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뭔가 아무런 의도를 가진 말이 아닌데도 “뭐야, 너 지금 나 무시해?!” 라며 벌컥 하시는 분들이 계시지요.
-> 요런 걸 sense of self-entitlement라고 하는데요.

“나는 이 정도 대우는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매우 ‘강하게’ 가지고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런 생각이 강할 경우 일상적인 대우임에도 불구하고 괜히 더 기분나빠하거나 ‘버럭’할 수 있겠지요.ㅎㅎ

이런 마음이 생기게 되는 경로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나르시시즘도 있겠고) 대표적인 한 가지가 ‘피해의식’이라고 해요.


[왜 나만갖고 그래 ;ㅁ;]

[왜 나만갖고 그래 ;ㅁ;]

심리학에서 피해의식이란 뭔가 억울한 일을 당해서 부당하게 피해자가 된 느낌을 일컫는데, 원인이 무엇이든 억울한 상태가 되면 사람들은 왠지 ‘이 억울함을 보상받아야 한다’는 모드가 된다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피해를 받은 사람들이 뭔가 더 자기중심적이 되고 sense of self-entitlement가 치솟게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Zitek et al., 2010).

예를 들어 사람들한테 뭔가 억울했던 경험을 써 보라고 해서 피해의식을 잠시 불러일으키면
ㄱ) 도움행동이 줄어들고 (연구자가 이거 잠깐만 도와주세요 라고 했을 때 거절하는 비율이 높아집니다ㅋㅋ)
ㄴ) "나는 더 이상 고생하면서 살면 안 된다.", "나는 더 많은 걸 누릴 자격이 있다.", "남을 위해 나 자신을 희생해선 안 된다."와 같은 self-entitlement 문항들에 훨씬 높은 점수를 매기게 되는 식입니다ㅎㅎ


흠..
뭔가 논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내가 억울한 일을 당하면 남들은 그런 아픔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으니 이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데 나부터 앞장서야겠다며 이타성이 높아져야 할 것 같은데 현실은 역시 다르군요!ㅋㅋ

이런 식으로 시집살이가 대대로 이어지고 상사의 갈굼이 부하직원들에게 대대로 이어지나봅니다. 팔이 잘린 자는 손목이 잘린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는 말도 있고 말이지요.

물론 자신의 피해 경험을 정말 좋은 방향으로 승화시키는 분들도 많이 계시겠지요. 그런 분들 덕분에 그나마 이 세상이 아직 굴러가고 있는 것일 테고요 :)

석사 시절 피해의식에 잠시 관심을 가진 적이 있어서 그냥 탐구적인 차원에서 대학생들에게 살면서 억울했던 경험에 대해 써보라고 한 적이 있었어요. 그랬더니 남학생들의 경우 70% 정도가 군대 이야기를 쓰더라고요. 뭔가 안타까운 마음이 좀 들었었더랍니다. 억울함이 없는 군대생활을 조성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일까요?ㅎㅎㅎ
하긴 또 군대 이후에는 "직장"이라는 억울함 양성소가 기다리고 있겠지만요. -_-

여튼 뭔가 가뜩이나 서로 잘 못 믿고 외로워하고 불행해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제라도 좀 서로에게 따듯해지려면 일단 이 사회에 억울한 경우들이 좀 없어지고 공정함이 많아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참고: 한국사회의 행복지수와 문제들)

공정함이 돈 벌어다줘? 라고 하지만 이 정도면 엄청난 것 아니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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