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정된 응당법이 그 애매모호한 의미와 기준으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개정된 응급실 당직법(이하 응당법)에 따르면 응급실 근무의사가 필요에 의해 호출하는 경우 빠른 시간 내에 전문의가 직접 방문해 환자를 진료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일단 ‘필요한 경우 전문의를 호출해야 한다’라는 항목 자체의 의미가 불명확하다. 여기서 말하는 ‘필요한’ 경우가 응급실에서의 Triage 분류법에 의한 것인지, 따로 규정된 기준에 의한 것인지, 진료 의사의 재량에 맡겨진 것인지 명확하지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기준 자체가 모호한 상태에서 법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을 하겠다고 한다.

두 번째로 전문의는 ‘호출에 응해야 한다’라는 부분도 의미가 불명확하다. 호출에 응한다는 것은 응급실로 직접 내려와야 한다는 것인데, 그러면 응급실에서 부를 때 까지 계속 병원 내에서 대기를 해야 한다는 것인가? 아니면 병원 밖에서 대기를 해도 상관이 없다는 것인가? 이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자 복지부는 호출의 개념을 ‘온 콜’ 개념으로 규정지었다.

그러나 ‘온콜’ 개념 자체의 의미도 불명확하긴 마찬가지다. 몇 시간 내에 병원에 도착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이다. 또한 호출에 응하기 위해서는 시간 내로 응급실을 방문할 수 있는 거리에서 대기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 대기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간주해야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가 불분명한 것이다. 호출에 응하지 못할 시 면허가 정지 당하는 상황에서 누가 마음 편히 쉴 수 있단 말인가? 대기 시간에 대한 급여 문제도 조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 의사들만 피해를 보게 되는 걸까? 그렇지 않다. 모호한 기준 때문에 여러 가지 편법이 늘고 있어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복지부는 호출의 기준에 대해 ‘해당 의료진의 의학적 판단에 맡기겠다’ 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상태다. 그러다보니 실제 운영방식 상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러나 보도를 접한 일반인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응급실에 가면 전문의가 봐주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이다. 이런 문제로 앞으로 환자와 의료진 간에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법안이라는 것은 그 내용이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하는 법이다.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려 내놓은 법안이 오히려 환자를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법으로 규제하려다 오히려 법에 걸려든 꼴이다. 자승자박이다.
기고자 : 정재윤 (경희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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