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바라볼 수 있고, 미래를 바꿀 수만 있다면, 인간의 삶은 과연 행복하고 정의로울 수가 있을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과 필력이라면 이 화두에 대한 나름의 결론을 명쾌하게 정리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을 해 보지만, 그도 두 권이라는 방대한 양의 이야기 안에서도 정리를 하지 못했음을 보면, 그건 정말 말 그대로 방대해서 쉽게 말하거나 결론내릴 수 없는 어려운 화두인 듯 하다.  그래서 그런지, 이 소설에 대한 평을 미리 꺼내놓자면, 개연성이나 인과관계에 있어 비교적 허술한 화두만 쌓이고 쌓이다 마는 이야기로 그치고 만다.

나비효과라는 것이 있다.  지구 어느 한 편에서 가볍게 팔랑이는 나비날개가 일으킨 기류의 움직임은 지구 반대편에서 폭풍이 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을 일종의 평면 위의 공간적 연결관계를 넘어 시간의 공간관계에 대입해보자면, 미래를 바라보고 미래에 일어날 일에 조절을 가한다면, 그 결과는 과연 긍정적인 모습일까 아니면 부정적인 모습일까?  저자는 이 의문에 다양한 모습을 상상을 통하여 보여준다.  예를 들어, 냉동된 채로 몇백년을 지내다 깨어나 미래세대의 아이들 앞에서 미래의 환경을 파괴할 만큼 자연을 함부로 써버린 전 세대를 대표하여 사형선고를 받는다던지, 과거 트로이의 목마를 막아낸 결과 그곳은 지중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가장 번성한 교역의 장소가 되어있다던지 하는 대목들이 있다.  하지만, 역시 화두의 방대함 때문일까?  파리에서 왜 폭탄테러등의 일이 발생하는 것인가? 라는 이유는 차치하고서라도 카산드라가 테러를 예견하고 폭탄을 제거한 행위의 결과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달라지는가에 대한 묘사는 전혀 없다.  그것이 수차례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현재의 복잡한 세상만사에 편입되어 일어나는 현상의 변화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알 수 없음을 부러 설명하려 했던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화두의 방대함과 방대함때문에 이런저런 방향으로 갈라지는 고민은 결국 소설의 개연성이나 구조를 무척 엉성하게 만든 느낌이 있다.  그러다보니 치밀함은 미래를 정교하게 예측하는 능력이 있는 카산드라의 오빠가 자살하면서까지 곳곳에 남긴 예언의 쪽지에서나 느껴질 뿐, 소설속의 현실안에서는 사건의 연계나 인과관계가 너무 허술해보인다.  한가지 더..  작품 밖의 이야기를 하자면, 그림을 그린 홍작가님의 그림스타일인데, 홍작가님의 웹툰을 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도로시밴드'와 '고양이장례식' 이후에 그린 작품속의 그림들은 점점 선이 간단해지면서 강렬해지는 지점을 느낄 수 있다.  이후의 '화자'나 현재 다음에서 '연재중인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다'를 감상한다면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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