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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었던 기고문이 책이 되어서 나온 것을 모르고 있었다. 아직 배달받아서 읽지는 못했지만, 기고문이 워낙 좋은 내용을 담고 있었기에 내용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국내에서도 출판사가 판권을 획득해서 번역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의 내용은 아마존이나 애플, 구글, Salesforce.com과 같은 혁신을 잘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심도 있는 조사를 통해 도대체 이런 혁신기업들과 일반적인 기업들이 무엇이 다른지를 찾아내고자 한 것이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나 Salesforce.com의 마크 베니오프와 같은 혁신 기업가들을 대상으로 인터뷰 등을 통해 공통점을 찾아내려고 하였는데, 인터뷰를 통해 얻은 첫 번째 성과는 혁신적인 창업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혁신가의 DNA를 기업에 잘 각인시킨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제프 베조스는 끊임없이 아마존 내부에서 창의적인 사람을 찾아내서 그들과 미팅을 가지고, 그런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도록 유도한다고 한다. 그는 아마존의 입사 인터뷰에서도 언제나 "무엇인가 발명한 것이 있다면 말해보세요"라고 묻는다. 그런 발명이 비록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아주 작은 제품의 기능이나 프로세스의 개선이 있을 수 있다면 고객의 경험을 증진시키거나 회사를 변신시킬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그가 더욱 중시하는 것은 그들이 새로운 일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인가? 여부이다. 입사할 때 인터뷰로 "발명"에 대해 묻는다는 것은, 그것이 입사 이후에도 발명과 새로운 것에 대한 추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베조스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을 찾으며,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하도록 북돋는다. 아마존에는 Web Lab 이라는 것이 있는데, 고객 경험을 증진시키기 위해 웹 사이트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지속적으로 바꾸어 가면서 고객들의 반응을 계속 실험한다. 책상에서 기획을 하기 보다는 실질적인 변화를 주고, 지속적인 실험을 통해서 배워나가는 것이다.

또한, 문화도 중요하다. 아마존에서는 "왜 안 돼? (why not?)"이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도록 해서, 뭔가 새로운 것을 실행하는 것을 고민하게 만든다. 아마존 직원들은 그들이 그렇게 도발적인 질문을 받은 것을 어떻게든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한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아마존에 대한 인터뷰에서 제프 베조스가 자신과 같이 창조적인 발명을 좋아하는 태도를 가진 사람을 찾고 있으며, 자신이 직접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서 지속적인 실험을 하고, 이것이 아마존으로 하여금 다른 직원들도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기업이 혁신적인 DNA를 가지게 된 가장 커다란 원동력이 되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MIT의 에드가 세인(Edgar Schein) 교수는 "조직문화와 리더십(Organizational Culture and Leadership)"이라는 유명한 책을 통해 이런 과정을 리더십이 문화를 형성해가는 과정으로 설명한바 있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리 좋은 사례가 있어도 결국 사람들은 성공을 만들어내는 방법에 대해서 아예 고민하지 않는 단계에 들어가게 되며, 관행과 본능에 따라 기업을 움직이게 되는데, 새로운 방법론이 성공을 하고 이것이 반복되면 그것이 조직의 문화로 자리를 잡게 된다는 것이다.

문화라는 것은 그런 측면에서 그룹의 멤버들이 반복되는 문제에 대하여 증명된, 받아들이는 대응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아마존은 제프 베조스의 혁신적인 DNA가 기업의 문화로 녹아들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혁신적인 기업들에 대한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것은 혁신적인 사람들과 이들의 혁신적인 기술이나 생각을 북돋을 수 있는 프로세스(다양한 질문, 관찰, 네트워킹, 실험 등),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직의 구성원들이 혁신적으로 생각하고 스마트하게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철학의 중요성이었다. 이를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3P(People, Process, Philosophy)라고 표현한다. 이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사람 (People)                                                                                             

혁신적인 기업은 혁신적인 창업자나 혁신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두려워하지 않는 리더들이 있어야 움직인다. 이런 기업의 핵심적인 리더들은 다른 기업들에 비해 훨씬 새로운 것을 쉽게 발견한다.

또한, 일부 리더들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관리자들이나 조직의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도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기술이 다른 기업보다 강하다. 이들은 의사결정권자의 발견과 전달기술을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구현해 나가는 전반적인 과정을 통해 적절하게 녹여나갈 수 있도록 모니터링하고 관리한다.

그리고 혁신에 초점을 둔 시니어를 조직에 배치하여 이들이 조직의 혁신이 가능하도록 하는데, P&G의 중흥을 이끈 A. G. 래플리가 클라우디아 코차카를 디자인, 혁신, 전략담당 부사장으로 임명하여 큰 성공을 거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확실한 것은 혁신적인 기업에는 일반적인 기업에 비해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혁신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다.


                                                                                       프로세스 (Process) 


창의적인 사람들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관찰을 하고, 네트워킹을 하며, 실험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프로세스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으며, 이를 현실화까지 이어가는 것이 가능하다.

혁신적인 기업에는 이런 프로세스가 있으며, 이를 잘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조직적으로 경주한다. 또한, 직원들이 혁신적으로 변할 수 있는 교육이나 트레이닝을 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혁신적인 리더들의 개성이나 행동을 바탕으로 한 독특한 버릇이 조직 전반에 퍼지는 경우도 많은데, 예를 들어 애플의 경우 스티브 잡스가 "만약에(what if)" 또는 "왜(why)"라는 질문을 잘 던지는데, 애플의 직원들도 대체로 그렇다고 한다.

P&G의 래플리는 현장에서 고객들을 관찰하는데 수백 시간을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P&G에는 이와 같이 고객을 관찰하는 좋은 프로세스가 정립이 되어있다고 한다. Salesforce.com의 마크 베니오프는 대단히 네트워킹을 잘하는 인물이다. 그런 그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 바로 트위터와 유사한 엔터프라이즈 SNS인 채터(Chatter)이고, 독특한 아이디어에 대해 회사 내외부에서 직원들이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네트워킹 프로세스를 Salesforce.com에서는 도입하였다.

또한,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하기 위해서도 이런 혁신기업들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철학 (Philosophy)                                                                                        

마지막은 조직의 철학이다. 혁신조직에는 보통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철학이 있다. 일률적인 것은 아니지만 혁신은 모두의 임무이고, 파괴적인 혁신은 혁신 포트폴리오의 중요한 부분이며, 작지만 적절하게 조직된 많은 혁신 프로젝트 팀들을 꾸리고, 혁신을 추구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스마트하게 대처하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은 혁신적인 리더들의 "혁신의 용기(courage-to-innovate)"를 잘 반영한다. 이들은 머물러 있기 보다는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하며, 변화가 가져올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혁신기업은 연구소에 R&D를 맡기기 보다는 경영진을 포함한 거의 조직전체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혁신노력의 민주화를 이루어낸다.

혁신기업들은 실패에 대한 내성이 강할 뿐 아니라, 실패를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인정하며, 혁신 프로세스의 자연스러운 부분으로 인지한다. 이들은 모든 사람들이 창조적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프로젝트 조직을 가능한 작게 운영하여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이를 "2개의 피자 규칙"이라고 하는데, 피자 2개로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6~10명이 가장 좋은 팀의 크기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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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하자면, 혁신기업에는 그에 걸맞은 DNA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사람과 프로세스, 철학으로 이루어진다. 아마도 혁신기업으로 진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기업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그 기업의 문화로 온전하게 체화가 되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더욱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더욱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책에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The Innovator's DNA: Mastering the Five Skills of Disruptive Innovat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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