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이라는 고전에서 다음과 같이 자유를 기술하였다.

틀렸다거나 해롭다는 이유로 의견의 표명을 가로막으면 안 되며, 표현의 자유를 일부만 제한하게 되면 곧 모든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고 만다. 그러므로, 표현의 자유가 무제한 허용되어야 사회는 진보할 수 있다. 단, 이런 자유에 의해 다른 사람에게 직접 피해를 주면 안 된다

그의 이와 같은 자유의 원칙에 대한 주장은 오늘날 전 세계의 민주주의 국가들의 가장 기본적인 정치원리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표현의 자유는 시민의 기본권으로서 포괄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이런 자유론의 기본적인 원칙들은 크게 바뀌지 않겠지만, 클라우드로 대별되는 최근의 디지털 환경의 변화는 자유에 대한 의미에 대해 조금은 다르게 생각할 여지를 만들고 있다. 웹 2.0으로 대별되는 최근의 디지털 철학의 핵심은 개방과 자유 그리고 참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지속성(sustainability)이라는 속성을 가미하는 것이 바로 클라우드이다.

그렇지만, 클라우드와 자유라는 것을 매칭을 시키면 이것이 쉽지 않은 논쟁거리가 된다. 자유를 위해서는 사용자들이 자신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여러 자원에 대한 제어권을 가져야 한다. 이메일과 일정, 주소록은 물론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형태의 컨텐츠와 연결관계, 위치 등과 같은 개인과 연관된 자원들이 클라우드에 남게 된다. 이를 거대한 클라우드에 맡긴다면 빅 브라더에 대한 두려움도 생기고, 자신들의 소유권으로 남아 있어서 언제든 접근할 수 있고 보호할 수 있을 때와는 다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런 걱정 때문에 페이스북과 같은 대형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보다 분산된 개방형 플랫폼인 Diaspora와 같은 플랫폼이 등장하기도 하였다.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클라우드 컴퓨팅에서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와 이를 지키도록 사용자들과 플랫폼 제공자들이 같이 최선을 다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오픈포럼 아카데미의 펠로우이자 콜랍(Kolab)시스템스 이사회 의장인 George Greve가 그의 Freedom of Bits 블로그에 올린 원칙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다음의 2가지를 언급하였다.

제한할 수 있는 권리 (Right to restrict)

사용자들은 반드시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서비스 제공자도 그 대상에 포함된다. 소셜 네트워크에 참여하거나, 사용자의 데이터를 가지고 언제나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해도 프라이버시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사용자들은 자신의 데이터를 어떤 수준으로 접근 가능하게 허용할 것인지, 어떤 사람들에게까지 공개할 것인지 명확하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어떤 서비스를 쓴다는 이유로 데이터에 대한 권리를 잃어서는 안 된다.

떠날 수 있는 자유, 그러나 잃어서는 안 된다 (Freedom to leave, but not lose)

사용자들은 자신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서비스 제공자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네트워크를 잃어서는 안 된다. 서비스를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해서 어떤 페널티를 준다거나, 사용자의 데이터나 네트워크 등에 문제가 생겨서는 안 된다.




이와 같은 클라우드 시대의 자유를 위해서는 어떤 논의가 필요할까? 구글의 경우 이와 관련한 논의가 이미 활발하게 진행이 되어서, 회사 내부에 데이터의 자유보장과 관련한 조직과 이들의 강령 등이 이미 소개된 바 있다. 앞으로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들도 모두 이와 유사한 원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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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9 - 대인배 구글, 데이터 자유보장 전선 조직

 
이런 철학적인 움직임의 배후에는 공개 소프트웨어 운동이 자리 잡고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개 소프트웨어 운동의 대부인 리차드 스톨만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뛰어난 천재 해커였던 그는 MIT의 인공지능 연구실에서 해커 커뮤니티를 이끌면서 해커정신을 전 세계에 전파하였다. 그러나, 그가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절,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주요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복사를 방지하고, 동시에 비슷한 소프트웨어가 탄생할 수 없도록 소스코드에 대한 저작권 및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였고, 대부분 복사와 재배포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라이센스 정책이 구성되었다. 이런 전반적인 변화에는 리차드 스톨만과 함께 MIT에서 많은 일을 같이했던 브루스터 칼레(Brewster Kahle)가 미국 저작권법 개정에 1976년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에 대해 리차드 스톨만은 "인간성에 대한 범죄(crime against humanity)"라는 강한 표현을 쓰며 반발하였고, 소프트웨어 사용자들의 자유의지와 권리를 중시하고, 자신의 소프트웨어를 이웃들과 공유하고, 또한 사용자가 추가적인 연구나 에너지를 투입해서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창출할 기회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는 신념에 입각하여 Free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인 GNU 프로젝트를 1983년 9월 발표하였다.  

여기에서 싹튼 공개 소프트웨어 운동은 소프트웨어 부분에 적용할 새로운 라이센스인 GNU GPL(General Public License) 등으로 발현되었고, 이러한 활동은 이후 나타나게 되는 CCL(Creative Commons License)과 같은 다른 산업영역에서의 새로운 라이센스 정책을 포함하여, 공익과 사회적 가치에 중점을 둔 새로운 철학 및 정책의 탄생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이후 1991년 핀란드의 대학생이었던 리누스 토발즈(Linus Torvalds)가 GNU 개발도구를 이용해서 운영체제의 핵심인 리눅스 커널을 개발하면서, 오늘날 운영체제 계보에 있어 가장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리눅스(Linux)가 탄생하는데, 리눅스는 소프트웨어 산업에 있어 무수한 영향력을 행사한 기념비적인 소프트웨어이다. 비록 그 자체가 어떠한 비즈니스 모델도 가지지 못했고, 이를 이용해서 직접적인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도 나오지 못했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실제로 이와 연관된 사업규모는 따지지 못할 정도로 크다.
 
이와 같은 공개 운동은 비록 중간에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을 포함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완결적인 컨텐츠나 소프트웨어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는데, 최근 그 대상을 하드웨어 설계도나 특허 등에도 적용하고 있지만, 클라우드 사회로 진행될 경우에는 그 형태가 너무나 달라서 새로운 논의를 필요로 한다.

일단 페이스북과 같은 거대한 플랫폼 사업자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탈중앙화(decentralized)와 연합형(federated) 기술과 이에 대한 인프라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원칙 중에서 두 번째인 "떠날 수 있는 자유"를 위해서는 플랫폼을 떠날 때 네트워크를 잃지 말아야 하는데, 이를 지원하려면 소프트웨어가 디자인될 때 기본적으로 사용자들이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한 프로토콜이나 서버의 인프라가 구성되어 있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등장한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이 바로 Diaspora와 같은 분산형 오픈소스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이다. 앞으로 이런 새로운 플랫폼에도 많은 관심을 둬야 한다.
 
서비스의 원활한 연결과 혁신, 그리고 차별화를 하면서도 사용자들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적절하게 개방형 표준(open standard)들을 채용하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를 통해 간단히 플러그-인 되는 서비스나 자동화된 테스타, 검증 등을 통해 실제로 소프트웨어나 서비스가 개방형 표준을 준수하는지 자주 점검해 보아야 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사용자들에게 권리를 알 수 있도록 하고, 위험성에 대해서 고지하는 것이다. 이미 이런 부분에 대한 법적인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사업자들은 수십 페이지에 이르는 개인정보와 관련한 동의서를 작성해서 동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솔직히 이렇게 방대한 동의서를 작성하라고 하면 이것을 제대로 읽어볼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이것은 법적인 책임만 회피할 뿐, 제대로 사람들에게 고지하고 "자유"를 선사하려고 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행위이다. 그러므로, 동의서는 최대한 간략하면서도 한 눈에 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최근 Creative Commons 라이센스에서 간단히 여러 가지 아이콘으로 제약사항을 표시하듯이, 새로운 형태의 비주얼 아이콘 등의 장치를 이용해서 많은 사람이 해당 서비스를 쓸 때의 프라이버시나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설정을 알 수 있고, 변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책이 변경되었을 때에도 이를 알리고 명시적인 동의를 얻어내는 방법이 매우 중요하다. 서비스의 공개 정책이 변경되었을 때, 매우 긴 문서와 함께 동의하지 않으면 못쓰게 된다는 방식으로 알리는 것은 매우 비겁한 방법이다. 이때에도 변경된 부분을 명확하고도 간략하게 알리고, 이에 대해 사용자들이 충분히 숙지한 뒤에 선택할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사용자들이 서비스를 떠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

아마도 현재 이와 같은 원칙에 충실하게 클라우드 서비스를 운용하는 곳은 매우 적을 것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도 사실은 넓은 범위의 클라우드 서비스이다. 개개인의 데이터와 자신과 관련한 많은 것들이 이미 클라우드 서비스에 담겨 있다. 이제 이들의 "자유"라는 권리에 대해서 조금은 더 신경을 써야 하며, 이런 권리를 세심하게 챙기는 서비스들이 부각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Freedom in the “cloud”?
On Liberty by John Stuart Mill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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