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7.5.23 화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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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 남편의 눈물, 그리고 아이의 백일떡
남편은 병원비 중간정산을 해야 한다며 은행에 가서 마지막 적금을 깨고 왔다.
부인을 위해서
이렇게 하는게 맞는 것 같다며…
 
30대 초반의 부부.
행복한 연애, 결혼, 첫 아이 임신.
그런 기쁨으로 시간이 충만한 임신 7개월째 어는 날
배속에는 아이만 있는게 아니라 종양도 같이 자라고 있는걸 알았다.
 
태아의 폐가 성숙되기를 기다려 제왕절개로 아이를 출산했다. 그리고 엄마는 수술을 받았다.
 
소장암 그리고 복강내 전이.
 
항암치료를 2번 밖에 못 했는데
장폐색으로 장루를 빼는 응급수술을 다시 했다. 그리고도 장은 움직이지 않았다.

콧줄을 끼우지 않으면 소화액이 계속 역류하여 토하는 일이 반복되어 음식을 먹지 못하고 콧줄을 끼운 상태로 지내야 했다.

아무런 치료도 하지 못하고
환자의 상태는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호스피스로 협진이 의뢰되었다.
 
재왕절개 수술을 한 시점부터 병원 신세를 지기 시작한 부인은
불안과 걱정이 많아 남편을 한시도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남편은 직장도 그만두었다. 밥 한끼, 잠 한숨을 편히 먹고 잘 시간이 없이 몇 개월째 지내다 보니 남편도 몸과 마음이 완전히 소진된 상태다.

그렇게 넉넉한 살림은 아닌데 부인이 편안히 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1인실 병실을 사용하고 있다. 그 병원비를 지불하느라 모아놓은 돈을 다 썼다.
 
첫 방문.
 
나는 환자를 보고 남편을 면담하였다. 아이 백일 잔치를 예정된 백일에 딱 맞춰서 하지 말고 몇일 일찍 당겨서 하시라고 했다. 어쩌면 지금 컨디션이 제일 좋은 걸지 모른다고. 몇일 차이니까 그냥 빨리 하시라고. 그 날을 기다리는 건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고. 지금 아이가 건강하고 백일이라는 상징적인 날을 함께 기뻐할 수 있으면 되는거 아니겠냐고. 남편은 그 몇일이 위급해 질수도 있다는 말이냐고 놀란 눈으로 되묻는다.
 
그래서 지난 주 백일에서 몇일 모자란 어느 날을 잡아 백일잔치를 했다. 엄마는 아이를 안고 노래도 부르고 행복해 했다. 남편의 회사 동료들도 병원에 방문하여 힘든 옛 동료를 위로하고 같이 축하해주었다. 양가 부모님들도 하루 종일 병원에 함께 계셨다.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이 잔치를 위해 호스피스 자원봉사팀과 의료진이 번갈아가며 환자 곁을 지켰다. 알록달록 방안의 풍선들이 우리 모두의 마음을 업 시켜 주었다.
 
마지막 적금 통장을 깨고 병원비를 중간 정산하였다. 지금은 환자를 위해 특별히 하는 검사나 치료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 비용은 1인실 병실비용이다.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래도 남편은 부인 이 편하게 지냈으면 했다. 아이 양육비 그런 걸 생각하면 막막한 마음도 들지만, 지금은 부인의 마지막을 잘 지켜주는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돈은 또 벌면 된다고. 자원봉사자에게 부인을 맡기고 은행에 다녀왔다.
 
몇일 전 그렇게 좋아하며 아이의 백일 잔치를 했고
아이를 안아보고 얼굴을 비비며 좋아했던 그녀가 어제 소천하였다.

어제는 실재 아이가 백일되는 날이었다.

남편은 울면서 백일떡을 우리에게 주었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다고.
그리고 자기도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로 일하겠다고.
그동안 받은 거 몸과 마음이 힘든 암 환자 가족을 돕는 일을 하는 것으로 보답하겠다고.
 
목이 매여 우리는 아무도 백일떡을 먹을 수 없었다…

이수현  socmed@bravomybrea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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