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에 근거하지 않은 민간요법을 다루는 건강서적을 읽으면 리뷰가 더욱 조심스럽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의학을 감싸기 위한 리뷰가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길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잘못된 정보로 인하여 독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타오르기도 합니다.

<기적을 일으키는 야채수프 건강법>을 읽으면서 바로 이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차원을 넘어서 암, 당뇨, 고혈압 심지어는 치매까지 치료한다는 야채수프의 효능을 널리 알리기 위한 책이라고 공공연하게 표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야채수프가 만병통치약이라는 이야기인데. 질병마다 원인과 발병하는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질병마다 치료방법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고, 따라서 만병통치약은 있을 수 없는 것이지요.
 
이 책을 감수한 분은 “서양의학의 원조인 히포크라테스는 질병치료에 있어 인체 내부의 자연치유력을 가장 중시하여 ‘몸 안의 의사가 못 고치는 병은 어떤 명의도 소용이 없고, 먹거리로 못 낫는 병은 어떤 명약도 듣지 않는다’고 2500년 전에 갈파하였다”고 주장하셨는데, 특별한 치료방법도 없고, 질병의 치료도 사유적으로 접근하던 의학수준에 머물던 그 옛날의 의철학을 현대에서 곧이곧대로 적용하겠다는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아채수프가 만병통치인 것처럼 설명하고 있는 저자가 자신의 의학적 지식의 배경을 소개하는 글에도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나는 정식으로 의사가 되는 교육과는 다른 훈련을 받아왔으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인체를 해부할 기회가 있었다. 해부실험을 통해 인체와 질병과 건강에 대한 많은 것을 느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는 의학적인 상식이 얼마나 사실과 다른지를 깨달았다.” 인체를 해부하는 일을 기술적으로 해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인체해부에서 얻은 결과를 해석하는 일은 질병에 대한 많은 지식과 오랜 연구를 통하여 정밀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암세포에 야채수프를 접촉시키자 암세포가 맥을 못 추었더라는 설명도 실험과정과 결과에 대한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면 인정받을 수 없는 것입니다. 즉 일반인들에게는 어필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의학자 혹은 과학자들을 이해시킬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포유동물의 혈액은 인간의 몸에 들어가면 알레르기를 일으키거나 혈관 속을 소용돌이치며 흐르는데 그 때문에 심장, 특히 동맥이 위축되어 버린다.(44쪽)”는 저자의 주장은 생명과학에 대한 기본지식이 없다는 증거로 읽힙니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잘 걷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장수하는 비결이기도 하다.(39쪽)“는 저자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하여 밥을 먹어야 하는데 빵으로 식사를 대신하는 것은 건강에 바람직하지 않다. 빵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뇌 속에 산이 결핍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빵을 주식으로 하는 서양사람들은 모두 건강하지 않아야 한다고 이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야채수프에 관한 자료를 제공했더니 어느 제약회사에서 자료를 바탕으로 신약을 개발하였고, 그 의사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고 했습니다만, 제약회사에서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자들은 대부분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해당 분야에서 오랫동안 연구를 해온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저자가 1부에서 공개하고 있는 야채수프 제조법은 일상에서 먹거리를 만드는 방법 이외에 특별한 비법이랄 것도 없어 보입니다.

야채가 영양학적으로 많은 이로운 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건강을 유지하고 북돋우는 효과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점에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야채수프을 섭취하는 것만으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저자의 주장에 따라서 야채수프만 섭취하고 약물치료를 포함한 의학적 치료를 외면함으로써 치료의 적기를 놓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