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알만한 분들은 다들 알고 계실 것 같은 유머 한 편을 먼저 소개하려 한다.
물리학자, 화학자, 그리고 경제학자, 이렇게 세 명이 무인도에 표류하게 되었다.
아무런 먹을거리도 없던 그들 앞에 파도를 타고 캔 수프 하나가 떠밀려왔다.
이것을 본 물리학자,
"어서 돌멩이로 내리쳐서 이 캔을 땁시다."
이 말을 들은 화학자,
"그렇게 하면 안 되지요. 불을 지펴서 캔을 가열하면 될 걸 가지고....."
마지막으로 경제학자는 어떻게 말하였을까?
"음, 여기 캔 따개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날 밤 경제학자는 수프를 먹었다고 가정하고 잠을 자야 했다.
이와 같이 인간이 합리적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경제학자들의 오랜 습성이다. 하지만 이것이 비단 경제학자들만의 습성일까? 최근의 연구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어른들의 경우 타인들의 행동이 합리성의 원칙에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은 이미 몇몇 연구들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영아들조차 그러한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번에 Psychological Science에 실린 Scott & Baillargeon (2013) 의 연구는 이러한 결론을 지지한다.
이 연구에서는 특히 합리적 행동이 갖추어야 할 여러 조건들 중 '효율성'(efficiency)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것은 똑같은 목표를 달성함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노력이 덜 드는 방법이 있다면, 합리적인 개인은 그러한 방식을 선택할 것이라는 원칙을 일컫는다. 사실 이러한 원칙은 어른들에게는 매우 당연해 보이는 것인데, 문제는 과연 매우 어린 아이들도 그러한 방식으로 생각하느냐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여 아이들도 타인의 행동을 이해할 때, 효율성의 원칙을 적용할까 하는 것이 이 연구의 주된 물음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아이들(평균 16개월령, 32명)에게 똑같은 목표를 달성하는 서로 다른 두 가지 방식(효율적 방식과 비효율적 방식)을 보여주었다. 구체적으로는 곰인형을 뚜껑이 없는 상자와 있는 상자에 각각 넣고(실험 1), 실험 진행자가 곰인형(목표)을 손에 넣기 위해 각각의 상자를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효율성의 원칙에 따르면, 합리적인 사람은 목표를 달성함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노력이 덜 드는 '뚜껑이 없는 상자' 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도 이러한 기준에 동의한다는 것이 실험 결과 지지되었다: 아이들은 진행자가 뚜껑이 없는 상자를 선택한 경우를 보았을 때보다, 뚜껑이 있는 상자를 선택한 경우를 보았을 때 더 오래 쳐다보았다(이상하게 생각했다)는 것이 실험 결과 밝혀졌다. (두 경우의 응시 시간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
한편 실험 2에서는 아이들이 신체적 노력(뚜껑 열기)이 아닌 정신적 노력(불투명한 상자. vs 투명한 상자)의 측면에서도 합리성의 원칙을 고수하는지를 살펴보았는데,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이 실험에서는 곰인형을 불투명한 상자와 투명한 상자에 각각 넣고, 실험 진행자가 곰인형을 손에 넣기 위해 각각의 상자를 선택하는 상황을 아이들에게 보여준 후, 응시 시간을 측정하였다. 효율성의 원칙에 따르자면, 사람들은 목표(곰인형 얻기)를 달성하는 데 드는 정신적인 노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에 곰인형이 있는지를 '식별'하기 '쉬운' 대안, 즉 투명한 상자를 선택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영아들도 이러한 생각에 동의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험 결과 아이들은 진행자가 불투명한 상자 안에 들어있는 곰인형을 꺼내려 한 경우에, 투명한 상자 안에 들어있는 곰인형을 꺼내려 한 경우보다 더 오래 쳐다보았다. 이는 아이들이 불투명한 상자를 선택한 경우를 더 이상하게(합리성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여겼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상의 실험 결과는 아이들이 타인의 행동을 이해함에 있어서, 합리적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음을 암시한다.
Sourse: Rose M. Scott & Renee Baillargeon(2013), Do Infants Really Expect Agents to Act Efficiently? A Critical Test of the Rationality Principle, Psychological Science, Online first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