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그러고 보니 (제 전공 분야이자 이 블로그에서 사심사심하게 다루고 있는)
'사회심리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소개를 하지 않았던 것 같아 적어봅니다 :)

쉽게 말해
"사람들이 혼자 살지 않기에,
함께 부대끼며 살기에 생기는 갖가지 일에 대한 과학적 탐구"
라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구체적으로는 설명한 적이 없는 것 같군요.

사실 감히 한 학문에 대한 포괄적이면서 구체적인 설명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면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수만명의 사회심리학자들이 있고, 그만큼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연구들이 있으며
제가 그것들을 다 아는 것이 절! 대! 아니기 때문에 제가 여기서 드릴 수 있는 설명은

*(교과서 수준의)아주 일반적인 이야기 + 개인적인 배움을 통해 느낀 이야기(주관적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 본 포스트는 퍼감을 환영합니다 :)

우선 교과서에는 이렇게 나와 있군요.
"Social psychologist focus on how human beings think, act, and feel.
Thoughts, actions, and feelings are a joint function of personal and situational influences."
(Baumeister, R. F., & Bushman, B. J. (2010). Social psychology and human nature. Wadsworth Publishing Company.)

위키의 설명이 좀더 자세한데 이를 보면 (비루한 번역 죄송ㅎㅎ)
Within the context of psychology, social psychology is the

여기서
ㄷ)'과학적'이란 경험적/실증적 방법에 의한 탐구를 의미한다.

ㄱ)생각, 느낌, 행동은 인간 행동의 모든 '측정 가능한' 심리적 변인들을 포함한다.
ㄴ)'상상의 타인'이라는 말은 티비를 볼 때나 내재화된 문화적 규범을 따를 때 같이 타인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 때에도
우리가 그들의 영향을 받기 쉬운 존재라는 점을 의미한다.

Social psychologists typically explain human behavior as a result of the interaction of mental states and immediate social situations. In general, social psychologists have a preference for laboratory-based, empirical findings. Social psychology theories tend to be specific and focused, rather than global and general.

사회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의 행동을 정신적/마음 상태와 당면한 사회적 상황의 상호작용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사회심리학자들은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경험적/실증적 발견들을 선호한다.
사회심리학 이론들은 보편적이기보다는 구체적이고 집중적인 양상을 보인다.

음.. 좀 딱닥한가요ㅎㅎ

이 이야기들을 합쳐 + 제 짧은 경험을 녹여서 풀어보면
사회심리학은 다음과 같은 학문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
ㄱ)사람들의 생각, 느낌, 행동이
ㄴ)실제나 상상 속 타인에 의해 어떻게 영향받는지에 대한

이 지구상에 갑자기 혼자 남겨졌다고 생각해 봅시다.
보는 사람 하나 없어도 명품백, 좋은 자동차를 탐내게 될까요?
화장을 하고 머리를 하고 예쁜 옷을 입을까요?
그 전에 지금처럼 자주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고 할까요? (Leary, 1995)

적어도 저는 별로 안 그럴 것 같은데요ㅎㅎ
물론 계속 그럴 분들도 계시겠지만.. 아마 많은 분들은 삶의 많은 모습들이 지금과는 꽤 달라질 거에요.
이렇게 우리는 '혼자 살지 않기에, 사람들과 부대껴 사는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많은 일들을 겪게 됩니다.

사적/공적자아가 나뉘기도 하고,
즉 집에서의 츄리닝 차림의 부시시한 나(사적자아)와 밖에서의 깔끔 화사한 나(공적자아)가
동일인인가 싶을 정도로 나뉘기도 하고 [참고: 내가 도대체 누군지 모르겠다? (사적자아 VS. 공적자아)]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 즉 나의 평판이 어떤가에 따라 자존감이 크게 좌우되기도 합니다.
사람들에게 조금만 소외당해도(나만 빼고 여럿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다던가..) 큰 괴로움을 느끼는 등등

우리는 타인의 존재와 그들의 느낌/행동/생각에 의해,
심지어 '실제하지 않아도(상상 속에서)'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날 이상하게 볼 거야' 같은 생각에 사로잡혀(spotlight effect)
(사람들이 왠지 자기를 쳐다보며 수군대는 느낌을 받는다던지..)
그때 그때의 생각, 느낌, 행동들이 크게 바뀌곤 하지요.

이는 '자아실현' 같은 되게 '개인적이어 보이는' 인생 목표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여러분의 인생 목표를 한 번 떠올려 보세요.

만약 그 목표(예컨대.. 교수가 된다? 돈을 많이 번다?)가 사람들로부터 전혀~ 인정 받을 수 없는 것이라면
성공을 해도 주변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얻는다던가
아무에게도 부러움을 사지 않는다던가
아무에게도 그 어떤 영향력을 미칠 수 없다던가
심지어 멸시를 받게 된다면
일반적으로는 그 목표를 추구하는 것뿐 아니라 가지는 것에서부터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겁니다.

바로 이러한 점, 우리 삶의 다양한 모습 중에서!
상상이든 실제이든 <타인의 존재 유무에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 부분들>이
사회심리학자들의 주 관심 영역입니다.

쉽게 말해 우리 삶의 여러 모습 중 '혼자 살면 편할 것 같은데 사람들이랑 자꾸 부대끼다 보니 골치가 아파~'
라고들 하는 모습이 특히 관심을 가진다고나 할까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 어울리고자 하는 소속욕구, 잘 어울리지 못하게 되면 생기는 외로움/소외감 같은 심적 상태나 자아(self)와 자존감이 관계를 통해 형성/유지되는 과정이나 그 결과
각종 대인관계 관련 이슈들(마음 읽기, 인상 형성, 신뢰감 형성, 호감 형성, 매력)
특정 관계별 특수한 이슈들(권력 관계-직장 상사와 부하, 연인관계, 친구관계 등)
사회생활 하면서 겪는 각종 문제들(갈등, 설득, 협상, 고정관념/편견, 도덕적 행동/친사회적 행동)
집단/조직/문화의 영향(집단내 역동, 집단 간 역동, 다양한 집단 단위별로 사회문화적 요소들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 등) 등등이 사회심리학의 주된 연구 주제들입니다.


둘.
상황(외적요인) X 개인적 특성(내적요인)의 상호작용


이렇게 '우리는 자기의 원래 성격이 어떻던 간에'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다양한 '사회적 영향'을 어떤 방식으로든 받게 되지요.
그리고 바로 우리 삶의 이러한 점에 사회심리학의 초점이 있기 때문에

사회심리학에서는 사람들의 느낌,생각,행동을 각종 사회적 상황과 개인적 특성의 상호작용이라는
틀 안에서 파악
하고자 합니다.

'도움행동'에 관한 고전적인 예를 하나 들어 볼까요.
<제노비스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사건이지요.

미국에서 제노비스라는 한 여성이 새벽 거리에서 길거리에서 살해 당한 사건인데요
당시 이 여성이 살려달라고 소리를 쳤다고 합니다. 약 4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그 구원요청을 들었지요.
하지만 재빨리 도움을 주거나 경찰에 신고한 사람은 없었고 결국 그녀는 살해당한채로 발견되고 말았지요.

이 사건에 대해 언론은 현대인들의 이기주의 무관심에 대해 대서특필하며
'개개인의 매마른 마음', 즉 개인의 내적 요인 이 사건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꽤 그럴싸한 이 말에' 의문을 품은 사회심리학자들이 직접 연구를 했고 그 결과 도움 행동이 실제로
일어나는가의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관중의 수'라는 상황적/외적 요소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 있는 상황에서 '목격자의 수'를 달리 한 한 실험에 의하면 위급한 사람을 봤을 때
주변에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면 도움을 줄 확률이 85% 정도로 제일 높았고, 목격자가 4명인 경우에는 약 60%가,
7명인 경우에는 30%가 도움을 준다는 결과가 확인되었지요.(Darley & Latane, 1974) 사람들이 많을수록
 '누군가는 도와주겠지'라는 생각이 들어 책임이 분산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이를 '방관자 효과'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물론! 여기에서도 알 수 있지만 개인의 내적 특성도 도움행동에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목격자가 7명이나 되도 '누군가 도와주겠지'하고 넘어가지 않고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어쨌든 30%는 있잖아요.

예컨대 성격적으로 사람들을 잘 챙기고 오지랖이 넓은 '원만성'같은 특성이나
이타성이 워낙 높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목격자 수에 따라 책임이 분산되는상황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권력에 대한 복종 연구 같은 경우 (유명한 밀그램의 연구라던가)에도
70%의 사람들이 복종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나는 옳지 않은 일은 못하겠다'며 안 하는, 상황의 영향보다
행동을 강하게 규제하는 '확고한 도덕적 신념'을 가진  30%의 사람들이 존재하잖아요.

이런 식으로 사회심리학의 연구들은 ㄱ)'상황적 요인'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들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ㄴ) 그런 상황적 영향이 또 개인들의 '내적 특성(성격, 가치관, 각종 믿음 등)'에 의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통합적으로 보는 식입니다
.

[이런 저런 실험 결과 목격자 수(외적요인)에 따라 사람들이 도움행동을 주는 정도가 달라졌지만
이런저런 개인적 특성(내적요인)에 따라 앞선 외적요인의 영향이 또 이렇게 저렇게 달랐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쉽게 말해서 그 사람이 이기적이어서 안 도왔다기 보다는.. 상황이 좀 그랬고,
물론 그래도 이타심이 매우 높은 사람들은 상황이 어려워도 잘 돕는다.
라는 식이지요.

그래서 이 분야 Top 저널들의 이름에는
'personality(내적요인)'와 'social(사회적/외적 요인)'이라는 단어가 함께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ical Bulletin)
사람들의 행동을 사회적인 맥락에서 분석할 때 이 둘을 떼어 놓고 생각하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사회 심리학과 성격 심리학은 '사회 및 성격 심리학'이라는 이름으로 한꺼번에 불리기도 합니다. 
제 경우도 대학원에서의 세부 전공 이름이 '사회 및 성격 심리학(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입니다 :)

셋.  관심과 적용의 범위(보편적이기보다는 구체적이고 집중적인 양상)
지금까지의 얘기를 중간정리하는 내용이 될 것 같은데 결국 사회심리학은 심리학의 다른 기초분야들
(생물, 인지, 지각, 발달, 신경)에 비해 약간 '응용' 학문 같은 느낌이 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기억력, 기억의 구조라던가.. 다양한 뇌 부위와 뉴런의 역할 같은 걸 보는 분야들에 비해
사회심리학은 '시시콜콜한 사는 이야기'라는 느낌이거든요.

인간에게 이러이러한 다양한 생물학적 측면들과 기본적인 동기(본능이라고도 할 수 있는)들이 있는데..
'그래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비교적 더 초점이
있는 것 같고요.

예컨대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소속욕구'라는 것을 강하게 갖고 있기 때문에 소외당하면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는 주제를 사회심리학에서는 다음과 같이 연구하는
식이지요.

외로움이

ㄱ) 어떤 상황(외적요소)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가상으로 공을 주고받는 게임에서 소외당해도, 단 2분만 소외당해도 자존감 하락.
외로움을 느끼게 되면 적응적인 반응보다 분노하게 되고 더 비뚤어지는 모습을 보이게 되기도 함)

ㄴ) 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들(내적요소)이 더 쉽게 외로움을 느끼게 되고
(신경증이 높은 사람들이 비교적 외로움을 더 잘 느낌)

ㄷ)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외로움에 대해 적응적인 반응-다시 사람들과 잘 어울리려고 노력-을 하기보다
더 비뚤어지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는 '다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기 때문.
따라서 주변에서 외로운 사람들을 보면 조금만 노력하면 좋은 관계들을 만들 수 있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것이 필요)

ㄷ)의 경우, 이런 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 대한 아주 구체적인 step by step 적용, 실천 방법 등은
상담이나 임상 같은 분과에서 다루게 되겠지요.

여튼 그러다 보니 사람들에게는 이런저런 본능이 있다고 하는 아주 광범위하고 일반적인 이야기 보다는
본능들의 개인차(예컨대 소속욕구의 개인차) 뿐 아니라 개개인의 성격, 후천적으로 학습된 가치관이나 믿음들의 개인차와 이 개인차들이 아주 다양한 사회문화적 요소들과 어떻게 어울러져 어떤 복잡다양미묘한(ㅋㅋ) 양상들을 만들어 내는지에
연구 초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연구 제목들도 보면 '이런 상황에서 이런 사람들의 이런 행동에 관한 연구' 같은 식으로 그 해석과 적용 범위를 제한하는 연구들이 많지요.

어떤 행동이 생겨난 '원인'이 적응적이든 아니든 그게 때로 사람들의 일상생활, 행복과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그렇다고 이야기 하고(관련 상관/실험 연구를 하고) 의식적으로 조심하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도 하는 것이고요.

예컨대.. '비만'의 경우 기본적으로는 가급적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고자 하는, 적응적인 본능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보는 식인데 그래도 여튼 '현대 사회'에 들어와서는 그게 건강이나 사회생활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비만 예방과 다이어트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들이 많지요.

사회심리학자들이 관심은 바로 이런 후자의 이야기 -'그래서 어떻게 잘 살 것인가?'에 '비교적' 더 있는 듯 보입니다.

사회/성격심리학의 큰 연구 분야 중 하나가 '의지력 ('식욕을 억제하는 다이어트'의 경우처럼, 목표 달성에 방해가 되는 욕망을 억제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행동을 조절하기 위해 애쓰는 것 -이른바 생긴대로만 살지 않을 수 있는 힘)' 이라는 것 에서도 이런 '그래서 어떻게 살 것인가?'적인, 다소 실생활에 응용적인 사회심리학이라는 분야의 성격이 베어나오는 것 같습니다 :)

위의 이야기 중 사회심리학은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경험적/실증적 발견들을 선호'라는 부분은
또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으니 따로 다뤄볼게요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사심사심한 봄날 되셔요 :D

* 아 저 주말에 통영으로 봄나들이 갑니다. 희희희
여행 갔다 오고 나서는 다시 이런 저런 준비로 인해 본격적으로 바빠질 것 같군요 ;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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