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기생충이라는 이름으로 올해 톡소플라즈마가 신문 기사며 TV 뉴스며 많이도 장식을 했더랬다. 고양이와 함께 있으면 아이를 유산한다, 자살률을 높인다더라, 정신분열증을 일으킨다더라, 쥐가 고양이랄 무서워하지 않게 된다더라, 인간도 조종해서 더 헤프게 만든다더라, 수 많은 이야기들이 재생산되고 있다. 여기에 이야기들을 일일이 분석하기는 어려움이 있으니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한번 들어가보려고 한다. 과연 톡소플라즈마가 숙주를 조종하기는 하는걸까? 과연 진화적 이득이 있어 이들이 이런 행동을 유발할만한 동기가 있는걸까?

톡소플라즈마 이야기가 시작된 것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부터였다. 톡소플라즈마는 쥐를 중간숙주로 하고 고양이를 최종숙주로 한다. 그리고 고양이에서만 유성생식 단계가 진행되기 때문에 쥐가 고양이에게 더 잘 잡아먹히도록 하는 것이 톡소플라즈마에게 분명한 이득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일부 실험에서 쥐가 고양이의 오줌에 공포심을 갖지 않는 경향이 나타났다.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톡소플라즈마가 쥐의 공포심을 없애는 방향으로 조종해 자신이 이득을 얻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인간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앞뒤가 잘 맞고 사람들의 입맞에도 잘 맞는 이야기다. 그렇다보니 당연히 이것이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일단 숙주조종(host manipulation이므로 조종보다는 조작 정도가 맞겠지만)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다. 기생충은 한 숙주에서 다른 숙주로 넘어가야하는 독특한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자신이 최적화되어 있는 숙주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정확한 숙주에 정확한 시점에 넘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어떤 기생충들은 적극적으로 숙주를 ‘조종’하여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이런 조종은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1. 기생충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숙주가 행동하도록 특정한 행동을 한다.
2. 숙주가 기생충을 없애거나 피해를 최소화 하려고 행동을 바꾼다.
3. 기생충 감염에 의한 면역반응이나 증상으로 우연히 숙주의 행동에 변화가 일어난다.

즉 모든 행동변화가 기생충의 직접적인 개입이라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즉 진정한 숙주조종은 1번에 해당하는 행동변화가 되겠다. 물론 이런 변화들이 기생충에게 이득이 되는지, 특정 숙주 안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인지를 알아보기는 무척 어렵다. 즉 숙주의 행동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관측하더라도 이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은 연구자의 관점에 따라 심한 편향성이 일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럼 여기서 톡소플라즈마 연구를 한번 다시 돌아보자. 일단 숙주조종의 가장 확실한 근거로 언급되는 쥐와 공포심 연구를 보면, 확실히 결론난 부분이 아직 없다. 연구 모델이나 조건/환경에 따라 한 연구 안에서도 모순된 결과들이 많이 나타났다.(1) 연구 각각을 살펴보아도 실험 조건이 너무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도 어렵다. 즉 아직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른 상황이다. 또 쥐가 행동변화를 보인 부분이 단순히 고양이 오줌에 대한 공포심 부분 뿐만 아니라 학습 능력 저하, 사회적 교류 및 성선택의 변화까지 다양한 부분에 걸쳐 나타났다. 이런 변화들은 쥐가 고양이에 잡아먹힐 확률을 올리는 요인들은 아니다. 그리고 자연 상태에서 감염된 쥐들이 정말 고양이에 더 많

이 잡아 먹히는지 관찰 된 적도 없고, 모든 실험이 실험실 안에서만 이루어졌다는 것도 맹점이다.
그렇다면 이런 영향은 1번에 해당하는 적극적인 조종이 아니라 2번이나 3번에 해당하는 것이 아닐까 의심해 볼 수 있다. 톡소플라즈마의 먼 친척 쯤 되는 에이메리아(Eimeria vermiformis)라는 기생성 원생동물에 감염된 쥐를 살펴보면 그런 의문이 더 커진다.(2) 이 기생충은 대변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다른 동물들에 먹히더라도 직접 이득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염된 쥐는 고양이 오줌에 대한 회피 행동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오히려 죽은 쥐는 더 이상 기생충이 섞인 대변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악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에이메리아 감염으로 인한 행동 변화는 진화적 압력으로 인한 적극적인 숙주조종이라기 보다는 감염에 따른 우연한 변화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한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숙주조종이 과연 톡소플라즈마에게 직접적인 이득이 될까? 여기에는 한가지 전제가 있다. 톡소플라즈마의 유성생식 단계가 고양이 내에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최종숙주인 고양이에 도착하는 것이 톡소플라즈마의 전파에 가장 중요한 고리 역할을 하리라는 것이다. 여기에도 많은 의문이 존재한다. 톡소플라즈마의 생활사에 유성생식 단계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단성생식을 통해서도 충분히 증식하고 전파될 수 있는 경로가 있다. 톡소플라즈마는 기생충 중에서도 특이하게 숙주 특이성이 낮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포유동물을 잠식할 수 있다. 고양이나 인간 뿐 아니라 돼지, 소 같은 숙주들도 중요한 저장고 역할을 한다. 고양이를 통해 감염되는 경로 보다도 덜 익힌 고기를 먹고 감염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라는 예측만 봐도 그렇다. 유전적 특성만 봐도 유럽과 미주 지역의 톡소플라즈마를 살펴보면 유전적 변이가 매우 낮은 거의 클론(clonal strain)에 가깝다.(3) 즉 유전적 변이를 높일 수 있는 유성생식이 그리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고양이가 없더라도 톡소플라즈마가 충분히 기생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사실은 고양이가 없는 섬 지역에서도 이 기생충이 발견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노르웨이의 스발바르섬에서 이루어진 조사를 보면 섬에 고양이는 한번도 유입되지 않았지만 북극여우 사이에서 지속적인 감염이 일어나고 있었다. 추측하기로는 철새를 잡아먹고 감염된 북극여우가 수직감염(임신 중 새끼에게 감염이 일어나는 것)이나 동족포식을 통해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4) 이런 조사들을 보면 톡소플라즈마의 유지와 전파에 유성생식은 극히 일부분만을 담당하고 있어 유전적으로 숙주조종을 일으키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게다가 고양이는 한번 감염되면 면역력이 생겨 더 이상 재감염이 일어나지도, 대변을 통해 톡소플라즈마 새끼를 뿌리지도 않는다. 쥐 한마리 안에 들어있으면 쥐가 한평생 낳는 수 많은 새끼들을 통해 기생충을 전파시킬 수 있는데, 오히려 고양이에 들어가면 기회는 한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만약 톡소플라즈마에 면역력이 있는 고양이에 들어가게 되면 아예 번식이나 전파의 기회 자체가 박탈 당한다. 직관적으로 보기에도 톡소플라즈마가 숙주 조종을 개발할만한 충분한 진화적 압력도, 유인도 발생하지 않는다.

이 이야기들을 종합해보면 톡소플라즈마가 생활사를 완성하기 위해 쥐의 공포심을 없애 고양이에 잡아먹히게 된다는 이야기는 매우 논리적이고 매력적인 주제이지만, 그 매력에 가려 지극히 일반적인 상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성생식 단계만으로 이를 설명하기에는 충분한 이득도 존재 하지 않고, 정말 숙주조종이 일어나는지, 그것이 기생충의 직접적인 개입에 의해 일어나는 것인지는 아직 검증이 필요한 상태다.

물론 의학적인 입장에서 기생충이 직접적으로 개입하여 숙주를 조종하던, 우연히 일어난 현상이던 간에 궁극적으로 그 현상이 인간에게 해가 된다면 그 경로를 파헤쳐볼만한 의미가 있다. 톡소플라즈마에 감염된 사람들에게서 정신분열증 발병률이 유의미하게 상승한다는 연구들이 많이 나와있기 때문이다.(5) 톡소플라즈마의 유전체에는 도파민 생성에 관여하는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가 들어있고, 감염된 뇌 조직 주변에 도파민 농도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일으킨다는 결과도 있어 도파민이 여기에 연관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있다.(6)

여기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점은 이미 톡소플라즈마에 대한 숙주조종이 과학적 근거가 매우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주제와 결론이 가지는 요란함에 빠져 일종의 도그마로 굳어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질병도 다른 요인에 의해 발병할 수 있음에도 숙주조종이라는 맥락에서 바라보면 당연히 톡소플라즈마가 원인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또 다양한 설명과 연구가 가능함에도 이미 도그마화 되어버린 논의에 갖혀버리면 더 나은 탐구을 하는데 방해가 될 뿐이다.
숙주조종은 앞에서 언급한 대로 측정하기가 매우 어려운 분야다.

자연상태에서는 관찰하기가 매우 어렵고, 동물의 행동이라는 것 자체가 실험실 상황 안에서 제한적인 조건만으로 일반화 시키기에는 많은 위험이 따른다. 숙주조종이 과연 기생충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우연한 것인지를 가리기도 어렵다. 내 책에서도 이런 숙주 조종을 일반화시켜 매우 일상적인 현상인 것 처럼 언급한 부분이 많이 있다. 나 역시 ‘재미있는 주제’라는 이유로 충분히 비판적이지 못한 자세로 이를 사람들에게 전달한 죄가 있다. 결정적으로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할 수 있는 숙주조종과 고양이, 쥐라는 주변에서 우리와 흔히 접촉하는 주제를 함부로 엮어버리면 이들을 ‘위험한 집단’으로 규정지어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결핵 글 쓰면서 소외 집단의 격리를 주의해야 한다고 그렇게 떠들었으면서도 말 못하는 생명이라고 글을 막 썼던 것이 아닌가 반성하게 된다. 톡소플라즈마 같은 주제는 과학적 사실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를 많이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기생충이다. 그런 면에서 다시 한번 반성.

1. Vyas, A. et al. (2007) Behavioural changes induced by Toxoplasma gondii infection of rodents are highly specific to aversion of cat odors. Proc. Natl. Acad. Sci. 104, 64426447
 Kannan, G. et al. (2010) Toxoplasma gondii strain-dependent effects on mouse behaviour. Folia Parasitol. 57, 151155
 2. Kavaliers, M. and Colwell, D.D. (1995) Decreased predator avoidance in parasitized mice: neuromodulatory correlates. Parasitology 111, 257263
 3. Howe, D.K. and Sibley, L.D. (1995) Toxoplasma gondii compromises three clonal lineages: correlation of parasite genotype with human disease. J. Infect. Dis. 172, 15611566
 4. Prestrud, K.W. et al. (2007) Serosurvey for Toxoplasma gondii in arctic foxes and possible sources of infection in the high Arctic of Svalbard. Vet. Parasitol. 150, 612
 5. Torrey, E.F. et al. (2007) Antibodies to Toxoplasma gondii in patients with schizophrenia: a meta-analysis. Schizophr. Bull. 33, 729736
 6. Prandovszky, E. et al. (2011) The neurotropic parasite Toxoplasma gondii increases dopamine metabolism. PLoS ONE 6, e23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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