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에 감염되면 똥꼬가 가렵다’는 말이 있지요. 그 범인이 바로 요충입니다. 요충이 분비하는 물질이나 요충이 항문에서 기어나와 돌아다니면서 가려움증을 유발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이 기생충은 흔하기까지 합니다. 2003년 대도시 유아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9.5%, 2005년 서해 및 남해안 지역 유치원에서는 18.5%에 달하는 감염률을 보였지요. 어린이들 10명 중 1-2명은 지금 요충에 감염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성인은 감염되는 경우가 비교적 드문편이지만, 최근 정기종합검진에 대장내시경 검사가 포함되면서 요충 감염이 보고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요충 감염자가 이렇게 많은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유명하지 않은 이유는 요충이 입히는 해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요충의 가장 주요한 증상은 간지럼증입니다. 요충 암컷은 약 10mm, 수컷은 2-3mm 가량으로 매우 작은편입니다. 요충의 한살이는 사람이 요충알을 먹으면서 시작됩니다.

알이 소장에 도달하면 부화를 하고, 유충은 천천히 장관을 타고 내려가 결장에 도달하지요. 여기서 성체가 되어 짝짓기를 합니다. 요충은 수명이 짧은 편으로 암컷은 5-10주, 수컷은 7주 정도 살수 있지요. 보통 짝짓기 후 수컷은 바로 죽습니다. 때문에 옛날에는 요충 수컷이 없는 줄 알았죠. 요충은 장내에 살기는 하지만 장내에 있는 음식물 찌꺼기 등을 먹으며 조용히 살아갑니다.

암컷의 몸은 점차 알로 가득차서 일부 장기를 제외하고 몸 전체가 알로 가득차 10000-16000개까지의 알을 몸 속에 품게 되지요. 매일 밤이 되면 요충은 대장을 내려와 항문을 비집고 나와 항문 주변에 알을 낳고 가지요. 암컷은 알을 낳고 나서 죽게되는데 죽으면서 알이 터져나오는 경우도 있고 똥꼬가 간지러워 긁다가 암컷이 터져 죽으면서 알이 뭍어 나오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빠져나온 암컷들이 기어다니는 감각 때문에 간지럼증이 일어나기도 하고, 항문 주변에 붙어있는 알들이 분비하는 물질이 간지럼증을 유발하기도 하지요.

보통 약 1/3가량의 감염자들은 간지럼증 조차 느끼지 못한다고 합니다. 완전히 무증상인거죠. 최근에는 요충 감염이 심해지면 요충이 죽으면서 나오는 박테리아 때문에 맹장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가설도 있습니다만, 아직 정확히 연관관계가 밝혀지지는 않았지요. 드물기는 하지만 어린아이의 경우 항문과 질, 요도까지의 거리가 짧기 때문에 요충이 이리로 이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충 자체는 점막을 파고들거나 직접적인 해를 입힐 수 없지만, 이들이 달고 들어가는 대장 내 미생물들 때문에 요도염이나 질염 등의 감염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요충의 한살이는 항문에 있는 알이 사람 손에 뭍어 바로 다시 입으로 들어가 감염되는 경로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환경 저항력이 별로 높지 않습니다. 체외에서 10년 이상 살 수 있는 회충알과는 달리 며칠에서 일이주정도 정도만 버틸 수 있습니다. 전염경로는 사람 손과 접촉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물체를 통해 가능합니다. 요충알은 점성이 높은 편이라서 여기저기 잘 달라 붙습니다. 요충에 감염된 사람이 엉덩이를 긁고 -> 긁은 손으로 음식, 가구, 장난감, 손잡이 등등을 만지면 요충알이 옮겨 붙고 -> 이 물건들을 비감염자가 다시 만져 전파가 되는 형태죠. 그래서 아이들에게서 자주 보이는 이유가 손위생이 성인보다는 떨어지고, 장난감을 입에 물거나 손톱을 뜯고 손가락을 빠는 행동을 자주 하기 때문입니다.

요충의 진단방법은 간단합니다. 밤에 아이들 엉덩이를 보고 있으면 되지요. 물론 밤새 엉덩이를 들여다보는것 보다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설압자에 스카치 테이프를 반대로 감아서 항문에 붙어 있는 성체나 알들을 잡아내는거죠. 단순히 테이프 테스트라 불리는 방법이죠. 예방과 치료법은 간단합지만 워낙 광범위한 환경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완벽한 예방은 쉽지 않지요. 대체로 장내 기생충들이 - 회충, 촌충, 편충 등 -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사라져갔지만 요충만은 사회의 부나 보건시스템에 별 영향을 받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전체 인구 중 11%, 영국은 영유아 중 50%, 인도는 61%, 태국은 39%, 스웨덴이 37%, 덴마크가 29% 등 사회보장과 보건시설이 가장 잘 되어 있는 나라에서도 높은 감염률을 보이고 있지요. 예방은 손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치료는 알벤다졸이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성체에만 효과가 있기 때문에 첫번째 약을 먹고, 다른 알들이 성체가 되는 2주 후에 다시 한번 약을 먹는 방식으로 요충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판단될 때까지 반복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회 투여로 치료가 되는 다른 기생충들과는 조금 다르죠. 이부분을 제대로 설명해주는 약국이나 안내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족 일원 중 한명이 감염되었다고 하면 나머지 가족들도 전부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다 같이 치료를 받는 것이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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