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을 위한 사람과 기술의 콜라보레이션’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무엇이 우리를 진화하게 하는가>는 2012년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에 참석한 연사들이 발표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2004년 처음 시작하여 지난해에 9회째 열렸던 서울디지털포럼은 디지털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고 혁신을 이뤄낼 영감을 공유하며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된 비영리 목적의 국제 포럼이라고 합니다.

TIME(Technology, Information, Media 그리고 Entertainment)산업과 주요 글로벌 이슈를 토대로 주제를 선정하고 세계 정상급 연사들을 초청하고 있는데, 초청연사들은 범세계적인 지식혁명과 산업의 변화에 대해 논의하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각계의 리더들이 미래를 읽는 혜안을 공유함으로써 이 시대의 지식격차를 해소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며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2012년 제9회 서울디지털포럼은 ‘공존-기술, 사람, 그리고 희망’이라는 주제로 열렸다고 합니다. ‘공존’이라는 단어를 읽으면서 최근 국내외로 화제가 되고 있는 아파트 층간소음으로 벌어진 참혹한 사건들이 떠오릅니다. 공존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현대인들이 만들어낸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공동주택에 사는 윗층 사람은 심야시간에는 생활소음을 줄이는 배려를 한다거나 아래층 사람 역시 자신도 다른 아래층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서 어쩔 수 없는 생활소음은 이해하는 아량을 베풀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도 저도 싫으면 공동주택이 아니라 생활소음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고립주택으로 이사를 가면 될 일입니다.

이 책의 편집을 맡은 윈드호스 인터내셔널의 CEO 머렐라 크리스투우는 ‘90퍼센트를 위한 기술’이라는 제목의 서문에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세계 상위 10퍼센트에 해당하는 부자들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만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상위 10퍼센트를 제외한 나머지 90퍼센트 사람들이 기술이 주는 이점을 누릴 때 비로소 그것의 진정한 가치를 실현했다고 할 수 있다(11쪽)”고 강조하였습니다. 특히 이번 포럼에서는 사회공동체의 정치적, 문화적, 환경적 조건을 고려해 해당 지역에서 지속적인 생산과 소비가 가능하게 만들고 인간 삶의 질을 궁극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적정기술’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25년 후에는 나머지 90퍼센트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대기업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으로 믿는 필자는 멀지 않은 미래에 나타날 세 가지의 특징을 소개하였는데, 첫째는 ‘나머지 90퍼센트 고객을 위한 비즈니스’이고, 둘째는 ‘기술의 소형화’와 ‘저가화’이며, 셋째는 ‘디지털 혁명’이라고 합니다.
 

 모두 스물세명의 국내외 연사들이 발표한 내용이 ‘기술과 사람이 함께 가야 할 길’, ‘스마트 사회의 새로운 기회’, ‘넘쳐나는 정보의 무한한 가능성’, ‘놀이와 예술이 공존하는 콘텐츠의 미래’, ‘속도와 진정성이 공존하는 세상’이라는 5개의 주제로 나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아날로그 세대에 가까운 저는 그럭저럭 따라가 보려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빠르게 변하고 있는 디지털 혁명의 그림자마저 붙드는 일도 힘겨운 형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디지털 세계의 실체는 가늠조차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특히 버너 보겔스 아마존닷컴 부사장이 소개하는 빅데이터의 세계는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그는 현대과학은 현재 제4 패러다임 단계에 와있는데, 제1 패러다임에서 과학은 경험을 통해 증명이 가능했으며, 제2 패러다임에서는 과학이 이론으로 증명될 수 있었고, 제3 패러다임에서는 컴퓨터시뮬레이션을 통하여 증명하였는데, 제4 패러다임에 이른 오늘날 과학은 주변에서 관찰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연자들이 공존을 화두로 삼고 있는 것은 이번 포럼이 공존을 주제로 하고 있기 때문일 터인데, 주최측이 그 동안의 주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비기술적 개념의 주제를 선정한 이유를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이라는 시대적 물결이 디지털 분야에 쪽에도 일종의 반성과 새로운 미션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디지털 기술의 눈부신 발전이 과연 약속한 대로 우리의 삶을 행복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있는가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앞서 층간소음문제를 인용했습니다만, 우리 모두 같이 사는 세상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일이 절실하다는 느낌이 드는 시점에 적절한 주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무엇이 우리를 진화하게 하는가

  서울디지털포럼 사무국 편 / 280쪽
  2013년 1월 31일 / 알키 펴냄
 



[목차]

● 추천사 | 소통하는 기술, 공존하는 도시 _ 박원순
● 들어가기 전에 | 90퍼센트를 위한 기술 _ 폴 폴락, 머렐라 크리스투우
 

Part 1. Technology - 기술과 사람이 함께 가야 할 길
01 글로벌 브레인이란 무엇인가 _ 팀 오라일리 / 02 기술은 무엇을 원하는가 _ 케빈 켈리 / 03 세상의 작업 영역화, 독인가 약인가 _ 루치아노 플로리디 / 04 스티브 잡스의 선택과 구글의 자비 _ 손화철 / 05 기술과 함께 한 과거, 그리고 미래 _ 제네비브 벨
 
Part 2. Society - 스마트 사회의 새로운 기회
 01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도전 _ 김종훈 / 02 새로운 기회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_ 스티브 발머 / 03 매크로위키노믹스, 집단 지성의 무한한 가능성 _ 돈 탭스콧 / 04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정보의 바다 _ 티브이 라만 / 05 스마트 시대, 새로운 희망을 말하다 _ 표현명

Part 3. Big data - 넘쳐나는 정보의 무한한 가능성
 01 빅데이터, 그 무한한 가능성의 바다 _ 버너 보겔스 / 02 애플리케이션, 새로운 삶의 방식 _ 필 리빈 / 03 데이터와 예술이 만났을 때 _ 애론 코블린 / 04 빅데이터로 하나 되는 세상 만들기 _ 이봉규 / 05 오픈소스, 지도에 보이지 않는 지역을 찾아라 _ 미켈 마론
 
Part 4. Content - 놀이와 예술이 공존하는 콘텐츠의 미래
01 결국은 콘텐츠 시대다 _ 박웅현 / 02 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의 놀라운 융합 _ 최종일 / 03 CCL, 창작을 위한 공유와 혁신의 개방 _ 윤종수 / 04 TV는 공존할 수 있을까 _ 김혁

Part 5. Media - 속도와 진정성이 공존하는 세상
01 멀티플랫폼 환경에서 본 미디어의 도전 _ 알 안스테이 / 02 저널리즘의 수수께끼 _ 로버트 톰슨 / 03 사람이 중심이 되는 소셜디자인 _ 하비에르 올리반 / 04 인터넷을 보호하라 _ 제프 자비스
 

● 에필로그 | 반성과 혁신이라는 시대적 물결 속, 우리의 선택은 공존이다 _ 이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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