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트위터에서 화제의 뉴스는 프랑스의 저명한 환경운동가 마크 라이너스가 GM작물 지지자로 입장을 바꿨다는 뉴스였습니다. 기사 속에 인용된 그의 발언은 좀 충격적이었는데요. 예를 들면 "GM 반대운동은 명백한 반과학운동"이라거나 "15년 이상 3조나 되는 GM식품을 먹었으나 단 한 건도 위해성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유기농 음식을 선택해 사망한 사람들은 있지만 GM 식품을 먹고 사망한 사람은 한명도 없다. 우리는 더 이상 GM이 안전한지 아닌지 논의할 필요도 없다" 등의 발언이 그렇습니다. 그의 발언은 Oxford Farming Conference에서 나왔다는데 아래 동영상을 보시면 좀 더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트위터에서 이 문제에 관심있는 분들의 갑론을박이 있었습니다만 제 생각에 이제 GM 작물의 문제는 안전성이 아니라 경제성, 특허와 자본 종속 등의 좀 더 복잡한 문제로 전환되어야 하고 아마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이 생각은 지난 11월 말에 있었던 LMO 포럼 토론 발제문을 준비하면서 든 생각입니다. 사실 저는 전문가 입장에서 참석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변 과학자의 시각을 이야기하기 위해 참석한 것이었는데 제가 경향신문 과학 오디세이에 썼던 "변형"과 "조작"사이라는 글을 보시고 저를 부르셨다고 하시더군요. 아무튼 나름 유익하고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시간이 꽤 지났습니다만 그 때의 발제문을 옮겨봅니다.

GMO(LMO) 정보 유통과 커뮤니케이션 방법

유전자변형작물 상업화의 역사가 15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일각에서 유전자변형생물(LMO)은 뜨거운 감자이며 찬반양론이
이분법적으로 뜨겁게 부딪히고 있다. 게다가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상이한 세계관이 충돌하는 지점이기 때문에 적절한 타협이 이루어지기 매우 어렵다.
현재까지 그나마 가장 합의 가능한 부분은 “GMO 표기”에 대한 것이었는데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의 주민투표에서 보듯이 GMO에 대한 막연한
우려가 상당히 높은 상황에서 GM 작물을 이용한 가공 식품의 범위를 정하는 것 또한 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를 다루는 과학자의 입장에서 현재까지 알려진 과학적 사실들로 미루어 보아 GM 작물이 특별한 인체/동물 위해성을 나타낼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사람이 식품을 먹는다는 것은 그 식품 속의 다양한 유전자와 효소 등을 함께 먹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에서
100% 확실한 경우는 거의 없으며 심리적 염려를 만족시킬 만한 충분한 증거란 기본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LMO 수입, 유통, 가공 과정 중의 안전 관리 제도는 충실히 이행된다는 전제하에 사료용이든 식품용이든 큰 문제없이 타당성과 합리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그 유출의 사각지대까지 완전히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며 여전히 문제는 더 근본적이며 더 심리적이다.
수입부터 가공까지 LMO가 잘 관리된다는 사실이 LMO의 안전성을 담보해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관리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느냐에 대한 신뢰의 문제까지 제기하는 측도 있을 수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최근 GM 옥수수를 2년간 섭취한 쥐의 암 발생률이 높다는 논문에 대한 보도와 같이 잊혀질 만하면 튀어나오는 뉴스와
방송에 불안감을 쉽게 거두긴 어렵다. 특히 자극적인 뉴스에 더욱 눈길이 가는 사람의 속성상, 안전성을 입증했다는 뉴스보다는 위험하다는 뉴스가
더욱 주목을 받게 되어 있고 소비자의 인식에 더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지금까지 LMO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는 양면적이다. 즉 LMO를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비율이 조금씩 늘고 있으면서도 규제해야 한다는 비율 또한 90%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인식에 있어서 TV나 인터넷 뉴스 등의 매체가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면에는 “건강 관련 도서”가 있다. 대부분의
식품 관련 TV 다큐멘터리들은 조금은 편향된 건강 관련 도서들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이런 책들은 생태주의 또는 자연주의에 관심 있는 소그룹들
사이에서 유행하다가 방송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반면 GMO와 관련된 잘못된 정보들을 바로잡는 내용을 담은 책은
주위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이런 류의 정보는 논문이나 학회 뉴스레터 등에만 소개가 되고 대중적인 매체를 통해 일반 소비자의 눈과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스토리텔링의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고 과거 안전성에 대해 큰 도전을 받았던 MSG나 밀가루의 사례
등을 분석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또한 GMO 개발업체 측에서는 대중의 궁금증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며 그 효용을 과장하기보다는 가능하다면 중립적인 연구자들을
통한 공동 연구 및 공동 검증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반대로 시민단체 측에서는 근거 중심
의학(Evidence based medicine, EBM)과 마찬가지로 증거 중심으로 문제를 풀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끝으로 최근 GM 작물이 살충제를 더 많이 사용하게 만든다는 연구에 대한 보도에서 보듯이 LMO 반대의 목소리는 인체 위해성보다 환경
문제, 그리고 종자에 대한 특허권과 자본 종속의 문제 등 사회 경제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GM 작물의 위해성 여부가 1라운드였다면 이제
2라운드로 진입하는 국면이다. 이에 대한 새로운 대책과 고민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로 발제문에 나오는 캘리포니아 GM 표시에 대한 주민투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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