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이제 18세 이하의 미성년자들은 거의 대부분 인터넷이 없었던 시절을 전혀 모르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들 세대는 언제나 월드와이드웹에 직접 접속을 해서 무슨 일이든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접속이라는 것이 무슨 특별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런 세대는 과거의 세대와는 모든 면에서 크게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미래를 위해서는 이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이들을 위한 것들을 기성세대가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Latitude 라는 리서치 기관에서 했던 연구가 바로 이런 요구를 알기 위한 것이었다. 과거 아이들이 바라는 미래의 인터넷과 컴퓨터에 대한 조사를 한 리포트 하나는 이 블로그를 통해서 소개를 한 적이 있다.



from Latitude Report

연구를 주도했던 Latitude에서는 아이들이 미래를 그리게 만들고, 미래의 기술에 대해서 토론하고, 이야기하게 만듦으로서 어른들이 가지지 못한 통찰력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특히 아이들은 기술이 어떻게 자신들의 학습이나 놀이, 그리고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매우 독창적인 의견을 많이 내놓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디지털 네이티브인 아이들은 기존의 세대에 비해서 어떤 시각의 차이를 보일까? 요즘의 아이들의 가장 커다란 차이는 기본적으로 살아가는 모든 생활이 인터넷과 통합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기본적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모바일 기술은 물론이고, RFID/NFC 등의 기술이나 "물체들의 인터넷(internet of things)" 시대를 기정사실화하고 새로운 경험이나 이야기를 전개한다. "기술이 인간의 확장"이라고 표현했던 마샬 맥루언의 말을 이들은 배우지 않아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기술이 인간의 확장이라면, 실세계 물체들과의 상호작용도 당연한 것이다. 어찌보면 기술은 우리의 경험을 확장시키는 게이트웨이이며, 세계와 우리를 연결시키는 역할을 점점 더 많이 하고 있다. 다시 말해 기술은 더 이상 기술자체로 머물지 않는다. 기술과 주변을 둘러싼 환경의 상호작용을 통해 더욱 의미있는 경험을 인간들에게 선사하고 있는데, 디지털 네이티브인 우리의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이를 인지하고 있다.

이렇게 연결된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철학 중의 하나가 바로 "공유정신(sharism)"이다. "내가 더 많이 줄수록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으며, 더 많이 공유할수록 더 많이 공유받을 수 있다"는 이런 개념을 어른들은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디지털 네이티브의 상당수는 이를 가르쳐주지 않아도 체득하고 있으며, 이를 실행한다고 덴마크의 대표적인 기업인 레고 학습연구소의 Bo Stjerne Thomsen은 이야기하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전통세대와 다른 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이들은 온라인 게임이나 인터넷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다중의 가상인격 사이를 전환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고, 이를 부담스러워하지도 않는다. 또한 닌텐도 Wii나 Xbox Kinect와 같은 혼합현실(Mixed Reality) 기술에 대해 아이들은 별로 신기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이것을 기술과 인간이 상호작용하는 기술의 일부로 간단하게 받아들인다. 이들에게 온라인과 오프라인 세계는 이미 연결되어 있는 세상이며, 각각의 세계가 상호작용을 통해 더 좋아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Latitude의 리포트에도 앵그리 버드를 플레이하면서 NFC나 GPS 등을 이용해서 실세계와 상호작용하는 경험을 그려내거나, RFID 센서를 이용해서 긍정적인 삶의 행위 포인트를 올릴 수 있는 GreenGoose 등의 게임에 대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또한, 아래와 같은 Sifteo와 같은 상호연결이 가능한 지능형 연결 블록에 대한 관심도 높은데, 이런 상호작용이 많은 프로그램들이 앞으로 많은 인기를 끌게될 것이다. 참고로 Sifteo는 MIT 대학원 재학당시에 TED 강연을 통해 "Siftables"라고 소개되었던 기술이 실제 상용화로 이어진 것이다. 당시의 인상적인 TED 강연을 아래 임베딩하였다.




그런 측면에서 아이들이 그려내는 기술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이나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미 성숙해버린 어른들은 생각하기 어려운 생각을 해낸다.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단순히 천진난만한 상상으로 치부해 버리기 보다는, 실제로 이들은 그것을 원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보다 적극적인 연구와 개발이 필요하다. 이번 Latitude의 연구 리포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물리적인 세계와 디지털 세계의 장벽을 깨주는 기술을 그들이 원한다는 점이다.

보다 몰입감이 강한 물리적 공간, 여행을 시뮬레이션을 한다거나, 우리들의 물리적인 행동을 도와주는 다양한 디바이스들. 그리고, 보다 사람에 가까운 로봇이나 친구 등의 인간친화적인 기술이 앞으로 더욱 필요할 것이다. 특히 컨텐츠와 게임의 요소가 스크린 공간에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인 공간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침으로 인해 우리의 생활과 사회가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과 대화를 하고, 그들의 신선한 미래에 대한 시각을 들어보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필자도 하게 된다. 그리고, 어쩌면 집에 가면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창의적인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있는데, 이들에게 공부만 강요하기 보다는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쳐볼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면 우리 사회와 가정에도 "기술"을 중심으로 공통의 대화와 공감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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