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암, 설암이라고 하면 생소하게 생각하실 분들이 많을 겁니다. 우리나라 암 발생통계(2002년)에서 입술, 구강, 인두에 생긴 암은 모두 합해서 약 1.8% 정도를 차지하는 비교적 흔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매우 드문 암은 아닙니다. 혀에 생기는 설암이 대표적인 구강암인데, 혀의 옆면에 가장 흔하게 생기고, 혀와 치아 사이, 잇몸 등에도 생길 수 있습니다.

몇 해 전부터 의과대학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구강암(설암)에 관한 1시간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설암의 진단과 치료, 구강암을 비롯한 두경부암(頭頸部癌, 머리와 목, 즉 이비인후과 영역에서 생기는 암을 포괄하는 명칭)의 위험인자, 진행 양상, 통합적인 치료에 대해 이비인후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가 함께 진행하는 강의입니다.

이때, 진행된 설암의 수술 사진을 몇 장 보여주는데, 턱을 가운데서 가른 후, 혹은 턱은 그대로 둔 채 혀를 비롯한 입속 구조물을 한꺼번에 턱 아래 쪽으로 빼 낸 후 암 덩어리를 제거하고 팔이나 다리에서 떼어낸 살을 붙여서 재건하는 수술 장면입니다. 어떤 장면인지 상상이 되시나요? 이비인후과에서 하는 암 수술은 대개 생각하기 끔찍한 것들이 많은데, 의대 2학년 학생들도 그 기억이 생생하다며, 4학년이 되어 이비인후과 실습을 하는 동안에 만나면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림1. a. 혀 왼쪽에 약 4 cm 크기의 덩어리로 조직검사 후 설암 진단을 받으신 분의 모습입니다.


1. 3주 이상 낫지 않는 입안의 궤양
그림 1. b. 수술 후 암 덩어리가 있던 부위는 팔에서 옮겨 온 살(피부색)로 채워져 있는 모습이고, 오른 쪽 혀 1/3 정도는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 수술을 받은 환자의 사진을 보여드리면 그림1과 같습니다. 수술 전 사진(a)에서 보시면, 혀 왼쪽 옆면에서 생긴 암이 혀의
중간 정도까지 자라 있습니다. (b)는 약 1.5 cm의 경계 부위를 포함하여 암을 절제한 후 팔에서 살을 옮겨 이식한
모습입니다. 그래도 정상적인 부분이 약 1/3 정도 남아 있어서, 발음이 약간 어눌한 것을 제외하고는 식사도 잘 하시고, 수술
후 방사선치료를 받고 완치(5년 이상 병 없이 지내는 상태) 되신 분입니다. 이 분은 10년 전에 진단 받고 치료 받은 분인데,
아직도 많은 분들이 이렇게 진행된 상태에서 병원을 찾아 옵니다. 크기가 작으면 치료도 쉽고 결과(암의 완치 및 기능의 유지)도
좋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항암화학요법(항암제 치료)이 발달하면서 많은 암에서 수술의 역할이 조금씩 줄고 있는 추세입니다만, 구강암에 있어서는 아직도 수술이 가장 중요한 치료입니다. 끔찍한 수술을 피하고 완치를 바란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예방이고, 그래도 생긴다면 가능한 빨리 진단 받고 치료하는 것이겠지요. 암의 진행 정도는 4기로 나누는데, 구강암 전체의 완치 가능성은 약 50% 정도인데 비해, 1기에 발견되어 치료하면 95% 이상 완치되며, 2기에 치료하면 약 70~80% 정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구강암은 흡연, 음주, 좋지 않은 구강 위생이 중요한 원인인데, 대개 삼박자를 함께 갖춘 분이 많습니다. 물론 이런 환경적인 요인에 노출이 되는 경우에도 어떤 사람들은 암에 걸리고 어떤 사람들은 암에 걸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유전자의 차이가 그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많으나, 아직은 구체적으로 잘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아마 미래에는 유전자 치료를 통해 암을 예방하는 방법이 보편화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잘 맞지 않은 틀니 등의 만성 자극, 바이러스, 방사선이나 자외선, 식습관과 영양결핍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연령은 40대 이후에 주로 발생하고 60대에 가장 많이 발생합니다. 20대의 비흡연 젊은 여성 같이 의외의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만, 평소 흡연과 음주를 피하고, 구강 위생 상태에 관심을 갖고 관리하는 것이 구강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되겠습니다. 이러한 예방법은 구강암뿐 아니라 많은 다른 암이나 건강상의 문제들도 예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방 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 혹은 이미 그러한 위험에 많이 노출되었다면, 지금부터라도 예방에 힘쓰는 것과 동시에 조기 진단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구강암은 발생하는 부위가 비교적 쉽게 잘 보이고 잘 만져지는 부위이기 때문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다른 암에 비해 쉽게 진단할 수 있습니다. 물론 확진하는 방법은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진찰하고 조직검사를 해야 합니다만, 조직 검사도 다른 부위에 비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소견이 있을 때는 아무리 바쁘시더라도 시간 내서 전문가의 진찰을 받아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1. 3주 이상 낫지 않는 입안의 궤양

입안의 점막이 헐거나 패이는 것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가장 흔한 원인은 아프타 구내염 같은 염증입니다. 이러한 구내염 때는 한 군데서 생긴 궤양이 대개 1~2 주 내로 없어지고, 심한 경우 다른 부위에 또 생기는 것을 반복합니다. 한 군데 생긴 궤양이 3주가 되었는데도 아물지 않는다면 일반적인 염증이 아닐 수 있습니다(그림 2, 3).


그림2. 혀의 입바닥쪽 면에 생긴 설암으로, 점선으로 표시한 부분은 얕게 헐어 있는 부위이고, 실선으로 표시한 부분은 조금 딱딱하게 만져지는 부분입니다. 보기에는 꽤 멀쩡해 보이는데 설암 2기에 해당합니다.


2. 입안의 종괴 혹은 부종(붓기)
그림3. 혀 왼쪽 옆에 하얗게 패인 상처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고, 주변은 단단하게 만져지는 부위가 있습니다. 조직검사에서 설암으로 진단되었습니다.


2. 입안의 종괴 혹은 부종(붓기)

입안에서 평소에 없던 것이 만져지는 경우를 말하는데, 단순한 염증 혹은 그로 인한 단순한 물혹 같은 것이 종종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해 보이는데 원래부터 있던 것인지 새로 생긴 것인지 모를 때는 일단 좌우를 비교해 보시고, 대칭인 경우는 대개 정상적인 구조물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비대칭이거나 아무래도 걱정이 되시면, 가까운 의원에서 진찰을 받아 보시고, 없던 붓기가 생겼는데 3주가 지나도 없어지지 않으면 전문가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그림4, 5).


그림4. 혀와 입바닥 경계 부위에 생긴 구강암으로 하얗게 헐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 전체가 딱딱한 덩어리입니다.


3. 구강 점막의 적색 혹은 백색 반점
그림5. 혀 옆에 살짝 튀어 나와 있는 혹이 있고, 조직검사 후 설암 1기로 진단 받았습니다.


3. 구강 점막의 적색 혹은 백색 반점

볼이나 혀에 적색 혹은 백색 반점이 생긴 경우에도 대부분은 원인을 잘 모르는 점막의 변화, 아마도 어떤 만성 자극에 의한 것으로 생각되는 변화일 가능성이 가장 많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점막의 변화는 드물게 암의 초기 증상이거나 암으로 변화 되는 전단계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번도 진단 받은 적이 없는 경우에는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좋고, 오래된 반점인 경우 최근에 더 두꺼워지거나 헐거나, 범위가 넓어지는 경우에는 조직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림6. 볼 점막에 백색 반점과 부분적인 적색 반점을 보이는데, 조직검사에서 암은 아니고 각화과다증으로 나왔습니다.


6. 혀나 볼 점막의 통증
그림7. 혀 옆면에 적백색 반점이 크게 있는데, 조직검사에서 염증과 상피의 증식 소견을 보였습니다. 암은 아니지만, 정기적인 관찰을 권해드립니다.


4. 치주질환과 무관하게 치아가 흔들리는데 원인을 설명하기 어려울 때

잇몸에 생긴 암이 치아의 뿌리 쪽으로 자라 들어가면 치아가 흔들리는 증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혹은 위턱뼈 속의 공간에 생기는 상악암의 경우에도 치아가 흔들리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치아가 흔들리는 증상 외에도 이를 빼고 나서 2주가 지났는데도 아물지 않는 경우에도 추가적인 검진이 필요합니다.

5. 3주 이상 지속되는 경부의 종괴

목에 뭔가 없던 것이 만져지는 경우, 그것이 바로 구강암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감기만 걸려도 임파선이 부어서 만져질 수 있는데, 일반적인 염증에 의한 것은 대개 3주 내에 대개 잘 만져지지 않게 됩니다. 3주가 지나도 남아 있거나 오히려 크기가 커지는 혹이 만져지면 전문의의 진찰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6. 혀나 볼 점막의 통증

혀나 볼의 통증으로 병원에 오시는 분에 가장 많은데, 눈에 보이거나 만져지는 이상이 없이 혀 전체 혹은 입안 전체에 통증만 있는 경우는 대부분 암과 관련이 없습니다. 구강작열감증후군이라고 부르는데, 원인을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영양제나 신경안정제 등이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드물게 구강내 통증이 암과 관련되는 경우도 있는데, 암이 신경을 침범한 것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암이 그렇지만, 구강암도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합니다. 구강암은 다른 암보다는 비교적 쉽게 조기 진단할 수 있습니다. 일이 바빠서 혹은 병원이 멀어서 시간 내기 힘드신 분들도 가끔씩 입안을 들여다 보는 관심으로 구강암을 조기 진단할 수 있습니다. 물론 더 중요한 것은 예방을 위한 작은 노력들이겠지요.

전문가의 진찰이 필요한 경우

  • 3주 이상 낫지 않는 입안의 궤양
  • 3주 이상 지속되는 입안의 붓기
  • 3주 이상 지속되는 삼키기 힘든 증상
  • 3주 이상 지속되는 일측의 이충만감
  • 3주 이상 지속되는 목에 만져지는 혹
  • 6주 이상 지속되는 목소리의 변화
  • 구강 점막의 적색 혹은 백색 반점
  • 치주질환과 무관하게 치아가 흔들리는 데 원인을 설명하기 어려울 때
  • 한쪽 코가 지속적으로 막혀 있거나, 이상한 분비물이 동반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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