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위생적인 생활환경, 인분비료 사용 등으로 유행했던 회충 편충 십이지장충 같은 흙을 통해 옮는 기생충은 2001년 WHO 54차 총회에서 한국은 토양매개성 기생충을 박멸했다고 공표할 정도로 이미 찾아보기 힘들어졌죠. 하지만 그래도 기생충이 완전히 사라진게 아니라 흡충(간디스토마) 같은 기생충들은 여전히 꽤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어 있습니다. 또 과거 기생충박멸협회에서 열심히 홍보를 한 덕분인지 사람들이 ‘날 것을 그대로 먹어도 기생충에 걸리지 않을까요?’라는 질문도 많이 하구요.

날 것을 그대로 먹어도 기생충으로부터 안전한라고 묻는다면 재료마다 다르다고 답할 수 있겠습니다. 생선류는 아직도 위험성이 높은 편이고, 소 닭 돼지 같은 육류는 그래도 비교적 안전한 편이지요. 완전히 걸리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요. 일단 소 닭 돼지 등의 육류와 민물고기와 바닷물고기를 포함하는 어패류를 나누어서 이야기 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1. 민물고기는 좀 위험한 편. 조리해 먹는 편이 좋습니다. 그리고 낚시 가서 민물고기를 조리하면서 사용한 칼이나 도마를 다른 요리재료를 다듬는데 쓰지 않도록 하고 잘 어서 사용하도록 합니다.
2. 빙어가 찬물에 산다고 해서 기생충 감염의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죠.
3. 바닷물고기라고 해서 민물고기보다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고래회충은 굉장히 흔한 기생충으로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고 있지요. 회에서 눈으로 고래회충이 보인다면 조리해 먹는 것이 좋고, 회는 되도록 신선할 때 먹는 것이 좋습니다.

일단 고기부터 해볼까요. 최근 국내에서는 소나 돼지, 닭을 날것으로 섭취해서 기생충에 감염된 보고는 따로 없습니다. 검역과 검수도 철저히 하고 구충제를 많이 먹여 키우기 때문에 기생충에 감염될 일이 별로 없지요. 옛날에는 가정집과 축사가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고, 주변에 야생동물들도 많이 있어서 기생충알에 오염된 인분이나 야생동물들과의 접촉으로 가축들이 기생충에 걸리는 경우가 많았으나 요즘은 다들 공장에서 가공된 사료를 먹기 때문에 기생충알과 접촉할 가능성 자체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소 같은 경우에는 생간부터 시작해서 육회까지 날 것으로 가장 많이 먹는 육류라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요, 좀 자극적으로 이야기 해보자면 생간에 기생충이 있을 수 있는건 맞습니다. 간디스토마 성충이 소나 양 같은 초식동물에 기생하기 때문인데요, 다행히도(?) 사람이 디스토마에 감염되려면 다 자란 성충이 아니라 물고기에 있는 유충을 먹어야 합니다. 기생충을 먹었다는 것으로 기분이 나쁠 수는 있겠지만 날것으로 섭취했다고 감염이 되는 것은 아니지요.

또 소나 돼지를 날로 먹을 경우 톡소포자충이라는 단세포 기생충에 감염될 수 있는데요, 한때 이 기생충은 뉴스에도 많이 나왔었죠. 프랑스에서는 감염률이 70%를 넘는다는데 국내에서는 그렇게 많지는 않아 약 5-10% 사이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증상은 가벼운 감기 정도로 그렇게 심하지 않지만 유전적으로 정신분열증 발병에 취약한 사람들에게서 발병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소는 날 것으로 먹어도 된다는데 돼지는 꼭 익혀먹어야 한다고 하는 이유는 선모충과 돼지촌충 때문인 것으로 추측되는데요, 둘 다 상당히 위험한 기생충 감염증이죠. 현재 한국에서는 굉장히 드물지만요. 돼지촌충은 소촌충이랑 똑같이 장 안에 살고 있지만, 특이하게 알이 장벽을 뚫고 들어가 혈액을 타고 돌다 뇌나 근육 같은 곳에 박혀 주머니를 만들기도 합니다. 근육 같은 곳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뇌에 들어가면 문제가 되지요. 아프리카나 남미 지역에서는 간질발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심각한 질환입니다. 국내에 감염된 사례는 80여건 정도가 있는데 대체로 해외에서 감염되어 온것으로 추정하고 있지요. 선모충은 특이하게 근육세포 안에서 기생하는 다세포 기생충인데 고열과 근육통 등을 일으키고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6건의 감염례가 보고되어 있는데요, 돼지고기가 아니라 멧돼지나 오소리 내장을 날것으로 먹었다 기생충에 걸렸다고 합니다. 진짜 위험한 것은 야생동물이죠.

음식을 잘 익혀먹어야 하는 이유는 기생충도 기생충이지만 표면에 남아있는 미생물들에 의한 식중독이 워낙 위험하기 때문이죠. 기생충이야 걸려도 대체로 몇주에서 몇년 후에나 증상이 나타나고 대체로 증상이 경미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식중독은 며칠 내로 사망할 수도 있는 병이니까요.

마지막으로 고기 이야기가 나왔으니 쌈거리 이야기도 빼놓으면 안되겠죠. 야채는 날것으로 먹어도 상관 없느냐는 질문도 꽤 있습니다. 특히나 유기농 열풍이 불면서 인분 사용도 점차 다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니까요. 하지만 앞서 이야기 했던대로 이제 흙을 통해 옮는 기생충은 ‘박멸’되었습니다. 기생충이 다시 유행하려면 어디선가 알이 흘러들어와야 하는데 더 이상 국내에 감염되어 있는 사람이 없으니까 유행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거죠. 다만 야채에서 좀 주의할 점은 역시 고기와 비슷한 식중독 문제입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그런 예가 없지만 미국에서는 지하수가 살모넬라균에 오염되어 그 지하수를 사용해 재배한 토마토, 양상추 등에 사람들이 감염되어 사망한 예도 여럿 있거든요.

그럼 결론/예방법은?
1. 국내에서 유통되는 육류에서 기생충은 딱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식중독 위험도 있으니 적당히 조리해서 먹는 것이 좋겠죠. 대체로 육류 표면에 가장 미생물이 많은데, 패티 같은게 위험한 이유가 이 표면을 뒤섞어 버리며 안쪽까지 미생물이 밀려 들어가기 때문이죠.
2. 야생동물은 먹지 않아야죠. 불법이기도 하고 야생동물들 해부해보면 기생충 정말 많이 나와요. 기생충에 걸려보고 싶은 저라도 꺼려질 정도로.
3. 야채로 감염되는 기생충은 이제 국내에서는 완전히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박멸되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토양에 있던 미생물이 섞여 들어올 수는 있으니 잘 씻어 먹는 것이 좋겠죠.

한국에서 어패류는 사람들이 가장 흔히 기생충에 감염되는 경로일 겁니다. 회를 먹다 뭔가 꿈틀거리는게 나왔는데 이걸 먹어도 되는 것인지 물어보시는 분들도 많고, 회랑 술이랑 같이 먹으면 알콜에 기생충이 다 죽는다거나 꼭꼭 씹으면 기생충이 다 씹혀 죽어서 괜찮다는 속설들도 많이 있죠. 그만큼 사람들에게 생선을 통해 옮는 기생충이 익숙하다는 반증이겠습니다. 간흡충(디스토마)나 고래회충, 물고기 촌충 같은 기생충들은 국내에서 가장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기생충들인데 모두 어패류를 통해 걸립니다. 일단 가장 흔한 간흡충부터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간흡충은 민물고기, 특히 잉어 같은 민물생선을 날것으로 먹어 감염되는데요, 지금도 국내에 140만명 가량이 감염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낙동강 인근에서는 마을 주민 절반가량이 감염되어 있는 경우도 보고 되었구요. 간흡충은 담도에 기생하면서 여러 증상을 일으키는데 최근에는 담도암을 일으키는 것이 밝혀져서 많은 주목을 받았었죠. 하지만 최근에는 잉어회나 민물회를 먹는 사람들이 상당히 줄어들었는데도 감염률이 확연히 낮아지지 않는 것은 다른 감염 경로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낳고 있습니다. 또 민물고기를 다듬던 칼이나 도마를 제대로 세척하지 않아서 다른 음식물이 오염되는 경우도 의심하고 있구요.
폐흡충은 동의보감에도 나올정도로 오래전부터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기생충인데요, 주로 민물 게나 가재를 통해 감염됩니다. 최근에는 수천명 가량만이 감염되어 있을 것으로 추측되구요. 다른 흡충들도 주로 민물고기를 통해 전파되거나 올챙이, 개구리, 뱀을 통해 옮은 예도 있습니다.
민물고기 이야기로는 마지막으로 빙어 이야기를 해봐야겠습니다. 어찌보면 사람들이 날로 가장 많이 먹는 물고기가 빙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또 빙어는 ‘깨끗한 얼음물에서 살기 때문에 기생충이 있을 수가 없다, 다 얼어 죽었을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더라구요. 기생충이 얼어서 죽었을 정도면 빙어도 같이 얼어 죽었겠지요. 그리고 깨끗한 물은 기생충도 좋아합니다. 민물고기를 통해 옮는 흡충 감염이 일부 지역에서 늘어난 것은 수질이 좋아져서라는 추측도 있으니까요. 빙어도 흡충류의 기생충을 옮길수는 있습니다. 다만 빙어가 서식하는 지역에는 흡충을 중간에 운반해줄 수 있는 우렁이 같은 녀석들이 없기 때문에 감염이 잘 되지 않는 것 뿐이지요. 이런 우려 때문에 질병관리본부에서 꾸준히 빙어를 채집해서 검사를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흡충에 오염된 녀석들은 없었다고 합니다. 일단 지금은 안전한거죠.

이제 바다쪽으로 옮겨가 볼까요. 바닷물고기는 민물고기보다 안전해서 회로 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바닷물고기를 통해서도 기생충이 감염됩니다. 절대적인 수로 따져보면 간흡충을 제외한 나머지 민물고기 감염보다 더 많을 수도 있지요. 그 중 제일 흔한 기생충이 바로 고래회충입니다. 고래회충은 주로 돌고래나 바다표범 등 해양포유류에 기생합니다. 알을 낳으면 대변을 통해 바다로 흘러나오고 이걸 새우 같은 갑각류가 먹지요. 이 새우를 다시 물고기가 먹고, 그렇게 오염된 물고기를 사람이 우연히 먹게 되어 감염되는 경로입니다. 한국이나 일본처럼 회를 특히 많이 먹는 지역에서 흔한 이유가 여기에 있지요. 국내에서는 법정전염병이 아니라 제대로 보고가 되지 않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걸려있는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은 연간 10만건 가량이 보고된다고합니다. 한국에서도 만만치 않게 많은 회를 소비하고 있으니 적어도 수만건 이상은 아니겠는가 추측하고 있지요. 고래회충을 먹게되면 증상에는 개인차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수시간 내에 극심한 복통과 구토가 일어나는데 고래회충이 위벽을 파고 들어가려고 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아주 드물게는 심한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 호흡곤란에서 쇼크까지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고등어 같은데에 특히 많은데 회를 보니 안에 뭔가 실같은게 꿈틀거린다는 간증을 해주시는 분들은 고래회충을 본 것이라 생각하시면 맞을 겁니다. 거의 모든 바닷물고기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바다회가 그리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보통 고래회충은 내장 부분에 붙어 살고 근육에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회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입니다. 또 물고기가 죽고 시간이 흐르면 내장에 있던 고래회충이 근육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위험성이 증가한다는 이야기도 있구요.
물고기는 아니지만 예전에 국내 미이라에서 발견된 기생충이라고 유명세를 탔던 참굴큰입흡충이 있는데요, 패류를 통해 인간에 전파되는 최초의 기생충이라 학문적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신안군 주변 섬들에서만 주로 발견이 되는데요, 증상은 그리 심하지 않은 편이고 전남 신안 일대에서 채취되는 굴에서만 발견되기 때문에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는 기생충입니다.

이번 팟캐스트를 준비하면서 몇가지 질문이 있었는데요, 그중 하나가 ‘꼭꼭 씹어 먹으면 기생충이 죽어서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였습니다. 기생충을 꼭꼭 씹어서 완전히 분해하기는 어려울겁니다. 대체로 유충 상태로 우리 몸 안에 들어오는데 그때는 거의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기 때문이죠. 눈에 보일 정도로 큰 고래회충 정도라면 씹으면서 몇마리 정도는 해결할 수 있겠지만 그리 안전한 방법은 아니지요. 그리고 또 하나. ‘익혀먹으면 괜찮은가요?: 일단 대부분의 기생충은 60-70도 이상으로 가열하거나, 20도 이하의 냉동상태에서 10시간 이상 놔두면 죽습니다. 죽은 기생충으로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났다는 극히 드문 예도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냥 단백질 덩어리가 되지요.

정리해보자면
1. 민물고기는 좀 위험한 편. 조리해 먹는 편이 좋습니다. 그리고 낚시 가서 민물고기를 조리하면서 사용한 칼이나 도마를 다른 요리재료를 다듬는데 쓰지 않도록 하고 잘 어서 사용하도록 합니다.
2. 빙어가 찬물에 산다고 해서 기생충 감염의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죠.
3. 바닷물고기라고 해서 민물고기보다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고래회충은 굉장히 흔한 기생충으로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고 있지요. 회에서 눈으로 고래회충이 보인다면 조리해 먹는 것이 좋고, 회는 되도록 신선할 때 먹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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