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우리가 아는 모두 것이 확실하다 말할 수 있을까. 특히나 병원에서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요즘 의학의 불확실성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아직도 수술적 처치를 통해 살 수 있는 혹은 회복할 수 있는 확률을 말해야만 하는 의학, 비교적 그 성공 확률이 높다고 일컬어지는 의학적 행위조차 연구자 혹은 환자군, 문헌, 병원, 지역, 국가에 따라 그 결과에 차이를 보인다. 오로지 ‘true or false’를 말하는 결정론적 방법의 수학적 논리와 달리 정보와 연구의 부족으로 인해 연역법, 귀납법, 상정논법에 의거하여 추론해야만 하는 의학은 불확실성에 대한 여지를 열어둘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때로 의사와 환자 혹은 보호자간에 신뢰를 형성하는데 있어 때로는 방해물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살면서 어떠한 사실이나 지식에 대한 확실성이 100%라고 하는 경우는 오히려 드물다. 거의 모든 것들이 필연적으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전문가 집단을 두고, 그들에게 상황 판단을 위임하고 의사 결정을 의존하게 된다. 예를 들어 의사가 복통 환자를 진료한 뒤 충수돌기염이라 판단 내리는 것이 100% 충수돌기염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일본의 한 저명한 의사도 본인이 평생을 살면서 내린 의학적 판단의 오진율이 20%가 넘을 거라 자서전에서 고백했던 바가 있다. 그래서 이 상황에서는 오히려 60% 가량은 충수돌기염, 20%는 위장 천공의 가능성, 나머지 20%는 담낭염, 게실염, 골반염, 장염, 요로감염 등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충수돌기염이 확실하다 진단 내리는 것은 필연적으로 불확실성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모든 가능성에 대한 배제 진단을 가능케 하려면 너무나 많은 시간과 인력 그리고 의학적 비용이 소모된다.

 이러한 불확실성의 원인은 다양성과 복잡성이다. 인체는 오묘한 것이며, 질병은 수도 없이 다양하다. 그리고 그 오묘하고 다양한 것들이 양파 껍질처럼 하나 둘씩 벗겨질 때마다 불확실성은 더욱 커져만 간다. 해마다 새롭게 발견되는 질병의 수와 그에 비례하여 늘어나는 치료법.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진단 기준과 치료 방법, 그리고 예후들. 이러한 다양한 변화 속에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어야 할 의사마저 빠른 발전과 변화 속에서 불완전성, 애매모호함, 부정확함, 측정 그리고 시스템, 추론의 에러 속에서 정확한 판단 기준을 갖지 못하고 흔들리는 것이 현실이다. 늘 100% 확답을 원하는 환자나 보호자의 요구를 충족시켜줄 수 없는 의사로서의 고민은 이때부터 시작이다. 끊임없이 반복해서 설명했건만 흰 가운 입은 그들의 입에서 원하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정확히는 100% 나을 수 있다는 혹은 살 수 있다는 강제적 답변을 듣기 전까지는 물러서지 않는 보호자들을 앞에 두고 다시 한 번 기나긴 설명만이 반복될 뿐이다.

 얼마 전 응급수술을 했지만 결국 세상을 떠난 환자의 보호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술 안하면 99%, 수술해도 90%는 사망할 수 있으며 생존하더라도 식물인간일 가능성이 90% 이상이라 수십 번 반복해 설명했지만, 환자가 치료 받는 내내 그들은 환자가 언제 깰 수 있냐며 반복해서 내게 물었다. 매번 그들을 앞에 두고 절망적인 이야기만 되풀이해야 했던 스스로가 미워지기도 했고, 또 그런 상황을 반복해서 연출하게끔 만든 보호자들도 미웠다. 서당 개도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 이런 패턴은 그동안 적지 않은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 익숙해졌기에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환자의 생사여부가 100% 확실하다 말할 수 없었기에 10%도 안 되는 그 낮은 생존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아 나뿐만 아니라 보호자들과 함께 도박과도 같은 수술을 날밤을 꼬박 새워 진행했던 것 아니었는가. 하지만 진정으로 내가 두려운 것은 경험과 경륜이 쌓일수록  이러한 의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를 살리려 노력하지만 결국 실패하여 맛보는 좌절감과 죄책감이 아니라 처음부터 어차피 꺼져버릴 것이라 여기고 덮어버리는 안일함이 아닐까. 여전히 불확실한 의학을 내 경험에 비추어 마치 확실한 것인 냥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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