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유로든 시험을 보게 된다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소식이다. 하지만 만약 여러분이 다음과 소식을 듣게 된다면, 그것은 더욱 좋지 않은 소식이 될 것이다: 그것은 바로 시험이 '주관식' 으로 출제된다는 것이다! 시험 문제가 객관식으로 나온다면 어떻게든 잘 찍어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낮은 확률로 좋은 성적을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험이 완전히 주관식(단답형이든 서술형이든)으로 출제된다면 그러한 기대를 할 수조차 없다. 알면 맞추고, 모르면 틀리는 'all-or-none' 식의 시험을 치게 되는 것이다.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일 것이다.

왜 주관식 문제가 객관식 문제보다 어렵게 느껴지는가? 그것은 문제의 유형에 따라 사용되는 기억 인출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 인출(retrieval)이 무엇인지에 대해 잠시 설명을 해야 할 것 같다. 심리학 교과서에서 소개하는 인출(retrieval)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하나 또는 그 이상의 단서를 토대로 하여, 표적이 되는 기억을 회복하여 의식으로 가져오는 과정'(The process of recovering a target memory based on one or more cues, subsequently bringing that target into awareness). 당연하게도 더 많은 단서가 제공될수록 인출은 더 쉬워질 것임에 틀림없다.

인출 방식들 중 회상(recall)과 재인(recognition)이라는 것들이 있다. 회상은 기억해내야 할 대상(target)을 직접 보지 않는 상태에서 간접적 단서에만 의지하여 target을 인출하는 방식이고, 재인은 표적을 직접 보고 있는 상태에서 그것을 사전에 접하였는지 판단하는 인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회상은 '철수의 전화번호가 뭐였더라?'를 떠올리는 것이고, 재인은 '전화번호부에 적혀 있는 전화번호들 중 철수의 전화번호가 뭐지?' 를 떠올리는 것이다.

회상에는 자유회상(free recall)과 단서재생(cued recall)이 있는데, 비유하자면 전자는 백지시험, 후자는 단답형 주관식 문제에 가깝다. 한편 재인에는 강제선택형 재인(forced-choice recognition)과 예/아니오 방식의 재인(Yes-or-no recognition)이 있는데, 이 둘 사이의 차이는 그 이름을 통해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당연하게도 주관식 시험은 회상검사에 해당되고, 객관식 시험은 재인검사에 해당된다. 그리고 주관식 시험이 객관식 시험에 비해 어렵게 느끼져는 이유도 명백하다: 전자가 후자에 비해 target을 인출하는 데 필요한 단서(cue)를 덜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자유회상의 경우에 특히 더 심한데, 자유회상 형식의 문제 (...에 대해 '아는대로 쓰시오') 에서는 인출에 필요한 최소한의 맥락 그 이상의 어떠한 cue도 제공하지 않는다. 하지만 단답형 주관식 문제(cued recall)는 그보다 좀 더 쉽게 느껴질 것인데, 그것은 좀 더 특정적인 단서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마도 선다형 객관식 문제(forced choice recognition)가 가장 쉽게 느껴질 것인데, 그것은 이미 보았던 target을 인출의 cue로서 그대로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아마 다음 세 문제의 난이도는 서로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1번이 가장 어렵게 느껴지고, 2번이 그 다음일 것이며 3번이 가장 쉽게 느껴질 것이다. (사실 3번의 경우에도 오답 답지가 얼마나 매력적인지에 따라 난이도가 다소 다르게 느껴지기는 할 것이지만...)

1. Baddeley의 작업기억 모형에 대해 아는대로 쓰시오. (free recall)
2. Baddeley의 작업기억 모형에서 '암송'을 담당하는 부분의 이름은 무엇인가? (cued recall)
3. 다음 중 Baddeley의 작업기억 모형에서 '암송'을 담당하는 부분의 이름을 고르시오. (forced-choice recognition)

1)visuospatial sketchpad
2)phonological loop
3)central executive
4)episodic buffer

(그리고 아마 학교 시험에 yes or no recognition 문제는 거의 나오지 않을 게 뻔하다: 찍어도 50%는 맞기 때문이다.)

주관식과 객관식 문제에서 요구하는 인출 능력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한 종류의 시험을 잘 치는 사람이 다른 종류의 시험도 잘 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일 수 있다.

참고문헌 :
Alan Baddeley, Michael W. Eysenck & Michael C. Anderson(2009), Memory, Psychology Press, 270 Madison Avenue: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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