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 성격하는 레지던트라서인지 몰라도 함부로 말하는 환자나 보호자를 보면 빡쳐오르는 분노를 감출 수가 없다.


몇일 전 우연히 응급실 근처를 지나다 머리에 피를 철철 흘리는 아주머니가 있길 래 혹시나 뇌출혈이 있을까 다가가서 상태를 보려고 했다. 상처를 소독하는 인턴 선생을 잠시 물러나 있게 하고 소독장갑을 낀 채 이리저리 상처를 살펴보던 찰나 환자의 입에서 '뭐 있어? 아퍼 죽겠어 그만해.' 라며 빈정거리는 어투로 반말이 나왔다. 더 가관인 것이 꽤나 잘사는 집 철부지 딸내미처럼 보였던 보호자는 옆에서 인턴 아니야? 뭐야, 당신 뭐나 알아? 라며 성질을 부리고 폭언을 일삼았다. 일단 친절하게 응대했으나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았다.

결국 의료진에게 욕설까지 퍼붓는 보호자를 보면서 끓어오르는 짜증에 환자고 뭐고 가운 벗고 제대로 한판 붙어버릴 요량이었지만 그래도 환자 상태를 살피는 일이 그 무엇보다 먼저라 위안하며 참고 또 참았다. 하지만 그 무례함과 몰상식함을 견디지 못하고 상처만 확인한 채 환자를 등지고 돌아서 숙소로 돌아와 버렸다.

조금 뒤 뇌출혈 소견이 의심된다며 응급실에서 신경외과로 콜이 와서 환자를 다시 봐야했지만, 좋지 않았던 첫인상 때문에 환자를 정상적으로 진료할 수 없었다. 다행히 출혈소견은 아니었지만 설사 뇌출혈이 의심되어 입원치료를 받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내가 그들을 성의껏 돌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무리 시대가 막장으로 치닫더라도 부디,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왔다면 의사에 대한 기본적은 예의는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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