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7일 미국 워싱턴 DC에서는 101번째 AACR, American Association of Clinical Research 미국종양연구학회가 열렸다. 미국학회지만 전 세계에서 암 연구하는 사람들이 다 모인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학회가 미국영상의학과학회 (ARA, 5만명), 미국임상암학회 (ASCO, 3만5천명) 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듯 느껴지지만, 이 학회는 임상학회가 아니라 연구 학회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2만명에 육박하는 것은 매우 큰 규모이다. 하긴 나같은 의사-연구라고는 생소한-도 와 볼 정도니...

본격적인 학회가 시작되기에 앞서 각종 시상식을 한다. Team Science 의 좋은 예를 보여준 존스홉킨스의 췌장암 연구팀, 평생 지속적인 연구업적은 남긴 연구자, 이제 막 학위를 마치고 연구자의 길에 들어선 젊은 연구자들을 지원하는 상 등등의 시상식이 열렸다.

그 중 눈길을 끄는 이색적인 수상자가 있었으니, Katie Couric 이라는 미국 ABC 쇼의 앵커우먼이 그 주인공이다.
나야 미국 문화에 생소하니 잘 모르지만, 그녀는 미국 내에서 아주 유명하고 똑똑하고 사회적 영향력이 큰 저널리스트이자 앵커우먼이라고 한다.

나와서 수상소감을 말하는데 범상지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예쁘고 똑똑하고 카리스마가 있다. 말하는데 유머감각도 뛰어난것 같다.
그녀는 암을 연구하는 모든 연구자들에게 깊은 존경심을 표현하는 것으로 수상소감 발표를 시작한다.

비록 당신의 연구업적이유명한 저널이나 신문의 1면을 장식하거나 방송의 해드라인에 나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쉼없이  연구하고 더 나은 치료방법을 개발하는 당신 모두가 암환자와 가족들에게 작은 영웅이라고 칭송했다.
그녀의 말을 듣고 있자니 나도 가슴 속에서 뭔가가 뭉클한 느낌이 든다.

1988년 그녀의 40세 남편이 4기 대장암을 진단받고 9개월만에 사망했다.
그녀는 그때를 기점으로 자기 인생의 BC AC 라는 표현을 했다. Before Cancer, After Cancer.
암이라는 병은 그렇게 환자와 가족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사랑하는 가족이 암을 진단받고 치료받고 그리고 죽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그녀는 남편을 잃은 상실감으로 인생의 한 순간을 슬퍼하며 흘려보낸 것이 아니라 미국 내 대장암 환자를 위한 연구재단을 설립하였고 암에 걸리지 않도록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는 것, 그리고 스크리닝검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다양한 사회참여활동을 하였다.

2000년에는 TV 방송에서 자신이 대장내시경검사를 하는 과정을 방송함으로써 대장내시경검사 시행율은 20% 정도 올려 연구자들 사이에 이를 Couric effect 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검사 전날 장청소를 위해 코를 틀어막고 4리터가 넘는 물을 마시고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다음날 검사를 받는 과정, 자신의 대장내시경 화면을 보면서 의사에게 설명을 듣는 과정을 그대로 내보냈다.

그녀는 지금도 Cancer Advocate 로 암에 대한 인식을 고양시키고 예방과 치료 등의 과정을 아우르는 각종 캠페인을 열어 사회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녀의 활동상을 보여주는 비디오 클립에서는 미국 내 유명한 연애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이 함께 하여 대중적인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암 연구를 위한 재단 활동을 통해 연구지원사업을 활발하게 벌이는 것도 이색적이었다.

학회에 참석하여 각종 연구성과들을 공부하며 느끼는 것은 피로함이다.
내가 모르는 분야도 많다.

어쩌면 이중에 환자 진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미있는 연구성과는 그리 많지 많을지도 모르겠다.
요즘같이 유전자 연구의 시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Practice changing!
쉽지 않은 일이다.
자기 욕망이나 자기 만족감에 도취하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지속적인 노력과 신념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자원을 동원하여 활동하는 그녀가 아름답다. 나도 내가 가진 자원과 능력을 최대한, 그리고 평생에 걸쳐 쓸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