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에 있어 농업과 식량의 중요성은 가장 원초적인 중요성을 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식량의 생산량 자체에 대한 커다란 변화가 나타난 것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아서 1950년대 말의 미국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 때에 넓은 땅에 단일 작물을 농기계와 비료 등을 통해서 생산하는 산업농업(Industrial Agriculture)이 발전하면서 단위면적당 식량의 생산이 급격하게 증가하게 되었다. 이런 혁명적인 변화를 통해 1960~70년 대에는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양보다 많은 농산물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물론, 분배의 문제로 전 세계에는 아직도 수십 억 명이 굶주리고 있지만 말이다.

문제는 이런 시스템으로 인한 부작용이다. 산업농업은 필연적으로 토양과 수질, 생태계와 작물의 다양성과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동물과 지역사회, 심하게는 건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작용들을 낳기 시작하였는데, 초기에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치부되었던 것들이 점점 증폭되면서 이제는 기존의 시스템을 그대로 놔두기는 어려운 상황에 이르기 시작했다. 대규모 단일작물 경작시스템은 어쩔 수 없이 농산물의 다양성을 감소시킨다. 또한, 생산량을 증폭시키기 위해 사용된 다양한 살충제와 항생제, 그리고 유전자 조작농산물들은 우리들의 건강을 위협하기도 한다. 또한, 풍부하고 탄수화물 중심의 곡물들을 과다섭취하면서 당뇨병과 비만, 각종 혈관질환들이 인간의 가장 위협적인 질환들이 되었다. 이런 질환들은 생활습관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에 일명 '생활습관병'이라고도 불린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은 아니겠지만 기존의 단일작물 기반의 산업농업에서 보다 지속가능한 형태의 농업과 먹는 문화가 점점 중요해지면서 미래를 바꾸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물론 농업생산량 자체도 중요하므로, 가장 기초가 되는 작물의 대량생산과 이들을 효과적으로 전 세계로 배급할 수 있는 여전히 산업농업의 방법을 따라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를 신봉해서는 곤란하다. 이런 농업은 생각보다 막대한 외부효과 비용을 지불하게 만든다. 대량생산농업에 유리하도록 거대한 산림을 훼손하고, 개간이 이루어지며, 싸고 열량만 높은 식품들은 가난한 이들의 건강을 헤치면서 의료비용을 증가시키게 만든다. 그런데도, 단지 경제적으로 산업농업이 유리하다는 판단만으로 시장에서는 이런 농업과 먹는 문화가 번성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건강에 관심이 있고, 경제력이 되는 사람들만 이런 부작용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이 보다 더한 양극화가 과연 존재할까? 그러므로, 이것이 모두가 같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주제인 것이다.

문제는 이런 시스템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커다란 농업/식품기업들은 대량생산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서 표준화와 함께 저렴한 농산물과 식품의 가격을 유지시킨다. 이런 전략은 상대적으로 생산성과 가격 측면에서의 약점을 가진, 그러나 다양한 농산물과 식품을 생산할 능력을 가진 중소규모의 농가나 식품회사, 식당 등이 넘기 힘든 가격의 압박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실제로 다양성을 위해서는 중소규모의 농가에서 다양한 시도로 다양한 농산물이 나오고, 가격도 천차만별로 구성이 되어 소비자들이 적절한 조합을 통해 구매하고 사용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유통구조의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현재와 같이 대형도매상의 표준화된 유통시스템에서는 산업농업의 방식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 밖에 없다. 거래를 위한 거래비용의 부담으로 농업과 식품산업의 중소사업자들이 구성하는 롱테일은 주요한 유통경로에 선택받기 어렵다. 또한, 중소규모의 농가나 식품업체는 계절의 변화, 매년 달라지는 작황, 자연재해, 수요와 공급의 변화로 인해 제품을 일정한 가격으로 공급하기가 어렵다. 큰 규모의 자금이 있어서 손해를 보는 시기와 다소 많은 이익을 얻는 시기를 적당히 분배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이들이 그런 여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의 필요성 때문인지, 버몽대학(University of Vermont)에서 최근 식품시스템(Food Systems) 석사 과정을 개설했다고 한다. 농업종사자들을 주된 대상으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에는 미래의 지속가능한 농업을 발전시키고, 중소규모의 농업종사자들과 농장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들을 가르친다고 한다. 무엇보다 크고 작은 성공을 거두고 있는 다양한 성공사례들이 공유되고, 이들의 협력이 이루어진다면 현재 일부의 대규모 산업농업이 지배하는 농업체계에 조금이나마 혁신의 바람이 불어올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버몽 주는 현재 자체적으로 생산되는 지역사회 농산물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비율이 미국 전체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생산과 소비가 지속가능한 사이클을 그리고 있다. 자연재해나 다른 이유로 버몽 주로의 출입이 모두 끊기더라도 내부에서의 먹고사는 문제에는 지장이 없다. 이를 위해서 여기에는 소규모의 땅에 신선하고, 건강한 지역사회 토양에 잘맞는 농작물들을 선택해서 기르고, 이들을 이용한 음식개발이 꾸준히 이루어졌다고 한다. 여기에 최근의 혁신적인 기술과 경영이론 등이 접목되면서 더욱 커다란 발전이 있었던 것이다. 아래에 임베딩한 비디오는 지역사회 음식으로만 지속가능하게 살아가는 것과 관련해서 제작된 비디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나치게 경제적인 관점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최근 유기농 시장이 급격하게 커진 것만 보더라도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경제성 관점에서 환경의 관점, 건강과 자연생태계의 관점, 지역사회에 어떤 것이 도움이 되는지 등에 대한 사회적 관점 등을 종합적으로 바라보고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그런 시스템이 제공된다면 미래의 농업과 먹는 문화는 서서히 바뀌기 시작할 것이다. 단일작물 대량생산 산업농업에 대한 재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신선하고 건강한 음식을 공급받을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모두가 같이 만들어가야 한다. 이를 통해 작으면서도 다양성을 갖춘 많은 농업종사자들이 나오고, 이들의 농작물을 모아서 처리하고 분배하는 그런 시스템이 정착된다면, 현재의 풍요로움을 안겨준 산업농업의 부작용을 해소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버몽대학과 같은 좋은 프로그램과 멋진 농업과 식품산업의 성공사례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인류는 여전히 먹어야 살 수 있고, 먹는 것에서 커다란 행복을 느끼는 법이니 말이다 ...

참고자료: 버몽대학 식품시스템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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