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닥터진 이야기는 바로 2화에서 등장했던 급성 경막하 출혈 수술 장면. 일단 어설프기는 했어도 작가의 창의력에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여주인공 영휘의 오빠였던 영래는 치열한 싸움 중 외상을 입게 되고, 닥터진을 만남과 동시에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물론 이 장면에서 주인공이 동공을 확인하는 등 신경학적 검사를 하는 장면이 나왔더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일단 급성 의식 소실을 보이는 외상 추정 환자에게서 급성 경막하 출혈의 가능성을 떠올렸던 것은 '역시 신경외과 의사구나' 라는 탄성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급성 경막하 출혈은 앞서 1화에서 등장했던 급성 경막외 출혈과는 다르게 경막 아랫부분, 즉 뇌의 바로 상방에 생긴 출혈이다. 따라서 경막외 출혈보다는 수술이 조금 복잡하고 예후도 좋지 않다.

뇌출혈 수술의 기본을 이해하려면 시간에 따른 혈종의 변화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뇌출혈 역시 기타 부위 출혈과 마찬가지로 수상 직후에는 빨간색의 선혈이 흘러나오게 되고, 이것은 혈액 응고인자에 의해서 몇 시간이 지난 후 고형화 된다. 소의 피로 만든 선지국을 생각하면 좀 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고형화 된 혈종은 일주정도 지나면 액화되기 시작한다. 즉 외상 후 '액체→고체→액체' 의 순으로 변하는 것이다. 대개 외상 직후 고형화 된 경막하의 혈종이 급성 경막하 출혈의 임상양상이며, 시간이 흐른 뒤 이것이 액화된 상태를 만성 경막하 출혈이라고 부르게 된다. 혈종의 성분 때문에 치료도 달라지는데, 급성기 고형화된 경막하 출혈의 경우 머리를 크게 열고 뼈를 떼어 낸 후 혈종(덩어리)을 물리적으로 걷어내야 하지만(갑압성 두개골 절제술 및 혈종제거술, decompressive craniectomy & hematoma removal), 만성 액화된 경막하 출혈의 경우 50원짜리 동전 크기 정도의 구멍을 뚫고 도관을 삽입해 액화된 혈종을 배액(버홀, burr hole drainge)하기만 하면 된다. 물론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은 환자가 의식장애 등의 신경학적 이상을 보이지 않는 선에서 만성화 돼 액화되기를 기다렸다가 작은 구멍만 뚫고 도관을 이용해 배액(버홀)하는 것이다. 하지만 극에 등장한 환자처럼 급성기 의식 장애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 최대한 빠르게 머리를 열고 두개골을 떼어 내어 혈종을 제거함으로써 뇌가 받는 압력을 낮춰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신경외과 응급수술이 시간을 다투는 싸움이며 신경외과 의사들이 응급실에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이유다.

 일단 닥터진의 판단은 비교적 정확했고, 수술기구 역시 조선시대임을 감안한다면 나쁘지 않았다. 특히 감염되지 않도록 천으로 만든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하고 현세에서 가져온 수술용 글러브를 착용한 것은 합격점. 구멍포도 좋았고, 펜 라이트를 이용한 임시 무형 등을 만드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였다. 전기드릴이나 전기톱이 없던 시절이었기에 두개골(뼈)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실제로 임상에서 활용하고 있는 Chisele(치즐)과 Mallet(망치)를 이용하는 장면도 좋았고, 지혈을 위해서 인두를 달궈 사용하는 방법도 좋은 아이디어였다. 현대의학에서 말하는 지혈은 크게 압박, 결찰, 소작, 약물의 방법으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 실제 수술에서 활용 중인 보비(Bovie knife) 말리스(Malis, Bipolar)는 소작 지혈의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로 극중 닥터진이 응용한 인두를 이용한 지혈과 그 원리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드라마에서 비춰졌던 수술 장면은 조선시대임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웠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곳곳에서 보였다.

다만 급성 경막하 출혈의 경우, 극중에서 닥터진이 보여줬던 것보다 더 크게 머리를 열어야 하며, 혈괴를 제거함과 동시에 급성 출혈이 유발되는 혈관을 찾아 지혈함으로써 감압 및 근치까지 동시에 이뤄내야만 한다. 이에 대한 섬세한 고증과 묘사가 부족했던 것이 아쉬웠다. 또한 급성 경막하 출혈은 생각보다 혈액 소실량이 많아서 링거 하나 없는 조선시대에서 무사히 수술을 마치기란 아마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다. 대개 급성기 의식 소실 환자들은 상태가 좋지 않고 통제가 어려운 면이 있어 리도케인 국소마취만으로는 극중에서처럼 안정적인 수술환경을 만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더불어 수술 후에도 뇌압조절, 경련예방, 혈압과 호흡 조절, 내과적 합병증 등 발생 가능한 여러 가지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에 회복 및 생존확률은 더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뭐, 조선시대라는 시공간적 한계 속에서 나름의 수술장면을 연출한 점은 호평을 받을 만하지만 만일 수술방법 등에 대한 좀 더 섬세한 의학적 자문이 함께 했다면 더욱 재밌고 멋진 장면들이 연출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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