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nal neurofibrosarcoma (척추 신경육종)에 걸린 27세 청년의 이야기.

5년 생존율 50%라는 이 병. 그래서 영화제목이 50/50 인가보다. 비행기에서 졸지않고 본 영화.

아주 참하게 생긴 청년이 아침 조깅을 하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예쁜 여자친구랑 동거중인 그. 일상을 평화롭게, 1분 1초를 아끼며 열심히 일하고, 술담배도 안하고 커피도 마시지 않고, 나쁜 짓 안하고 조신하게 살아가는 그에게 묵직한 허리 통증이 찾아온다. 젊은 그가 병원에 가서 이름도 낯선 암 진단을 받는다. 진단명을 고지하고 예후를 알리는 의사의 목소리는 저 너머에 울림으로만 남아있다.

부모님께 숨기고 항암치료를 시작한다. 항암치료 중에는 그에게 유쾌한 친구가 있다. 머리를 빡빡 깎을 때, 개를 데리고 아침 조깅을 나갈 때, 치료를 받던 중 다른 남자가 생겨버린 여자친구랑 헤어지고 우울해 하는 그 옆에는 항상 그 친구가 있다.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그는 외래 주사실에서 같은 시간에 항암제를 맞는 전립선암 할아버지, 대장암 할아버지와 친구가 된다. 그들 집에 가서 노곤하고 힘든 그들의 일상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술도 마시고 마리화나도 피운다. (이런!) 같이 유쾌하게 놀았는데 다음번 항암치료를 받으러 가니 전립선암 할아버지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 장례식에 그는 다른 환자,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한다.

그는 이제 갓 심리치료사 일을 시작한 초년병에게 배치되었다. 교과서에 나와있는대로 상담하는 그녀. 그는 그녀의 어줍잖은 상담에 화가 난다. 4번의 항암치료를 마치고 난 다음 찍은 MRI는 항암제에 전혀 반응하지 않은 종양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는 많이 지쳤는데 에너지가 없는데 더 이상의 항암치료를 무의미하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수술을 받게 된다. 비로소 부모님께 상황을 알린다. 엄마는 지난주까지 아이가 암환자인 부모를 위한 지지모임의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그 당사자가 되어버리고 나서의 당황함을 진료실에서 그대로 표출한다. 서로에게 상처받는 가족.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가족으로 남아있다. 같이 치료를 견딘다.

암환자가 된다는 것, 그 생활을 견디는 것은 인간 내면의 무수한 양가감정이 교차하고 허약한 자아를 드러내는 계기가 되는 것인지 보여주고 있다. 그는 친구에게, 심리치료사에게, 억제하지 못하고 화를 낸다. 그리고 다시 그들에게 사과한다. 운전도 할 줄 모르는 그가 친구의 차를 몰고 일방통행에서 역주행한다. 그렇게 마주오는 차를 바라보며 역주행마저 감행하게 만드는 것이 치료과정에서 경험하는 환자의 당혹감, 분노인가 보다.

수술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그. 등에 생긴 상처의 드레싱을 친구가 돕는다. 소독면봉으로 연고를 발라야 하는데 친구는 손가락으로 쓱쓱 연고를 바르다가 그에게 혼이 난다. 친구는 흉칙한 상처를 보면서 호들갑을 피운다. '오마이갓'을 외치며. 그리고 주인공은 절룩거리며 다시 걷기 시작한다.

영화의 스토리는 흥행에 성공할 것 같지 않은 내용이다. 장면 하나하나, 암환자가 겪는 일상을 담아내고 있다. 훨씬 더 구질구질한 게 많을텐데 영화니까 미화하여 담아낸게 이정도 겠지. 난 그 일상의 단편 단편이 마음에 와 닿는다. 그것보다 더 구질구질한 장면, 지루한 대화, 힘든 마음을 꾸역꾸역 참으며 우리 환자들이 그렇게 24시간을 보내고 있을 테니까. 그러나 그 모든 시간이 힘든 것만은 아니겠지? 친구의 도움으로, 가족의 도움으로 우리 환자들도 21일을 견디고 나를 만나러 외래에 오는 거겠지? 왜 영화에서 의사는 그렇게 드라이하게 나오는 걸까? 드라이한게 필요한걸까?

잠깐이지만 병원을 떠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고 싶었다. 다른 공기, 다른 기분으로 내 마음을 상쾌하게 만들어주는 시간이 되기를 바랬다. 그러나 나는 이미 암환자를 진료하는 의사가 다 되었나보다.

매일 오전오후로 전공의가 전자메일로 환자들의 소식을 알려주었는데 마음이 편치않고 상태가 궁금하다. 여유롭게 일요일 저녁 회진을 돌며 입원한 환자들의 안부를 확인하러 가야겠다.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