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나 결혼생활을 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함께 지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서로 조금씩 참고 양보해야 하는 부분들이 생기지요. :)
약속시간에 조금씩 늦는 그/그녀를 참고 기다려 주는거나
그/그녀를 위해 집안일을 조금씩 더 해주는 거나
관계에는 항상 작고 큰 희생들이 수반되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근데 때로는 상대가 이런 내 노고를 잘 몰라주는 것 같고
혼자만 헌신짝이 되어 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지요.
(헌신하다 헌신짝 된다는 말도 있고..)
이런 억울함이나 찝찝한 기분이 몰려올 때 여러분은 어떻게 대처하고 계신가요?
1. 걍 참는다
2. 속 마음을 토로한다
둘 중 어떤 게 더 '장기적으로' 관계에 도움이 될까요?
아마 많은 분들이 '참는 것'를 선택하고 계실 것 같은데요.
그래도 영 맘이 편치 않다면
'내가 너 땜에 힘듭니다'라고 이야기 하는 게 본인뿐 아니라 '상대방'을 위해서도 더 좋다는
심리학 연구가 있어 소개합니다 (Impett et al., 2012)
연구자들은 커플들에게 2주 동안 매일매일 일기를 쓰도록 했어요(daily diary 기법)
ㄴ) 이런 일이 살짝 힘들다는 느낌이 있어도 꾹 참고 넘겼는지도 표시하도록 했습니다.
('그냥 이야기 안 하고 넘겼다' 같은 문항에 1=전혀 ~ 7 =매우 같은 척도로 표시)
ㄷ) 그 날의 기분, 관계에 대한 만족도 또한 체크하도록 했지요.
이렇게 하면 희생이 있고 없음에 따라, 그리고 희생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표출했느냐에 따라
자신과 상대방의 행복도 및 관계 만족도가 어떻게 같이 변하는지를 볼 수 있겠지요?
그 결과, 요런 현상이 나타났는데요.
초록색 상자는 희생을 했을 때 이에 대해 힘든 감정을 상대방에게 표현한 경우이고
빨간색 상자는 그냥 혼자 참고 넘어간 경우입니다.
희생에 대해 힘든 감정을 연인에게 이야기한 사람들(초록색 상자)이 그렇지 않은 경우(빨간색 상자)에 비해
자신의 행복도는 물론이고 '연인의 행복도'도 더 높은 것으로 나오지요ㅎ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
재미있었던 것은 희생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경우는 아무런 희생도 하지 않은 경우와 비슷한
수준의 행복도와 관계 만족도를 보였다는 겁니다ㅎ
희생이 있더라도 상대방이 이를 잘 알아주면 (희생이 없는 수준과 비슷하게) 별로 힘들지 않다는 이야기니까..
연애/결혼 생활의 행복은 희생이 많거나 적음보다 이를 서로가 얼마나 잘 알아주는가에 달려 있다는 걸
시사하는 듯 하네요.
나아가서 연구자들은 이렇게 서로가 서로의 희생에 대해 잘 표현하느냐(잘 알고 있느냐)에 따라
3개월 후 관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펴봤는데요.
서로 힘든 점들을 잘 표현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헤어지려는 생각 같은 것도 더 낮았다고 합니다.
물론!
시도때도 없이,배려없는 잘못된 표현방식(내가 너땜에!!! 이 나쁜 인간아!!)으로 상대방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면
안되겠지만
상대가 표현하기 이전에 먼저 잘 알아주고 하는 노력이 필요한 듯 보이네요.
예컨대
둘다 피곤한 상태에서 한 명이 총대를 매서 설거지를 해주거나 하면
다른 한 명은 옆에서 만세 삼창을 한다거나ㅋㅋㅋ (부인님/남편님 만세)
연인관계뿐 아니라 모든 관계는 어느 정도 동등하게 오고가는 게 있어야 잘 유지가 되기 때문에(social exchange theory)이렇게 상대방이 나를 위해 해주는 것에 대해 알아주고 고마워해주는 것은 모든 관계의 유지에 있어 꼭 필요한 것이겠지요.
'감사의 표현'은 '상호 협동 관계가 성립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조건'이라고 이야기 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내가 뭔가를 상대에게 줬을 때 상대가 고마워하는 건 이 사람이 나에게 은혜(?)를 갚을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
즉 서로 윈윈하는 협력이 일어날 잠재성(cooperative potential)을 신호한다고 보는 것이지요.
아무래도 내가 뭔가를 해 준 만큼(딱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나에게 뭔가를 해 줄 사람에게 잘 하는 건 아깝지 않겠지요. 반대의 경우는 좀 왠지 아깝다거나 내가 호구같다거나.. 그렇게 느껴질테고요
여튼 이번주말에는 나를 아껴주시고 위해주시는 연인님을 위해 만세삼창 한번씩 하면 좋겠네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