonwealth Fund에서 지난주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만성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18,000명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하여 돌봄의 질을 포함한 다양한 보건지표를 조사, 분석해보니 10개 선진국 중 영국의 보건의료시스템은 성과와 가용자원의 이용 면에서 최고를 기록하고 있었다. Commonwealth Fund의 보고서가 Pritchard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음에도, Lansely 장관은 Washington DC의 Brookings Institute에서 그의 NHS 개혁방안에 대해 발표하며 현 NHS의 실패 사례로서 Patients Association의 보고서를 언급하였다.
한 NHS 산하 병원이 사기업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보도는 정부의 NHS (민영화) 개혁이 이제 시작되었음을 보여준다. NHS를 시장에 노출시킬 경우 영리추구와 평등한 건강권의 추구가 상충하게 되는 문제점에 대해 Lancet을 비롯한 많은 기관과 조직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어 왔다. 이러한 측면에서, 제약회사와 보험회사, 의료관련 사기업의 후원을 받는 로비집단인 Patients Association에서 나온 감성적이고 대단히 편파적인 근거를 NHS 개혁의 필요성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것은 경종을 울리는 사안이라 할 수 있다.
환자들이 받은 질 낮은 돌봄에 대한 직접적인 진술은 세간의 관심을 끌고 논쟁을 촉진하기 위해 사용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자체가 정책결정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특정한 정치적인, 또는 재정적인 의제에 대해 대중의 호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이러한 이야기를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민영화)"라는 단어는 영국정부와 Lansley 장관의 health-system reform의 성격을 명확히 하기 위해 제가 추가하여 붙인 것입니다. 그 외에도 의역이 많지만, 구구절절 설명은 생략!)
새벽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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