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1일에는 지금까지의 의료 정보 유통 및 의료 관련 웹 서비스에 대해 웨비나가 있었습니다. 뚜렷한 대안을 제시할 수는 없었지만, Web 2.0 시대에 이러한 기술을 의료, 건강 분야에 접목시키는 노력이 Health 2.0, Medicine 2.0 이란 이름으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 가운데 흥미로운 질문들이 있었는데요, Web 2.0의 특징인 참여와 공유의 정신, 또 집단 지성이라고 부르는 부분과 근거 중심 의학(Evidence based Medicine, EBM)의 충돌이 있지 않겠냐는 의견이었습니다.

Health 2.0의 기본적인 목표는 의료 소비자로써 환자의 권리 향상입니다. 의료 소비자가 병원과, 의사, 치료 방법에 대해 좀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접근할 수 있도록 Web 2.0의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의료 소비자의 만족도 상승만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치료의 효과 증대 및 의료비 감소, 부수적으로 질병 관리 및 예방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변화입니다.




Web 2.0의 집단 지성이라고 하면 여러 가지로 나타납니다. 위키피디아(Wikipedia)처럼 대중 속 익명의 지식인들이 활동하여 신뢰할 만한 백과사전을 만드는 일부터, 추천 시스템을 이용해 가치 있는, 읽을 만한, 또는 집중해야 할 이슈의 순서를 메기기도 합니다. 수많은 정보 중에 가치 있는 정보를 취사 선택하는 과정에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건강 분야에 있어 집단 지성은 어떤 것일까요?

예를 들었던 것들 모두가 의료 분야에 적용됩니다. 메디컬 위키(Medical wiki), 건강 의학 메타블로그등이 있을 수 있겠죠.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술 기반 위에 의료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을 공개하고 나름의 의료 서비스 이용 노하우를 만들어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특정 질병의 경우 치료법의 호/불호의 이야기도 공유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사용자의 집단 지성이 꼭 근거 중심 의학(EBM)과 항상 같은 결과를 나올 수는 없다는데 이견은 없습니다. 그 전에 EBM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 봐야 합니다. 혹자는 현대의학이 모두 EBM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EBM은 현대의학을 전공한 의사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이야기를 할 때 써먹는 이야기로 취급하기도 합니다. EBM이 의사들을 위한 학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애석(?)하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좀 확대 해석하면, 소비자를 보호하는 하나의 방편으로써 EBM이라고 해야할까요? 과거에는 치료 전문가로써 의사의 소견만이 치료의 방향을 결정하는 요인이라고 했다면, 지금의 근거 중심 의학의 시대에는 치료에 대한 근거에 따라 치료 방향이 결정됩니다.

근거가 없는 치료에 대한 소비자로써 선택권을 높이는 것이 Health 2.0의 주요 골자 중 하나입니다. 사이비 치료로부터 소비자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EBM을 사용자가 공부해야하는 것이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속지 말고 제대로 된 치료를 선택하자는 것이 Health 2.0 가운데 핵심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EBM은 의학 연구 자본이 풍부한 미국뿐 아니라, 의료비 지출을 최소한, 효율성은 최대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위한 노력을 하는 많은 유럽 국가에서 중요한 의료 정책 결정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EBM이 전부는 아닙니다. 때로는 EBM에서 최선의 치료 방법이 병의 경중과 비용을 따졌을 때 효과적이라 생각되지 않는 경우에 민간요법이나 대체의학의 접근을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요. 실제 임상에서는 EBM의 치료 방법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또 EBM에 의해 최상의 치료가 항상 실제로 최상의 선택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현대 의학적 치료를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예를 들면 어떤 암에 걸린 환자가 가장 생존율이 긴 치료법으로 알려진 A 항암요법을 받는 것이 EBM에 따른 치료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환자의 체력 여건, 삶의 질, 환자와 가족과의 관계 등이 이러한 치료를 결정하는데 변수로 작용하여 생존율이 조금은 낮은 것으로 되어 있으나 더 편안한 치료인 B 항암 요법이 선택될 수 있습니다. 또는 생존율이 A라는 항암제보다 더 높다고 알려진 C라는 최신의 치료 요법을 선택하는 데에도 EBM은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의사들은 심평원이 EBM을 근거로 진료에 있어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죠.

Health 2.0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의료 정보의 투명성은 바로 EBM에 대한 환자/의료 소비자의 정보 접근성을 이야기합니다. EBM에서 논란이 되는 치료들도 환자가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가운데 소비되는 것까지 못하게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모르고 서비스 제공자에 이끌려 소비하게 되는 일은 줄이자는 것이죠. 이는 전체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치료 과정에 있어 순응도를 높이는 데에도 매우 중요합니다. 제대로 된 설명과 제대로 된 치료를 하는 대부분의 병의원과 의사들에게는 오히려 더 나은 변화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Health 2.0의 국내 적용을 생각하고 있는 국내 건강 관련 IT 업체가 많이 있습니다. 의료 건강 분야에 있어 집단 지성이, 원시의 의료 행태부터의 실험적 자가 치료의 공유가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근거 중심 의학에 대한 정보 공유와 그를 바탕으로 한 비판, 의료 소비에 있어 선택권 회복, 질병에 대한 경험 공유가 의료, 건강 분야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집단 지성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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