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아이가 둘인데 매번 임신했을 입덧이 심해 임신 기간 내내 거의 먹지도 못하고 토했다고 한다.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서 지냈다고 했다.
임신 때 입덧이 심했던 사람은 항암치료 때도 구토 구역감이 심한 경우가 흔하다.

수술을 마치고 항암치료를 4번만 하면 되는 그녀.
정작 항암제가 투여되는 시간은 10분도 채 안되지만, 우리는 아예 입원을 해서 대대적으로 마음 각오를 하고 항암치료를 시작하기로 했다.

항암제를 맞고도 퇴원하지 않고 경과를 지켜보았다.

3일째 아침부터 그녀는 심한 구역감으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울렁거림이 심해 움직이지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 몇일을 지냈다. 항암제를 투여한지 8일째 겨우 움직일만 해지니 퇴원하였다. 퇴원할 때도 컨디션이 좋아져서 퇴원한 건 아니었다. 병원에 있는 것도 힘들다고 했다. 병원 냄새를 참을 수 없어서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3주가 지나고 2차 치료를 앞두고 피검사를 해보니 백혈구 수치도 회복이 되지 않았다.
피검사만 봐도 아직 그녀의 몸은 1차 항암치료로부터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1주일 연기. 그리고 입원하여 2차 치료를 시작하였다.
각종 독성이 다 나오고 그 정도도 심했다. 용량을 감량해서 2차 치료를 하였다.
고생하는 기간이 약간 짧아진 것 같다. 이번에는 5일만에 퇴원하였다.

환자는 한번 겪어보니 항암치료라는게 대략 어떤 건지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렇게 한번 고생을 하고 나니, 2차 치료를 하고 나서는, 자기 스스로 어떻게 일상을 관리해야 할지 알 것 같아서, 마음적으로는 훨씬 수월했다고 한다. 구토방지제를 여러가지 종류로 많이 드렸는데, 그 약들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부작용때문에도 힘들어 했다. 한마디로 모든 약에 아주 민감한 체질인것 같았다.

그녀는 왜 그런지 원리를 알고 나니 더 잘 견디게 되는 것 같다고 하여
나는 부작용 설명, 예상되는 코스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산책하는 거, 음식 먹는거, 일상생활 하는 거, 그녀는 조심조심 그녀의 전략을 만들어 노력하였다.
그러나 너무 부작용이 많아서 과연 4번의 항암치료를 제대로 하고 마칠 수 있을까 싶었다.

3차 치료를 하고는 4일째 퇴원하였다.
이제 제법 여유가 있어보인다. 병원에 있어봤자 특별히 도움이 되는거 같지도 않다면서 빨리 퇴원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퇴원한 그녀는 열심히 먹고 열심히 산책하면서 자기 컨디션 유지를 위해 노력하였다.

그러다가 한끼 식사를 좀 과식했나 싶었는데 바로 다음날 설사하고 복통이 생겨서 응급실로 올 정도였다고 했다. 오한도 생기고 오심도 심하고 컨디션이 너무 나빴지만 일단 타이레놀을 2알 먹었더니 좀 증상이 가라앉아서 내가 미리 지어준 약들 중에 자기 증상에 해당하는 약들을 골라먹으며 병원에 오지 않고 3주기를 지나가고 있다.

오늘 외래에 온 그녀는 자기가 뭘 조절하는데 실패해서 고생을 했는지, 뭘 더 조심했어야 했는지 그런 점에 대해 분석(!)하고 자기 탓을 하면서 4차 치료는 정말 잘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결심을 밝힌다.

- 4차 치료까지 다 받을 수 있겠어요?
- 그럼요. 다 받아야죠. 지금까지 고생한게 아깝잖아요.
- 다른 사람보다 유난히 독성도 심하게 나오고 고생도 많이 하시는거 같아서요.
- 제 체질이 그런 걸 어떻게 하겠어요. 그래도 남들 하는 치료는 저도 다 할거에요.
나중에 무슨 일 생기면 어떻게 해요. 이제 한번만 더 하면 되는데 그깟 죽기 아니면 살기죠.
저 제대로 치료받을 거에요.

- 몰라요. 지 에미도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며 살려고 애쓰는 거 보면 지도 생각이 있겠죠 뭐.

항암치료를 시작하기 전, 잔뜩 겁먹은 그녀의 얼굴이 떠오른다.

내가 아무리 설명을 해 줘도 듣고 싶어하지 않았다. 이런 저런 핑게를 대면서 자기가 얼마나 약에 민감한지, 항암제를 견딜 수 있을지 나에게 자신의 두려움을 감추지 못하고 치료를 주저하였다.

 몇번이나 항암치료를 해야 하냐고 나에게 되물었고 치료 시작날짜를 미루었다.
그러던 그녀가 그동안 세번의 치료를 하면서 전사가 되었다. 아주 결연하다.
그리고 왠만한 일이 생겨도 다 이겨낼 수 있다고, 이겨내야 한다고 다짐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파보니 다른 사람 다 소용없다고, 내가 나를 위해 애쓰는 수밖에 없다고, 가족이고 남편이고 별로 도움안된다고, 내가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거라고 다짐하듯 나에게 말한다.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지는 거라고 결연하게 말한다.

맞는 말이다. 약간은 서글프지만
병하고 싸우는 거, 치료과정을 이겨내는 거, 다 내 몫이다.

고3짜리 아들, 공부는 잘 하고 있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웃으면서 말한다.

- 몰라요. 지 에미도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며 살려고 애쓰는 거 보면 지도 생각이 있겠죠 뭐.

항암치료로 약간 거뭇거뭇해진 그녀의 얼굴이 다부져 보이기까지 한다. 이렇게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있는 그녀.
이 시간을 견디고 나면 그녀에게 더 큰 선물이 기다리고 있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똑소리 나는 유방암 아줌마들 모두에게 화이팅을 드리고 싶다.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