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이용한 국토종단 도보여행


주말을 이용해서 서울에 있는 트레킹코스를 아내와 함께 즐기는 저로서는 2% 부족하다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됩니다. 매주 한 코스씩 걸어서 1년을 즐길 수 있는 분량을 담은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걷기여행 수도권 편;  
아쉬운 점은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전체 코스를 구간별로 나누어 놓은 지도 한 장만을 앞부분에 수록한 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모두 열아홉 번으로 나누어 걸은 코스의 세부구간을 몇 줄로 기록한 데 그친 것을 보완해서 코스별로 중요한 지점이나 자신이 이용한 식당, 민박, 모텔 등의 위치를 표시했더라면 고교수가 걸은 길을 뒤따라보려는 생각을 하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글로 남길 때 한 번쯤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점입니다. 요즘의 젊은 세대들이 거침없는 말투, 심지어는 한글 맞춤법을 완전히 무시하는 글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세태입니다. 하지만 강단에서 누군가를 가르치시는 입장이시라면 다양한 계층의 독자들이 읽게 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셨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던 부분들이 조금 정제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그런데 그 모습들이 수많은 군중이 워라고 으악 대면서 길 아래로 뛰어 내려가는 것처럼 보였다.(123쪽)”, “아나, 떡이다.(354쪽)”라고 적으신 부분을 읽을 때 잘 나가던 차가 ‘울컥’하는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여행 에세이에서 이념의 색깔을 느끼는 것도 적절치 못한 것 같습니다. 물론 저자의 생각을 담는 에세이에 문제 될 것은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사회적 통념과는 다른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하려는 의도가 읽히는 것 같아 국토종단에 대한 감동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지리산자락을 지나면서 빨치산 지도자 이현상의 흔적을 연상하면서 안재성의 <이현상평전>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이현상을 미화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한국 현대사에서 그는 가장 고독하고 외로운 영웅이자, 자신의 삶을 불태운 비운의 혁명가였다.(298쪽)”
 
아무래도 남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코스를 따라가다 보니 길을 안내하는 표지 등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을 개연성이 높았을 텐데, 지방자치단체의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을 거칠게 몰아붙이는 표현도 마음을 불편하게 하였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적절한 수준에서 신경을 써 달라고 요청하는 수준으로 적었더라도 <주말을 이용한 국토종단 도보여행>이 걷기를 좋아하는 분들의 주목을 받게 되면, 저자의 의도가 반영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하겠습니다.
 
백두대간을 따라 국토를 종단하는 보도여행이다 보니 제가 가보았던 지역도 적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어라연, 월악산, 정령치, 강진 등등 이런 곳에 대한 이야기는 읽기도 전에 반갑다는 마음이 먼저 드는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뒤따라가기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언젠가는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자라게 될 것 같습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된 것입니다 -

 
주말을 이용한 국토종단 도보여행  
 
고태규 지음
382쪽
2011년 11월 7일
이담북스 펴냄
 
목차
 
머리말
 
01 정선 아라리는 조양강을 따라 흐르고 정선-진부
02 눈 속에 갇힌 북대사 진부-두로령
03 내린천은 미산계곡과 개인산방을 휘감아 돌고 진부-상남
04 저 산은 내게 오라 손짓하네 상남-한계삼거리
05 더는 나아가지 못하는 길 한계삼거리-통일전망대 검문소
06 한국의 처녀지 아침가리골 상원사-현리
07 동강은 굽이굽이 흘러 남한강과 한 몸이 되고 정선-신동
08 석탄 광산의 영화는 다 어디로 가고 신동-영월
 
동강 주요 코스: 겨울 동강
 
09 남한강을 따라 걸어가는 길 영월-장회나루
10 월악산 송계계곡을 가슴에 품고 장회나루-문경
11 생명이 넘치는 농촌 풍경 문경-영동
12 영동 감나무와 덕유산 가을 단풍 영동-거창 마리
13 편안한 절집 실상사 그리고 지리산 가을 풍경 실상사-성삼재
14 지리산 천왕봉에서 노고단까지 일감하고 거창 마리-함양 마천
15 지리산 벽소령의 설경 마천-벽소령-의신
16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가슴에 안고 의신-화개
17 아름다운 절집 선암사와 낙안마을 화개-선암사-낙안
18 남해 바다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걷는 길 낙안-장흥
19 영랑과 다산 그리고 땅끝마을 장흥-강진-해남
 
맺는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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