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외상으로 인한 뇌출혈로 인해 응급 수술을 한 환자가 있었다. 뇌 전야에 타박성 뇌출혈이 관찰됐고, 수술로 완벽한 제거가 어려워 수술 후 엔토바 혼수치료를 결정했고, 다행스럽게도 추적검사 목적으로 시행한 CT에서는 내과적 합병증만 동반되지 않는다면 충분히 생존 가능해보였다. 하지만 갑자기 고열이 동반되면서 가래가 늘었고 시행한 가슴 x-ray에서는 우측 폐중엽에 이전에 보이지 않던 폐렴이 의심되는 소견이 관찰됐다. (빨간 동그라미)


환자는 의식이 좋지 않아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상태였으며, 흡인의 기왕력이 없어 인공호흡기 혹은 병원성 폐렴을 의심했고, G(+)와 pseudomonas 균주를 타깃으로 ceftadizime IV(Tazicef)와 Broad한 coverage를 위해 quinolone p.o(ciprotan)을 병합해 사용했다. 다행히 환자의 고열은 어느 정도 컨트롤이 됐지만 다음날 시행한 가슴 x-ray 소견을 보고 창피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는 콧줄을 삽입한 인턴 선생의 잘못도, 기관지 튜브를 제대로 못 넣은 아래연차의 잘못도 아닌 담당의로서 환자의 상태를 책임지고 치료하는 내 부주의함으로 인해 촉발된 문제였기 때문이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환자의 콧줄(L-tube)이 식도 위 접합부에서 위로 넘어가지 못하고 휘어져, 그 끝이 식도 중간부위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빨간색) 여기에 환자에게 삽관된 기관지 튜브가 지나칠 정도로 상부 기도까지 밀려나와 있어 자칫 빠질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벌어져있었다. (녹색) 또한 갑작스럽게 생긴 폐렴성 음영은 병원성 균주에 의한 폐렴이 아닌 음식물의 흡인으로 인해 발생한 흡인성 폐렴일 가능성이 높았다. 다시 말해 콧줄을 통해서 투여되던 식이와 약물이 접합부를 지나 위로 내려가지 못하고 역류했고, 그 역류된 음식물이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기관지 튜브 틈새로 비집고 폐로 조금씩 흘러들어가 염증을 유발한 것이었다. 이미 사용한 항생제 조합을 바꿀 수 없어 일단 anaerobe 균주를 커버할 수 있는 clindamycin(Fullgram)을 더해 항생제 삼제 요법을 시작했고, 잦은 percussion(가슴 두드림)을 통해 흡인된 이물 및 가래가 원활히 바깥으로 배출될 수 있도록 오더를 내렸다.


왜 이와 같은 말도 안 되는 일이 발생했을까. 답은 환자의 병력에 있었다. 환자는 과거 위암으로 위아전절제술을 시행 받았고, 그로 인해 위식도 접합부위가 정상인가 달리 변형돼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18Fr의 굵은 콧줄(L-tube)이 쉽사리 통과하지 못하고 되돌아와서 식도 중간에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콧줄을 얇은 것으로 바꾸고, 지나치게 상부기도까지 밀려있던 기관지 튜브를 3cm 더 밀어 넣었다. 몇 차례 시도 끝에 우측의 가슴 x-ray에서 보이는 것처럼 기관지 튜브가 제 위치를 찾고, 콧줄 역시 그 끝이 위 속 제자리를 찾아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사실 위와 같은 문제는 이미 우측 폐에 폐렴성 음영이 관찰되었을 때도 관찰되던 소견이었지만, 흡인의 기왕력이 없었다는 간호사의 노티와 중환자실-인공호흡기로 인한 병원성 폐렴에만 몰두한 나머지 기본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들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학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기본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던 좋은 사례가 아니었나 싶다. 3년차나 됐는데 이런 실수나 하다니, 반성해야겠다.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