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방에서 신문을 보시며, 담배를 태우시던 아버지의 모습을 기억하나?
맞다. 그런 시절도 있었다.
우리 아버지도 마찬가지셨다.
진지를 드신 후에도 밥상을 조금 밀어내시곤 어김없이 담배를 태우셨지.

아마 담배 연기를 온전히 피할 수 있는 곳은 전국을 탁탁 떨어 몇 평 남짓이나 되었을 거다.
그런데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거꾸로, 흡연자들이 마음 편히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다.
식당이나 커피전문점은 물론, 이제는 호프집에서도 담배를 피우기 어렵다.
 

(설마, 지난 8일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을 모르는 건 아니겠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야기하자면, 150㎡(약 45평) 이상 규모의 식당·호프집·커피전문점에서는 앞으로 담배를 못 피운다. 멋들어지게 한 개비 빼물었는데 주위의 시선이 느껴진다면, 당신이 멋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는 거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니, 더러워서 담배 끊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법도 싶은데….
중독성이 심해도 너~무 심한 담배인지라,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노라 다짐하는 용자님들이 눈에 띈다.
 
"지금까지 피운 게 얼만데, 지금부터 끊어봐야 별수 있겠느냐. 그냥 맘이라도 편하게 걱정 말고 피워. 그게 차라리 건강에 더 좋아.”
 
꿈도 야무지다. 만약, 그랬다면 내가 싸구려 자판기 커피 빨아가며 키보드 두드릴 이유가 없겠지. 며칠 전에 금연과 관련해서 아주 흥미로운 결과가 발표되었다.
 
20년 금연하면, 태어나서 한 번도 담배를 물지 않은 인간이랑 심근경색으로 돌연사할 확률이 쌤쌤이 된다는 이야기.

담배가 급성심장사(sudden cardiac death)의 위험을 높인다는 거야, 초딩들도 알테고.

이번 연구 내용을 빌리자면, 흡연자들의 급성심장사 위험은 비흡연자에 비해 약 2.44배 정도 높다는 건데. 금연을 시작하면 위험비(Hazard ratio)가 5년을 기준으로 8%씩 줄어서, 20년 후에 ‘퉁’이 되더라는 거다.
 
총 101,018명을 대상으로 30년을 추적관찰한 결과니, 이 정도면 믿을만하다 싶더군.
 
아쉬운 점 하나는 그 많은 숫자가 모두 여자사람이더라는 건데.
남자사람이라고 별 차이 있겠나 싶은 게 내 생각.

담배, 배우긴 참 쉽고, 끊기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요물이라는 거 잘 안다.

그래서 깜신이 전하는 필살 금연 지침


하나. 혼자 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라.
 
 담배가 마약보다도 중독성이 더 강하다는 게 의사들의 견해다. 마약도 한 번 손대면 끊기 어려운 데, 금연이 쉬울 리 있나. 보건소에만 가봐도 금연 클리닉이 있다. 혼자 하기 어려운 다이어트는 퍼스널트레이너와 함께. 혼자 하기 어려운 금연은 전문가와 함께하자.
 

둘.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작심삼일이라도 그게 어딘가. 3일씩 100번이면, 300일이다. 한 달을 버티다 술자리에서 받아 문 담배 한 대에 좌절하지 마라. 내일부터 다시 시작한다 해도, 처음부터 아니 시작한 것보다야 훨씬 낫다.
 

셋. 담배 살 돈을 요긴하게 활용하자.
 
 딱 한 달에 담배 피울 돈만큼만 KT&G 주식을 사모으는 건 어떨까. 한 달, 두 달 모으다 보면, 폐활량이 느는 것만큼 재미가 쏠쏠할 거다. 금연구역이 점차 늘어가는 이 시점에서 잘못된 투자 아니냐고?! 아니들 왜 이러시나. 어차피 담배 연기로 허공에 사라질 돈. 한 푼이라도 남았다면 성공한 투자다.


씨앗글

1. http://www.medpagetoday.com/Cardiology/Arrhythmias/36404?utm_source=cardiodaily&utm_medium=email&utm_content=aha&utm_campaign=12-12-12&eun=gd3r&userid=477693&email=jinmedi@hanmail.net&mu_id=5574248

2. http://circep.ahajournals.org/content/early/2012/11/16/CIRCEP.112.975219.abstr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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