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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되고 싶은 학생들에게 - 부정적 조언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가져주셔서 말씀 드렸던 대로, 부정적인 조언편을 포스팅합니다. 아직 긍정편을 보시지 않았다면 아래 링크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드라마 ER 중 꽃미남 조지 클루니


1. 드라마와 현실은 구별되야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국내외 의학드라마는 의학적 요소가 가미된 병원내 정치 드라마 또는 연애가 가장 큰 스토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예전 보다 다양한 의학 스토리로 볼거리가 풍성해졌다는 의견이 많기는 하지만, 확시한 것은 현실과 드라마는 많이 다르다는 것이죠.

무엇보다도 하얀 의사까운을 입은 의사의 모습의 이미지를 생각하며 의과대학을 진학할 터인데, 적어도 이건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 인간미 넘치는 드라마 속 의사가 되려면, 의과대학이라면 의예과 2년과 본과 4년, 의전원이라면 4년 + 4년, 최소 6년에서 8년의 시간을 기다려야한다는 것이죠. 그냥 기다리면 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난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의대에서 왜 이런걸 가르켜!'라고 생각하는 많은 기초 학문들과 교양과목은 매우 인간적인 학습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년이 올라갈 수록 배우는 많은 임상과목들과 시험은 환자 앞에서 따뜻한 웃음으로 손을 잡고 싶어 했던 여러분들에게 예상하지 못한 난관이 될겁니다.

무사히 의사면허를 취득하더라도, 수련 과정에 있어 Grand Round로 불리는 환자 사례 발표 시간에는 선배들이나 교수들의 지적에 비참해지는 경험도 할 것이지만 이는 드라마에서도 나오는 것이죠. 그 전에 준비과정으로 낮에는 진료를 보고 지친 몸을 이끌며 밤에는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고, 또 그 사이에 짜증스럽게도 없어진 사진이나 차트를 찾는데 상당한 시간을 허비하게될 것입니다.

1년차때 휴가 중에 준비를 완벽하게 하지 않고 제주도로 떠난 우리과 동기가 사진 때문에 제주도에 도착하자 마다 다시 서울로 올라갔던 일화나, 환자 명단이 잘못 작성되었다고 구박 받는 것에 울컥해서 병원을 탈출한 저의 이야기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더 힘든 것은 Grand Round 뿐 아니라, 저널 클럽, 병리학과 조인트 컨퍼런스등 다양한 원내 학술 잔치(?)에 환자만큼 신경을 써야한다는 것이죠. 이때 알게됩니다. '의사가 환자만 보는 직업이 아니구나...' 환자와 논문과 원내외 학술 행사의 3박자를 조절할 능력이 될 때면, 5년의 병원 생활이 끝나갑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뿐

2. 고가의 등록금과 교재


대학 등록금 인상을 두고 올 초 말이 많았습니다. 의과대학, 의전원 학비는 그 중에서도 최고입니다. 교육 과정과 실습에 투자되는 비용을 감안한다면 여전히 현실화되있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대해 내부 사정을 알기에 공감합니다만, 개인으로써는 여전히 비싼 것이 불만입니다. 물론 장학금을 받는다면 상당히 행복하겠습니다만,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학자금 대출이 있습니다. 일반 학자금 대출 연리가 7%조금 넘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은데 꼭 학자금 대출만 볼 것이 아니라 여러 상품을 잘 따져보셔야할 겁니다. 대학 재학중에는 학업만 따라가기도 버겁기 때문에 아주 제한적인 시간을 활용해 아르바이트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의대를 선택할 때에는 공립을 가시는 것이 비교적 좋지 않을까 생각이듭니다. 학교마다 학자금 보조 정책이나 장학금이란 이름의 대출들이 있습니다만, 공짜는 없습니다.

미국은 상황이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가끔 있는데 거긴 학비 비싼 걸로 유명합니다. 게다가 거기도 상승세입니다. 미국의 의과대학 졸업하는 학생들의 평균 부채는 공립이 대략 $100,000, 사립이 $ 135,000 라고 합니다. (2003 Assos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 그래도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은 미국보다는 견딜만한 수준이죠.

원서 교재들도 상당히 고가입니다. 한글 번역판들은 대부분 제대로 번역이 되지 않거나 판올림이 늦어 중요과목의 교과서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입니다. 물론 참고서로 사용은 할 수 있겠지만, 그럴 경우 원서에다가 부수적으로 구입해야하는 것이죠. 의대생 중 비뇨기과 원문 교과서 구입하는 경우 없을 겁니다. 대부분 메이저 과목만 원서로 구입하죠. 저도 최소한의 과목에서 필요한 책만 구입했습니다만, 그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비용을 만약 학자금 대출등으로 해결한다면 졸업을 해도 일부는 부채로 남겨져 있을 겁니다. 물론 집에 여유가 있는 경우에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만, 그렇지 않은 경우 전공의 과정동안 부채를 갚아 나가야죠. 예외적으로 군의료에 봉사할 것을 약속하고 등록금을 충당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CIBA 전집하고, 내과학 교과서가 얼마였더라..?


3. 예상 보다 낮은 임금, 강도 높은 노동

위의 부채 이야기가 나왔으니 돈 이야기를 이어가야할 것 같습니다. 2000년에 병원 들어왔을 때 인턴 월급이 1백만원 조금 넘었는데, 그 사이에 많이 좋아졌습니다. 당시 일부 병원에서는 월급을 주지 못하고 임금 연채를 하기도 하던 때였으니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웠죠. 도제 시스템에서 전공의들의 위치는 가르쳐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존재였습니다만, 요즘은 전공의에 대한 처우가 전반적으로 많이 좋아졌습니다. 가르쳐 준 것을 다 배워 나가도 써먹을 데가 없고, 예전 처럼 전문의 수료후에 고생한 만큼의 보상을 기대할 수 없는 여건이기 때문에 월급이 올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공의 복지 후생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일부에서는 과거의 관습이 남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수님들이나 고년차의 대부분은 그렇지 않습니다만,
졸업하면 돈번다는 의미가 아니라 졸업과 동시에 빚을 진다는 의미의 사진


4. 실추된 전문가로써의 위상

안타깝지만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은 예전처럼 좋지 못합니다. 예전에는 존경받는 직업을 물으면 정답 중 하나로 생각되던 직업인데 지금은 의사라고 하면 집단 이기주의를 연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과거 의약분업 때 있었던 대규모 파업이나, 의사와 병원의 비리(탈세, 리베이트등) 뿐 아니라 진료실에서의 수동적일 수 밖에 없는 환자의 입장에 대한 배려의 부족, 최근 소비자의 권리 신장과 더불어 생기는 의식 변화, 상승하는 의료비등에 대한 불만이 혼재해서 만들어진 것들이라 생각됩니다.

때문에 억울하게 내가 잘못한 일이 아님에도 선입견에 의해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의사를 기다리는 일은 없으면 좋겠지만, 사실 예약을 해도 늦을 수 있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응급상황이나 수술, 병동 환자 상태 변화등이 있을 수 있는데, 어떤 이유든 외래에서 환자가 기다리게 된다면 아마 여러분을 어디서 놀다 온 사람 취급하더라도 상처받지 않을 각오 정도는 해야합니다.

또한, 최신 의료 기계의 도입이나 약물의 사용에 있어 병원이나 의사 개인의 수익의 증가가 크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의료에 드는 재료등의 비용 증가와 보험에서의 지급의 감소 및 삭감 증가는 사실 병원 입장에서는 재정적 부담입니다. 단순히 이런 상황이 병원 경영의 악화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극복하기 위해 환자를 많이 보게되고, 환자 부담은 늘어나며, 수익이 적어지는 과는 폐지되고 환자들은 소수 병원에 모이고, 오랜 시간 기다리고 제때 치료 받기 힘든 악순환의 연속이죠. 그러나 현실에서는 의사를 비난하면 답이 나온다고 믿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다른 것은 참아도 가족, 가까운 친구들에게 그러한 오해를 받고 이해를 시키는 과정은 그렇게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부담이 되는 최신 의료 장비 구입을 안하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시장원리로만 유지되지 않는 의료 시장이라지만, 소비자들의 병의원 선택은 상당히 여러 정보를 통해 이뤄집니다. 좋은 장비가 있다면 선호도가 더 높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고민되는 부분이죠. 이렇게 되다보니 그 장비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달리 이야기하면 고전적인 수술로도 좋은 결과를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최신의 장비를 쓰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가능합니다. 또 보험이 되지 않는 항목에 상당 부분 수익을 의존하게 되는 것도 문제죠. 더 큰 문제는 이 비난을 의사에게만 돌리는 것인데 달리 이야기하면 별로 해결 하고 싶은 의지가 없는 거죠. 겉만 핥는 것이랄까요? 그래도 의사 비난하면 그 것만으로 만족해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의욕 상실의 한 부분이죠.





지금 제 이야기도 겉만 핥고 있는 겁니다.


5. 의사(MD) 출신의 과학자를 꿈꾼다면

앞서
하우스처럼 천재면서 커디같은 원장 밑에 있다면 자율성이 보장될 수도 있습니다.


7. 생명과 직결되는 전공 = 3D

3D (Dirty, Difficult, Dangerous)라고 표현되는 과들(전공)이 있습니다. 피고름과 대변, 소변을 만지고, 수련과정이 매우 고되면서 감염의 우려가 높은 질병을 가진 환자를 보거나, 검체를 만지거나, 수술등 처치를 통해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과들입니다. 또한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법적 소송의 위험이 항상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보험 수가 체계에서는 경영난을 극복할 방법이 없기에 지원자도 줄어들고 있는 실정입니다.

흔히 미국은 의사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만 생각합니다만,
미국에서도 일부 3D로 분류되는 전공의 경우 의사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비단 3D로 분류되는 전공뿐 아니라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3D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이기에 선택에 있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경기가 좋지 않아 안정직을 선호하기에 의대의 선호도가 높은 것이라면 나중에는 큰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는 말도 되겠죠.

고소와 고발의 경우 자격에 문제가 있는 의사에게 책임을 물어야하기 때문에 당연히 필요할 것이지만, 최근의 의료분쟁의 양상은 과거와는 매우 다릅니다. 약자인 환자의 권리를 찾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앞으로도 제도적인 보호가 필요하다는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양상은 의학적 결과(medical result)와 의료 과실(malpractice)를 구별하지 않고 예상한 결과와 다른 경우 소송으로 이어지는 추세입니다. 많은 경우 예측할 수 있는 의학적 결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기 때문에 결과를 납득할 수 없었다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그럴경우 의료 과실이 없어도 있을 수 있는 모든 의학적 결과를 이야기한다면 겁만 주는 것이 되며, 대형 병원이라면 모르지만, 중소 병원의 경우 그런 설명을 듣고도 그 병원에 있을 환자는 없을 것입니다.

터무니없는 의료과실 주장을 하면서 의료기관을 괴롭히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도 사실인데, 약자인 환자가 아닌 의료 분쟁 브로커를 통한 인터넷 및 병원에서의 업무방해는 상당한 피해를 가져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약자라고 여겨지는 환자에게 적극적인 대응 수단을 쓰는 것은 최악의 상황에나 고려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대학병원급이라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여러 도움을 얻을 수 있지만, 대한민국 의사 중 대부분은 대학병원에 근무하고 있지 않습니다. 개인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면 한번의 소송으로 겪는 경영의 부담이나 정신적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힘듭니다.

의료 과실이 아닌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에 대해 소송이 늘어날 것이기에 이런 문제에 대해 담담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소송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 정신적 스트레스가 다른 환자를 진료할 때에도 지속된다는 것, 그리고 병원의 이미지가 악화되는 것등을 포함하면 역으로 의사가 약자로 여겨질 때가 있습니다. 현실적인 문제는 이런 소송이 많은 전공과목들은 소송에 패소하거나 배상을 하라고 판결이 나면 비용을 지불할 만큼 수입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위험을 의사가 감수해야한다면, 위험을 준비하고 대비할 수 있어야하는데 그런 여건은 전혀 고려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3D 전공에 대한 지원은 앞으로 더 줄어들 것으로 생각됩니다. 당국에서의 문제 인식은 '의사들이 돈되는 전공만 선택한다'라며 3D 전공 지원자에게는 전공의때 월급을 좀 지원해주겠다는 해법을 내놓았습니다. 임상 의학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내외산소는 이미 몰락했습니다. 그외의 큰 수술을 하는 많은 과들도 몰락하고 있죠.

결론적으로 말해 얼마나 많은 의사들이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고 있는가? 이 부분의 답을 들으면 참고하기 쉬울 듯 합니다. 이미 많은 국내의 임상 의사들은 자신의 직업에 매우 만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조사입니다만 1,175명의 미국 의사를 대상으로 자녀에게 자신의 직업을 추천하겠는가란 질문을 했습니다. 여기에 그러지 않겠다고 답한 의사가 57%였다는 것은 상당히 놀랍습니다. (2007년 Merritt)

'내 자식은 의사 안시킨다'라는 답변을 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업 자체의 자부심은 여전히 가지고 있습니다. 허나, 이는 말하는 사람과 상황마다 다른 것이죠. 판단은 여러분이 하는 것입니다.

드라마 하얀거탑 중

최근의 입시에서는 의대 경쟁률이 지나치게 높은 양상을 보입니다. 쉽지는 않은 직업이고 그만큼 보람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겠죠. 지망하시는 분들 모두 소명과 책임감을 가지고 지원하는 것이라 믿습니다. 쓸데없이, 조금  먼저 거쳐 갔다는 이유로 주제 넘은 조언을 했습니다. 현직에 계시는 많은 의대생분들이나, 의대/의전원 지망생, 의사선생님들, 또는 자녀를 가지신 분들께서 부족한 부분을 댓글로 남겨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긍정적인 조언 7가지와 부정적 조언 7가지, 나름 균형을 맞춰보려고 했는데 부정적 조언이 좀 더 무겁게 느껴지네요. 이 이야기는 의사의 돈이야기도 아니고, 일부 부도덕한 의사를 옹호하기 위해 쓴글도 아닙니다. 이전 편에 비해 가볍게 읽기에 좀 부적합했지만, 그래도 역시 마지막 멘트는... A4 이상의 댓글을 사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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