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MA(야마)라면, 우리나라의 의과대학을 졸업하신 분들은 누구다 다 아시는 단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야마의 도움으로 졸업하신 분들도 계실 것이고, 야마의 도움 없이 졸업하신 분들도 있으시겠지요.(우등생에 한하여) 지금 이 포스팅을 보시는 분들께서 보이실 '야마가 뭐야?'란 반응은 지극히 당연한 반응입니다.

그럼, 과연 야마란 무엇일까요? 궁금하신가요?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사실, Yama란 말은 '족보'나 '매우 중요한 것'이란 뜻의 의대에서 쓰는 말입니다. 넓은 의미로는 기출문제라든지 교수님께서 중요하다고 강조하시는 것을 표시한 모든 것을 의미합니다. Yama란 단어에서 일본어 같은 느낌이 드시겠지만, 실제로는 영어에서 온 말입니다. 정확한 의미는 ‘You Are My Assistant’ 의 앞 글자(YAMA)만을 따서 나온 말입니다. 말 그대로 당신은 나의 동반자, 도우미란 의미지요. (일본어에서 야마(山, やま)는 '산'을 의미하지요.)

혹자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을 하게 될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만 공부하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하시겠지만,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걱정을 안 하셔도 될 이유는 야마의 양이 무지막지하게 많을 뿐더러 정말로 중요한 것들만 다루기에 그렇습니다.(모르면 의사가 될 수 없는 것들) 의학에서 중요한 것들이 매우 많기에-거의 전부-야마만 외우더라도 교과서 1권을 통째로 외우게 됩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에도 해부학 100야마, 병리학 300야마, 내과학 1000야마라고 전설처럼 내려져 오는 소문이 있었는데, 실제로 접해본 양은 그보다 많았으면 많았지, 결코 적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전체 과목을 통틀어가 아닌, 한 번 시험 당 최소로 외워야 할 양이 위의 소문정도 되었던 듯합니다. 실제로 의대 복사실에서 파는 각종 야마들을 모아놓은 것 자체가 책 수준이다 보니, 야마만 보기에도 벅차서 모든 야마를 다 보고 들어가지 못하는 시험도 많습니다.


야마가 중요한 이유는 일단 그 자체가 중요한 항목이라 그렇습니다.(의사국가고시의 기본항목 정도?) 의대에는 '중요한 것이 중요한 것'이란 말이 있습니다. 즉, 과거부터 중요한 것은 현재도 중요하고, 미래에도 중요할 것이라는 의미인데, 얼핏 보면 이상할 것 같지만, 실제로 맞는 의미입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나가는 의학에서 어떻게 중요한 것이 바뀌지 않고 계속 존재할까?' 란 생각이 드시겠지요?

예를 들어서 쉽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위암'의 발생률이 매우 높기에 국가고시에도 기본항목으로 지정되어 있고, 가르치시는 교수님들도 중요하다고 가르치십니다. 즉, 야마지요. 앞으로도 위암은 중요할 것인데, 우리나라의 위암 발생률이 구미의 수준으로 감소하지 않는 이상 계속 중요할 것입니다. 이것이 과거에 중요한 것이 현재에도 중요하고 앞으로도 중요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즉, 한국인들에게 잘 발생하는 질병의 경우 한국인이 일본, 중국, 미국인화(化) 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계속 중요하겠지요.

반면, 최근 식생활의 서구화로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는 대장암의 경우 과거보다 중요도가 증가했습니다. 또한 각종 신약들(글리벡, 허셉틴, Rituximab, 아바티스, 루센티스 등을 비롯한 분자수준의 약품들)의 개발로 기존의 치료법들이 상당히 바뀌었습니다. 즉, 새로운 야마의 탄생이지요. 그렇다고 기존의 야마가 중요하지 않은 것도 아니기에 결국 야마의 양은 계속 늘어나게 됩니다.(천연두처럼 질병 자체가 소멸하지 않는 이상) 실제로 제가 배울 때에도 교수님께서 우리 때보다 양이 1.5배는 더 늘어났다고 하셨으니, 현재는 양이 더 늘어났겠지요.

또한,  의대 교수님들도 야마의 존재를 당연히 알고 계시기에 실제 시험에서는 당연히 100% Yama만 출제하시지는 않습니다. Yama와 본인이 강조한 부분을 내시는 교수님들도 계시고, 아예 Yama에서 벗어난 전혀 새로운 내용을 출제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런 경우는 탈(脫)야마 라고 하며, 모든 학생들이 당황하게 됩니다.

일단 시험이 탈 야마가 되면, 야마만 공부한 학생들은 닭 쫓던 개가 된 꼴이고, 제대로 공부한 학생들은 miracle한 실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일단 시험에서 완전히 100% 탈 야마가 될 확률은 극히 드물고, 대부분은 기존의 야마와 일부 새로 나온 문제이기 때문에 야마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지요.(야마 자체가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야마를 기본으로 보고, 본인이 추가로 공부를 하게 되는 것이지요. 야마를 봄으로써 중요한 내용을 파악하고, 이외의 내용 중에서 시험에 나올 중요한 것들을 공부하는 방식을 따르게 됩니다.

아무튼, Yama는 말 그대로 You Are My Assistant 입니다.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결코 없어서는 안 될 동반자, 도우미지만 이것만 100% 믿고서는 좋은 성적을 받기는 힘들다는 것.

마지막으로 Yama와 관련된 유명한 격언(?) 몇 가지를 소개하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이 중에서 단 한 번도 Yama를 보지 않은 자만이 내게 돌을 던져라~!" (야마를 보고도 낙제하게 된 학생의 절규)

"나의 야마를 결코 적(교수님)에게 알리지 말라." -> 만약 해당과목의 교수님께 들킨다면 탈 야마가 될 확률 상승~!!

"빼앗긴 야마도 봐야 하는가."(교수님께 걸려서) -> 일단은 봐야 합니다. 탈 야마가 되더라도 중요한 것은 중요한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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