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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옮기는 환자의 이야기

오늘 아침에 오신 아주머니는 아주머님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연세가 있으시고, 할머니라고 하기에는 아직 젊으신 연세셨다. 가끔 발생하는 흉통 때문에 오셨는데, 흉통의 원인은 역류성 식도염과 같은 소화기계 이상도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심장에서 시작된 통증일 경우다.

이런 시골 보건지소에 흉통 환자가 오면 병원으로 전원하는 수 밖에 없다. 설명하고 소견서를 써드리는 것이 해야 할 일인데, 여기에 '보건소는 그럼 뭐 하는 곳이냐'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기에 헛걸음 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더 자세한 설명과 앞으로 받게 될 검사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드린다.

그런데 오늘 오신 아주머님은 나의 설명에 그렇게 예상했다는 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예전에 다른 병원에서 협심증이란 이야기를 들었었어요.'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두 군데 개인병원에서 협심증이라고, 폭탄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해서 대학병원을 갔는데 S 대학병원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하고 혹시 몰라서 P 대학병원에 갔는데도 문제 없다 데요..'

나는 '그러셨군요. 그래도 검사 받은 지 몇 년 되셨으니 다시 한번 확인 해보셔 야겠어요.'라고 이야기 했는데, 환자는 어느 병원을 갈까 고민을 하는 것이었다. 개인 병원 두군 데 보다는 정밀 검사를 해둔 대학 병원으로 가시라고 했는데,  S 병원과 P 병원 모두 같은 검사를 했었기에 어디를 가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같은 검사를 혹시 몰라서 다시 받았다는 것이 사실은 건강 보험 재정을 악화시킨 것이겠지만, 환자는 폭탄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는 의원 두 군데의 소견과 상반된 결과인 S 병원의 검사 결과를 그대로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P 병원에서 동생이 췌장에 혹이 있다고 했어요. 수술 받아야 한다고. 체중이 빠지고 힘이 없어서 병원 갔는데 물 혹이 여러 개 있어서 수술 받아야한다고 했어요. 혹시 몰라서 가족들이 서울에 A 대학 병원에 데리고 갔어요. 그런데 췌장은 수술할 필요가 없데요. 갑상선 문제라고 약 먹고 나았어요. 대학병원에서도 오진해요.'

그렇다. 여러 이유에서 잘못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개인 의원에서 협심증이라고 한 것도, 대학 병원에서 정상이라고 한 것도 속을 들여다 보면 이해할 만한 검사의 한계 때문이겠지. 하지만 대학병원에서의 실수는 환자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던 것 같다. 'A 병원에서 그러는데 P 병원에서 췌장 수술 했으면 죽었을 거래요.'

췌장의 무슨 병이었길래, 아니 무슨 병이 의심되었길래 수술하려고 했던 것인지도 궁금하고, 또 A 병원에서는 환자에게 P 대학 병원의 실수 때문에 죽을 뻔 했다고 정말 이야기했을까? 나로써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가만.. 생각해보니 전공의 때 개인병원이나 타 병원에서의 진단과 상반된 결과를 환자에게 알려준 적도 종종 있었다. 그 중에는 '왜 이런 진단을 내렸는지 궁금하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병원마다 검사 장비가 차이가나고, 또 진료하는 사람이 실수 할 수도 있겠지. 물론 그런 일이 자주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전혀 없는 일은 아니니 말이다. 역으로 큰 병원에서 잘못 진단 내리고, 작은 종합병원에서 다시 진단받는 경험도 있었고. 분명 그런 가운데에는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여러 의학적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의사와 의사간의 소통도, 의사와 환자와의 소통도 사실 힘들 때가 많다.

환자는 다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서.. 전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할까요?' 우와. 정말 어려운 질문을 하려고 오셨구나. 어느 병원을 가야 할지 묻는 환자처럼 어려운 환자가 없다. 내가 잠시 멍하니 생각에 잠기자 힌트를 주듯 B 대학병원에 조카가 내과에서 근무한다고 했다. '그러면 제가 소견서를 써드릴 테니까, S병원하고 P 병원에서 검사 결과를 복사해서 B 병원으로 가세요.'

그제야 환자는 미소를 지으며 진료실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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