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사적자아와 공적자아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었지요 :)
(심리학의 고전 이론 중 하나입니다)

사적자아
 '있는 그대로의 편한 내 모습', 예컨대 집에서 뒹굴뒹굴 거리는 내 모습이고

공적자아

 '사람들 앞에서의 내 모습', 예컨대 직장에서의 내 모습 입니다.

[참고]

우리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너무 중요한,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신경쓰면서 사는 동물이라
사람들 앞에서는 그들이 바람직하게 여길 모습으로 자신을 나타내야 하기 때문에 자아에 이런 간극
생기는 것이지요.

사회적 동물이기에 생기는 cost라고나 할까요ㅎ
그리고 때론 이 간극 때문에 괴로워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날 때마다 전혀 다른 모습으로 행동하다가 인지부조화에 빠진다던가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던가
자신이/상대방이 혹시 위선적인 사람은 아닌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던가
등등의 일들이 벌어지는 듯 보이거든요.

최근에 실제로
이런 사적자아와 공적자아의 간극이 클 경우
심리적으로 상당한 괴로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걸 확인한 연구가 있었네요 (Sedlovskaya et al., 2013)

그도 그럴 것이 '사적자아와 다른 공적자아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작업'은 자기제시(self-presentation, 사람들의 요구에 맞춰 자신을 특정한 사람으로 나타내기 위해 가면을 쓰는 과정) 같은 고급 기술(머리를 많이 굴려야 하는)을 필요로 하는 '힘든(에너지 소모가 많은)' 과정이거든요(Vohs et al., 2005).

그리고 이 연구에서는 이런 간극이 벌어지는 한 원인으로
자신의 진짜 정체성, 사적자아가 '감춰야 할 무엇'인 경우에 주목했어요.

예컨대 나는 덕후인데 사회적으로 덕후에 대한 편견이 상당히 심해서 이런 내 모습을 철저히 숨기고 살아야
한다던가 하는 예가 생각나네요. (이런 걸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도 여럿 있지 않았나요?ㅎ)

이럴 경우 아무래도 자신의 원래 모습과 밖에서의 모습이 더 많이 차이나게 될 것이고 스스로도 더 그 차이를
실감하게 되겠지요.

이러한 사회적 편견뿐만 아니라 어떤 이유에서든 사람들로 하여금 '원래의 모습'을 가리고 살도록 하는
각종 사회적 제약이 존재하는 경우
그 사회 구성원들의 사적자아와 공적자아의 간극은 커질 수 밖에 없는
듯 합니다.

예컨대 '바람직한 사회인'의 모습이 딱 정해져 있는 사회의 경우 개개인들은 자신의 모습들 중 이 기준에서
좀 벗어나는 것들은 최대한 '쳐낸' 모습으로 자신의 공적자아를 만들게 되겠지요.

기준이 세세하고 많을수록 공적자아에 포함되지 않는 진짜 자신의 모습이 많아지겠고 자아의 간극도 더 심해질
듯 보입니다.

'권위적인 사회'인 경우에도 역시 사람들의 사적자아와 공적자아는 큰 간극을 보이게 되겠지요.
부장님 앞에서는 절대로 친구 앞에서 행동하듯 하지 못할 것이고
사장님 앞에서는 또 다르게 행동해야 할 것이고..

계급이 세분화 되어 다르게 모셔야(?)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사람들의 공적자아는 매우 다양해 지겠지요.
사적자아와의 간극도 더 커질 것이고요.

음.. 누가 이런 것좀 빨리 부숴주세요ㅋㅋ

여튼 '이래서 내가 그렇게 괴로웠구만'이라는 생각이 드시는 분들 혹시 계신가요.
저만해도 특히 대학교 초년생 시절 사적자아와 공적자아 사이에서 아주 많은 고민을 했엇던 것 같아요.
나는 위선적인 인간인가?!! 라는 생각도 많이 했던 것 같고..
하지만 역시 이런 고민 상황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하는 것은 '사회적인 요소'들인 것 같습니다.
(무인도에 산다고 하면 이런 고민따위 할 필요 없겠지요?)

저번에도 이야기 했었지만 자신을 심하게 몰아붙일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이 시점에서 어차피 이렇게 살아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라고 생각해 보면 역시
내가 무슨 짓꺼리를 하던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받아들여 주고 OK라고 해 주는 친구,
아무 것도 감출 필요가 없는 친구의 존재
만한 게 없는 것 같습니다ㅎㅎ

저도 '사회적 기준으로 봤을 때 이상적인 것들(예컨대 대기업 입사에 고액연봉)에 나를 맞춰서 살아야 하나?'
라는 류의 고민을 많이 했었던 것 같은데 그때마다 주변에 '걍 니 멋대로 살아. 괜찮아'라고 해 준 사람들이
있어서 원래의 나와 상당히 다른 나를 만들지 않고도 그럭저럭 살고 있는 것 같거든요 :)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라고 하는 각종 자기계발류 또는 힐링류의 말들보다
'지금 그대로의 네 모습도 좋아'라고 얘기 해주는 친구가 큰 위로와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친구를 만드려면 내가 먼저 그런 친구가 되어야 겠... (뜨끔)

파이팅!!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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