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스트 린 맥타가트의 <의사들이 해주지 않은 이야기>를 읽으면서 여러 번 놀라게 됩니다. 동명의 건강전문 잡지 『What Doctors Don't Tell You』의 발행인이며 편집인인 저자는 현대의학의 신념에 과학적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제도권 의학이나 대체의학이 올바른 방향을 찾아 나아갈 수 있도록 조타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책내용은 제도권 의학의 긍정적인 면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문제점들만 집중적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모두 6부로 나뉜 내용은 ‘의료 속의 거짓과학’이라는 제목의 제 1부에 “현대의학의 비과학성”이라는 제목으로 현대의학이 허구라는 주장을 펼쳐내기 위한 몸풀기를 하고 있습니다. “과학이 우리를 구원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면 이는 전적으로 헛다리를 짚은 것이다. 의과학의 실체는 구원과는 거리가 멀다. 미국과 영국은 ‘암과의 전쟁’에서 패배하고 있다. 유방조영술과 같은 초정밀 검사장비와 수술기법이 있지만 유방암 사망률은 떨어지지 않는다.(26쪽)”서 서론에서 전제하고서는 제2부에서 제5부에 이르기까지 현대의학의 진단과 치료 등 모든 영역에서 문제점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얼추 짚어보아도, 혈압측정, 콜레스테롤검사, X-선검사, 조직검사, 산전검사, 암선별검사, 예방의학, 예방접종, 호르몬치료, 항생제, 고혈압치료, 치과의 아말감, 수술, 스텐트시술 등입니다.

저자가 현대의학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인용하는 논문들은 대부분 의학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들입니다. 따라서 일반독자들이 읽게 되면 저자의 주장이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너무나 광범위하기 때문에 저의 세부전공을 넘어가는 영역에서는 저자가 제시하는 논문들을 검증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에 저자의 주장이 틀렸다고 단정짓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의사들이 해주지 않은 이야기>는 1996년에 출간된 원전을 2005년에 보완한 개정판을 우리말로 옮긴 것입니다.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참고문헌은 무려 1200여개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2005년에 보완하는 개정판을 내면서 2000년 이후에 발표된 문헌은 130여개 정도밖에 보완하고 있지 않습니다.

저자는 대부분의 의료행위에 문제가 있다는 문헌은 시시콜콜 인용하여 요약하고 있습니다만, 해당 시술에 대한 긍정적 효과를 논하는 논문은 거의 인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20세기 초반을 넘어서면서 의료행위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확보된 시술만을 인정하는 제도가 자리잡기 이전에 도입되어 의료계에서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는 의료행위는 별도의 근거자료를 만들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경과규정을 두었던 것 으로 알고 있습니다. 의료술기의 개발초창기에 나온 자료를 집중적으로 인용하면서 발전과정에서 나오는 새로운 자료는 외면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생깁니다. 마이클 셔머의 <왜 사람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http://blog.joinsmsn.com/yang412/9606250>를 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자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짚고 있는 시술들 가운데는 유효성과 안정성을 입증하는 자료들을 바탕으로 도입되었지만, 사용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전체적인 효과와 부작용의 경중을 비교하여 부작용의 발생을 감사하면서 사용되는 행위들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행위의 경우 부작용의 발생사례를 수집하여 논문으로 발표하여 다른 의사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하기 마련입니다. 저자는 이런 논문들을 해당 시술이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인용하여 확대해석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의사들이 무능하다거나 또는 성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의사들은 아주 성실하게 일하며 또 그 대부분은 자신들이 배운 것을 매우 유능하게 활용한다(27쪽)”고 추어주면서, 곧바로 “의료는 과학이 아니며 기술도 아니다. 의사들이 금과옥조로 삼는 치료방법들 중에는 효과없는 것들이 많다.(28쪽)”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주장들 가운데는 의료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단정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대목이 적지 않습니다. “성인 정신병동에 입원한 1,000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통상적인 혈액 및 소변검사로 진단에 도움을 얻은 경우가 1%에도 못 미쳤으며…(67쪽)” 같은 경우입니다. 이런 검사들은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들의 전신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기본검사입니다. 당연히 정신질환 환자들은 이런 검사에서 이상소견을 나타내지 않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빈혈이나 당뇨, 백혈구가 증가하는 소견들은 정신질환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것입니다만, 전신질환이 동반되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인 것입니다.

예방접종의 유효성에 대하여 근본적으로 불신하는 논리는 저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오래 전에 홍역백신에 대한 불신이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백신접종을 기피하는 부위기가 확산된 다음 홍역에 대한 집단면역수준이 떨어지면서 홍역이 확산되어 큰 피해를 입었던 적이 있습니다. 또한 예방접종과 간질 그리고 자폐증과의 관련도 빠트리지 않고 지적하고 있습니다만, <예방접종이 자폐를 부른다; http://blog.joinsmsn.com/yang412/12171623>에서 이런 주장에 대하여 드렸던 반론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의사들은 이처럼 무분별하게 동조하고 밑도 끝도 없는 낙관론으로 새로운 의학적 기술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지만, 그러한 기술을 뒷받침하는 증거에 대해서는 가장 나중에 생각한다.(223쪽),”, “호르몬대체요법이 도입될 때부터 의사들은 통계학적 조작을 시작했다.(228쪽)”, “약품생산업자들은 우수한 약물임을 주장하지만 스테로이드가 이와 같은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명한 사실에 의사들은 무관심하거나 눈을 감고 있다.(275쪽)” 의사들은 질병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어떤 약제를 투여하여 그로 인해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면 그 부작용을 치료하기 위해 다른 약제를 처방하는 등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어버린다.(281쪽)“ 는 등으로 의사들을 파렴치하거나 자신이 하고 있는 의학에 무식하다는 식으로 매도하고 있는 저자의 단정적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처럼 의학과 의사를 믿지 못하는 저자는 제6부 ‘자기조절을 통한 건강관리’에서 “자가치유의 신비”라는 제목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현대의학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근거가 되는 패러다임이 틀렸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연치유력에 맡기면 인간의 모든 질병이 해결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저자가 주장하는 자연치유력에 맡기는 의료행위는 주술적 치료가 행해지던 원시의학에서 적용되던 것으로부터 민중의학에 이르기까지 전염병 혹은 각종 암종 등으로 인류의 평균수명이 40내외에 머물던 시절의 그야말로 예전의 패러다임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에 불과한 것입니다.

물론 현대의학이 질병을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만, 분명 과거 인간들이 굴복했던 다양한 질환들에 맞설 수 있는 파워를 갖출 수 있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우리세대는 평균기대수명이 100세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는 시점입니다.

질병의 치료에서 발전된 현대의학의 기술이 중요합니다만, 환자가 자신을 치료하는 의사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자의 근거가 부족한 주장들은 환자들로 하여금 자신을 치료하고 있는 의료진을 불신하는 생각이 들게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황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의사들이 해주지 않는 이야기

린 맥타가트 지음
진선미 옮김

472쪽

2011년 6월 10일

허원 미디어 펴냄

목차

추천사

서문

Part 1 의료 속의 거짓과학

01 현대의학의 비과학성

Part 2 인간에서 기계로 옮겨간 진단의학

02 과잉 진단

03 두려움을 키우는 산전검사

04 조기진단 숭배자들

Part 3 예방의학의 오류

05 콜레스테롤에 대한 오해

06 예방접종 맹신주의

07 호르몬에 대한 과대평가

Part 4 과잉치료의 진실

08 기적의 치료제

09 치과: 아말감의 진실  

Part 5 수술 만능주의

10 표준 없는 수술절차

11 비디오 게임화되는 의술

Part 6 자기조절을 통한 건강관리

11 자가치유의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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