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발작

고전에도 기생충 이야기들이 꽤 많이 등장한다.

당나라 고병이 유양절도사로 있을 , 한 술사의 집에서 불이 나 수천 호를 태웠다.
담당 관리가 술사를 체포하여 법대로 처형하려 하자, 술사는 처형당하기 직전에 형 집행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의 죄가 어찌 한 번의 죽음으로 그 책임을 다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제게 보잘것
없는 기술이 하나 있으니, 다른 사람에게 전수해주어 후세 사람들을 구할 수 있게 해주신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습니다.”

그때 고병은
방술사를 오래도록 흠모하고 있었기 문에 형 집행자는 형 집행을 잠시 늦추고 달려와 고봉에게
아뢰었다. 고병이 그 술사를 불러들여 친히 물었더니, 그가 대답했다.

“제게 다른 기술은 없으나 간질병을 잘 고칩니다.”
고병이 말했다.

“한번 볼 수 있겠느냐?”

술사가 대답했다.
“복전원에서 가장 병이 심한 자 한명을 골라 시험해 보겠습니다.”

그의 말대로 했더니, 술사는 그 환자를 밀실에 두고 유향주 몇 되를 먹였다. 그러자 환자는 몽롱하게 정신을 잃었다.

이에 술사는 환자의 두개골을 예리한 칼로 갈라 두 손 가득 벌레를 끄집어 냈는데, 길이가 겨우 2촌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고는 고약을 상처난 부위에 붙이고, 따로 먹는 약을 복용케 한 다음 으믹과 행동거지 등의 안배를 다시금 조절해주자, 열흘 남짓 만에 상처가 다 아물었다.

또 겨우 한 달 만에 눈썹과 수엽이 다시 났으며, 피부에 윤택이 도는 것이 환자 같지 않았다. 고병은 이 술사를 예우하여 상객으로 삼았다.

뇌수술을 통해 벌레를 끄집어 내었다는 것도 재미있는데, 증상은 돼지촌충알이 혈류를 타고 뇌에 침범해 일어나는 뇌유구낭미충증과 상당히 비슷하다. 감염되면 주요 증상 중 하나가 간질발작이다. 아직도 남미나 아프리카처럼 돼지촌충 유행이 심한 지역에서는 간질발작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데, 이런 기록들이 이렇게 오래전부터 남아있는 것을 보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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